
“지금 당장, 반드시 치러야 하는 무역 전쟁이 있다면 그건 중국의 과도한 시장 지배력과 공급망 무기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쟁입니다.” 채드 바운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은 한국경제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무역 전문가인 그는 버락 오바마,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서 수석이코노미스트로 일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중국의 시장 지배력에 대응하는 것이 핵심 역할이었다. 최근에는 <트럼프 이후의 질서(원제: ‘How To Win A Trade War’)>를 수마야 케인스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와 함께 출간했다. 바운 연구원은 이 책에서 관세, 보조금, 원자재 비축, 수출 제한 같은 수단을 조합해 적극적으로 중국에 맞설 필요가 있다고 권한다.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기존 경제학자와 결이 다른 주장이 많습니다.
ADVERTISEMENT
“경제학자들은 지금까지 효율성을 따졌지만 생산지가 집중되는 데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를 간과했습니다. 중국이 과도한 시장지배력을 갖는 상황을 시장 실패라고 한다면, 이를 바로잡기 위해 관세나 보조금 같은 수단을 사용하는 것은 정당한 개입이 될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필요성을 경제학자들보다 먼저 간파한 건가요.
ADVERTISEMENT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는 동맹까지 겨냥하는 무차별적 관세입니다. 그는 관세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고 주장합니다. 무역적자를 줄이고, 제조업 일자리를 되찾고, 세금을 덜 걷을 수 있게 하고, 중국을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하죠. 그런 관세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무역장벽은 경제적 번영을 보장하는 ‘마법의 묘책’이 아닙니다.”
▷관세 정책을 어떻게 써야 한다고 봅니까.
“특정 국가나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질 위험이 있는 곳에 부과해 관련 집중도를 낮추도록 유도하는 장치로 사용해야 합니다. 지나친 집중이야말로 중국이 우리를 상대로 해당 물품을 무기화할 힘을 주기 때문입니다. 타국의 시장 지배력에 맞서 싸우기 위해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정밀 도구로 쓰는 거죠.”
▷미국 무역법 301조에 따른 과잉생산 조사 대상에는 한국도 포함됩니다.
ADVERTISEMENT
“트럼프 정부는 대미 무역흑자를 과잉생산능력과 동일시하지만, 그것은 과잉생산의 정의에서 벗어납니다. 두 나라가 서로 완벽하게 균형 잡힌 무역을 할 이유는 없습니다. 비교우위, 보유 자원 차이, 기술력 차이 등 무역이 균형을 이루지 않을 이유는 많습니다.”
▷그렇다면 중국도 문제가 없지 않나요.
ADVERTISEMENT
“중국은 얘기가 다릅니다. 자국 기업에 ‘문 닫아야 한다, 생산을 멈춰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장은 ‘제품의 수요가 충분하지 않다’는 신호를 보내는데 중국 정부가 공장 가동을 중단하게 놔두지 않습니다. 중국발 과잉생산입니다. 한국은 메모리칩을 자국에서 소화하지 못할 만큼 많이 만들어내지만, 세계는 그걸 절실히 원하고 있습니다. 한국 등을 상대로 하는 과잉생산능력 조사는 말이 안 됩니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같은 형태를 통해 무역전쟁을 피할 수는 없나요.
ADVERTISEMENT
“모두가 CPTPP에 들어갔을 때 중국에 대해 달라지는 점이 뭐죠? 통합을 심화하고 서로 무역장벽을 낮추는 것으로는 우리가 직면한 중국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두 가지를 해야 합니다. 중국에 대해 선별적으로 무역장벽을 높이고, 중국 밖의 대체 공급원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CPTPP에는 그런 기능이 없습니다.”
▷미국은 동맹국과 핵심 광물 공급망을 꾸리려 하지만 가격하한제 도입 등은 우려됩니다.
“어려운 문제입니다. 바이든 행정부 때도 똑같은 문제로 씨름했습니다. 기업들이 중국 밖에서 채굴, 정제·가공, 제조 등을 할 능력을 구축하도록 설득해야 하고, 추가 생산분을 민간 부문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수요 신호도 필요합니다. 가격하한제 시행은 국가 간 협력이 요구되고 모든 공급망 사슬도 파악해 단계마다 적정 가격 및 보조금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에서 까다롭습니다. 복잡하고 힘들지만 이런 수단까지 쓰지 않으면 중국이 핵심 광물과 배터리에 이어 완성차 단계까지 시장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정부는 동맹과의 윈윈을 추구하는 대신 미국 내 생산만을 고집할 때가 있습니다.
“결국에는 바깥으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고, 그렇게 하고 있다고 봅니다. 예컨대 미국은 자국 희토류 업체 MP머티리얼스에 자금을 투입해 공급망을 구축하려고 하지만, 최근 스칸듐을 생산하는 호주 기업(선라이즈에너지메탈스)에 대출(보조금)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더 싸고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 채드 바운 선임연구원은
△1972년생(54세)
△버크넬대 졸업, 위스콘신매디슨대 경제학 박사
△1999~2011년 미국 브랜다이스대 경제학과 교수
△2010~2011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수석이코노미스트
△2009~2016년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
△2024~2025년 국무부 수석이코노미스트
△2018년~ PIIE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