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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으면 아르마니 지분 팔라"…유언장 공개에 '술렁' [안혜원의 명품의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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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으면 아르마니 지분 팔라"…유언장 공개에 '술렁' [안혜원의 명품의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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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죽으면 회사 지분 팔아라.”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난 이탈리아 패션 거장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남긴 유언이다. 1975년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를 세운 뒤 50년 동안 외부에 지분을 넘기지 않고 독립 경영을 고수했던 아르마니는 평생 신조와는 다른 방향의 유언을 남겼다. 인수 후보로는 LVMH와 로레알, 에실로룩소티카까지 직접 지목했다. 아르마니가 남긴 재산은 막대했다. 포브스는 그가 사망할 당시 순자산을 121억달러(약 16조원대)로 추산했다. 재산의 상당 부분은 자신이 세운 아르마니그룹 지분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 거대한 패션제국을 가족이 아닌 외부 자본에게 넘기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아르마니는 왜 자신이 죽은 뒤에 지분을 매각하라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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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외신에 따르면 조르지오 아르마니 재단은 아르마니그룹 지분 15%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9월4일 91세로 별세한 아르마니가 남긴 유언에 따른 것이다. 다만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회사 소식통과 재단 이사회 문서 등을 인용해 당초 내년 3월까지로 예정된 지분 매각이 이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명품업계의 어려운 시장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거래 구조가 복잡해 협상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아르마니 없는 아르마니’ 누가 이끌까
    아르마니의 유언이 처음 공개됐을 때 패션업계는 크게 술렁였다. 아르마니에게 회사의 독립은 일종의 경영 원칙이었다. 루이비통·디올·펜디 등을 거느린 LVMH와 구찌·생로랑·보테가베네타 등을 보유한 케링이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우는 동안 그는 자신의 회사를 어느 명품그룹에도 넘기지 않았다. 증시에 상장해 외부 주주를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인수 제안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단 한차례도 승낙하지 않았다. 2021년 이탈리아 아녤리 가문의 존 엘칸이 아르마니에 접근했다는 기록이 있다. 과거 마우리치오 구찌가 구찌를 이끌던 시절에도 인수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아르마니는 끝까지 회사 지배력을 희석하지 않았다. 그는 사망할 때까지 회사의 유일한 주요 주주로 남아 디자인과 경영 양쪽을 직접 통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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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그가 사후에는 정반대의 계획을 세웠다. 유언장에 따르면 아르마니 지분 15%를 사망 후 18개월 안에 우선 매각하도록 했다. 이어 사망 후 3~5년 사이 같은 인수자에게 추가로 30~54.9%의 지분을 넘기도록 했다. 이를 대신해 이탈리아나 이에 준하는 시장에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선택지도 마련했다.

    누구에게 팔 것인지도 구체적으로 정해뒀다. 프랑스 명품그룹 LVMH와 화장품 기업 로레알, 글로벌 안경업체 에실로룩소티카를 우선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 외에도 아르마니가 설립한 재단과 그의 오랜 사업·생활 파트너인 판탈레오 델로르코의 동의를 얻은 동급의 패션·럭셔리 기업이 후보가 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 아르마니와 사업 관계가 있는 기업을 우선 고려하라는 내용도 담겼다.


    로레알과 에실로룩소티카는 이미 아르마니와 깊은 사업 관계를 맺고 있다. 로레알은 아르마니의 향수·화장품 사업 파트너이고 에실로룩소티카는 아이웨어 사업을 맡고 있다. LVMH 역시 아르마니가 잠재적 파트너로 자신들을 직접 지목한 데 대해 “영광스럽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아르마니 유언의 비밀
    평생 독립을 고집했던 아르마니가 왜 자신의 사후에는 외부 자본을 받아들이도록 했을까. 유언장에는 그 이유가 명시돼 있지 않다. 다만 그의 가족관계와 당시 회사의 지배구조를 보면 승계 문제가 중요한 배경이었을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아르마니는 결혼하지 않았고 자녀도 두지 않았다. 여동생과 조카들, 수십 년간 함께 일한 최측근은 있었지만 회사의 지분과 경영, 디자인을 한꺼번에 이어받을 단일 후계자는 없었다. 그는 생전 회사 지분 대부분을 직접 보유하면서 경영과 디자인까지 장악해 마지막까지 회사의 창의적·경영적 통제권을 직접 행사했다. 이같은 구조는 아르마니가 살아 있을 땐 장점이었다. 외부 주주나 모기업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창업자가 장기간 자신의 미학과 경영 전략을 밀어붙일 수 있었다. 하지만 창업자가 사라지면서 오히려 승계의 문제로 불거졌다. 단순히 '16조원대 재산을 누구에게 남길 것인가'가 아닌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없는 아르마니를 누가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가 숙제로 남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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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언장에 담긴 지분 매각 방식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우선 15%만 외부에 매각하고 수년 뒤 추가 지분을 같은 인수자에게 넘기도록 명시됐다. 외부 전략적 주주를 단계적으로 받아들이도록 설계한 것이다. 동시에 창업자의 철학을 지킬 장치도 남겼다. 아르마니가 2016년 설립한 조르지오 아르마니 재단은 그의 승계 계획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다. 회사는 아르마니 사후 재단이 앞으로도 회사 자본의 최소 30%를 보유하며 창업자의 원칙을 지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언에 따라 회사가 상장되거나 지분 매각이 진행될 경우에도 재단은 30.1%의 지분을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재단에는 차기 그룹 최고경영자(CEO)를 제안하는 역할도 부여됐다.

    아르마니의 유언장을 단순한 ‘회사 매각 계획’라 보면 단편적인 시각이 될 수 있다. 외부 기업이 지분을 가질 수 있도록 길을 열면서도 재단이 상당한 지분과 영향력을 계속 보유하도록 한 절충형 승계 구조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회사 의결권 중 일부는 측근에게 분산했다. 의결권은 파트너 델로르코 40%, 재단 30%, 조카 실바나와 안드레아가 각각 15%를 갖도록 배분했으며, 여동생 로산나와 조카 로베르타에게도 무의결권 지분을 남겼다. 가족에게 재산 일부는 상속하되, 회사를 가족 중 한 명에게 통째로 물려주진 않은 것이 핵심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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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아르마니가 남긴 설계도를 현실로 옮기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점이다. 유언에 따라 첫 15% 매각은 내년 3월까지 이뤄지는 것이 당초 일정이지만 현재 검토 작업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단 측은 유언에 적힌 일정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시한을 지키는 것보다 좋은 매각 조건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외신에 따르면 재단 이사인 로스차일드앤드코의 어빙 벨로티도 지난 4월 재단 이사회에서 지분 매각 검토가 아직 예비 단계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 작업은 올해 시작하지만 실제 완료는 2027년 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회사는 IPO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명품시장 침체도 변수다. 아르마니그룹의 올해 1~2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현재 환율 기준 7.5%, 고정환율 기준 3.9% 감소했다. 특히 도매 매출이 고정환율 기준 10.7% 줄었다. 반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DTC 매출은 환율 영향을 제외하면 3.5% 증가했다. 회사는 운영비용을 2500만유로 줄이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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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첫 지분을 누가 가져갈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첫 매각 대상인 15%를 LVMH·로레알·에실로룩소티카가 각각 5%씩 나눠 인수하는 방안을 회사가 검토 중이지만 확정된 내용은 아니다. 향후 어느 회사가 아르마니 지분을 인수하느냐에 따라 명품업계의 판도도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유언에는 최초 15%를 산 인수자가 수년 뒤 추가 지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첫 매각 상대가 장기적으로 아르마니의 소유 구조를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 세 후보 가운데 여러 패션 브랜드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LVMH가 가장 최우선 잠재적 인수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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