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투기적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대출을 제한할 것이란 방침이 나왔을 때부터 시장에서는 “직장이나 자녀 교육 때문에 불가피하게 전세로 사는 1주택자까지 대출이 막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규제의 그물은 예상보다 촘촘하지 않았는데요.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를 임대하고 부부 모두 해당 주택에 거주한 적이 없는 경우에만 대출을 제한하는 등 실수요자가 억울하게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도록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전세대출 제한 대상이 되려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우선 수도권이나 규제지역의 아파트를 한 채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빌라나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보유자는 이번 조치에서 제외됩니다. 해당 아파트를 가족이 아닌 제3자에게 임대하고 있어야 하고, 부부 모두 그 집에 한 번도 실제로 거주한 적이 없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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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중 한 명이라도 해당 주택에서 산 이력이 있다면 현재 다른 지역에서 전세로 살더라도 대출 제한을 받지 않습니다. 부모 봉양이나 자녀 교육, 직장 이동 등 비거주 사유를 별도로 입증할 필요도 없습니다. 집을 살 당시 실거주 의사가 있었다는 점을 과거 거주 이력으로 확인하겠다는 겁니다.
금융위가 이처럼 규제 대상을 좁힌 것은 비거주 사유를 정부가 일일이 가려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비거주 1주택자가 100만 명이라면 비거주 사유도 100만 가지일 수 있다”며 “이혼 소송이나 가정폭력처럼 개인적이고 은밀한 사유까지 금융회사가 확인하도록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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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법처럼 예외 사유를 열거하는 방식도 검토했지만 채택하지 않았는데요. 세금은 잘못 부과되더라도 이의신청 등을 거쳐 돌려받을 수 있지만, 전세대출이 거절돼 살 집을 구하지 못하면 피해를 되돌리기 어렵다는 이유입니다. 애매한 사례를 규제 대상에 포함하기보다 확실한 투기 수요만 걸러내겠다는 취지입니다.
은행이 투기 목적을 적극적으로 조사하는 방식도 아닙니다. 금융위는 은행이 주민등록이나 임대차계약 등을 통해 실거주 이력을 확인하되, 규제 회피자를 색출하는 역할까지 맡기지 않겠다는 방침입니다. 애매한 사례는 은행 여신심사위원회가 판단하고, 필요한 경우 금융당국의 유권해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일각에서는 규제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실제 잠시라도 전입해 거주 이력을 만들거나 가족을 형식적으로 들이는 방식으로 규제를 피할 가능성이 있어서입니다. 금융위도 제도의 빈틈을 완전히 막기는 어렵다고 인정했는데요. 다만 이번 대책의 목적이 투기적 1주택자를 샅샅이 적발해 징벌하는 데 있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1주택자 전세대출에 대한 공적 보증을 점진적으로 줄여가는 과정”이라며 “규제 선상에 애매하게 걸린 사람은 최대한 제외하려고 했다”고 했습니다.
규제의 실제 대상도 많지 않을 전망입니다. 수도권 아파트와 관련된 1주택자 전세대출은 약 6만 건, 9조3000억원 규모로 추산됩니다. 제3자 임차와 부부 모두 실거주 이력이 없다는 조건까지 적용하면 실제 제한 대상은 이보다 상당히 적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부 1주택자의 전세대출이 막히는 사례는 있겠지만, 정책의 상징성에 비해 전세시장과 가계대출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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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백브리핑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 안팎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하는 코너입니다. 공식 발표로는 보이지 않는 정책 배경과 시장 반응, 내부 분위기까지 더 가까이에서 전달하겠습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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