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연휴 마지막 날인 17일 경남 거제와 통영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산사태로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등 남해안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거제에는 사흘 동안 평년 여름철 강수량의 90%가 넘는 비가 내리며 정전과 단수, 도로·학교 침수 등이 이어졌다. 정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해 대응에 나섰다. 극한호우로 피해가 크지만 장기간 이어진 남부지방 가뭄은 일부 해소됐다.
◇사흘 만에 여름 한 철 비 90%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들어 오후 6시까지 거제에 638.7㎜의 비가 내렸다. 1972년 관측을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은 하루 강수량이다. 전국 97개 종관기상관측지점으로 범위를 넓혀도 2002년 태풍 ‘루사’ 당시 강릉 870.5㎜, 대관령 712.5㎜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통영도 453.7㎜로 1968년 관측 시작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지난 15일부터 이날 오후 6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거제 912.4㎜, 통영 748.8㎜, 부산 가덕도 477.0㎜, 사천 삼천포 420.5㎜, 제주 한라산 남벽 383.5㎜에 달했다. 거제의 평년 여름철 강수량이 935.1㎜인 점을 감안하면 사흘 만에 한 철 내릴 비의 95% 이상이 쏟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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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에 대응하기 어려운 새벽 시간에 비가 집중돼 피해가 컸다. 거제에는 오전 1시32분부터 한 시간 동안 124.5㎜, 통영에는 오전 5시11분부터 97.4㎜가 내려 시간당 강수량 기록도 갈아치웠다.
이 같은 강도의 비는 거제에서는 200년, 통영에선 100년에 한 번 나타날 수준이라고 기상청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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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폭우는 태풍 ‘돌핀’에서 약화한 저기압의 영향으로 고온다습한 남풍이 강하게 유입된 가운데 남해안과 지리산 지형을 만나 비구름이 발달한 결과로 분석됐다. 남해 수온이 27~28도로 높아 바다에서 대기로 공급되는 수증기가 많았던 점도 강수량을 늘렸다.
◇산사태·침수에 정전과 단수까지
인명·시설 피해도 거제에 집중됐다. 이날 오전 4시42분께 거제 옥포동에서 산사태로 토사가 아파트 저층부를 덮쳐 주민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통영 산양읍 곤리도에서도 산사태로 주민 1명이 하반신이 매몰됐다가 구조됐다. 울산에서는 쓰러진 가로수를 피하려고 택시가 급정거하면서 승객 1명이 다쳤다.주택·도로 침수와 수목 전도 등 피해 신고는 오후 5시까지 전국에서 2324건 접수됐다. 산사태 위험으로 부산과 경남, 제주 등에서 240가구 389명이 대피했다. 137명은 귀가했지만 252명은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생활 기반시설 피해도 이어졌다. 이번 호우로 모두 3582가구에서 정전이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2582가구는 복구가 완료됐다. 복구율은 72%다. 도로 20여 곳이 한때 통제돼 시내버스 운행과 조선소 근로자 출근에 차질이 빚어졌다.
전남광주에서도 여수 돌산 218.5㎜, 해남 솔라시도 217㎜ 등 많은 비가 내려 145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주택 61곳과 도로 45곳, 상가 16곳 등이 침수됐고 영암·무안·해남에서는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제주에서는 주택 두 채가 침수되고 도로 배수구가 역류하는 등 피해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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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는 이날 오전 6시 중대본 1단계를 가동했다. 소방청은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했고 정부는 전남광주·부산·경남에 재난안전관리 특별교부세 30억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폭우로 경남의 가뭄은 상당 부분 해소됐다. 경남 18개 시·군 농업용 저수지 평균 저수율은 지난 14일 32.2%에서 이날 오후 2시 43.1%로 높아졌다. 가뭄 ‘심각’ 단계 지역도 밀양 거제 함안 의령 창녕 등 5곳에서 밀양 1곳으로 줄었다. 18일에도 부산·울산·경남과 대구·경북 남부에 5~30㎜의 비가 더 내리고 남부지방 곳곳에는 소나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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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기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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