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재산분할 소송에 재상고한 배경에는 9440억원의 지급 방식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이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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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파기환송심 선고 이후 재상고 여부를 검토하는 동시에 9440억원의 재산분할금을 마련해 지급하는 방안도 살펴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단기간에 거액의 현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고, 노 관장 측과 지급 방식에 대한 협의도 끝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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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노 관장 측이 9440억원 전액을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 협상의 핵심 쟁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 측은 주식과 현금을 섞어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재상고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소영은 현금 요구, 최태원은 주식 활용 제안
15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파기환송심 판결이 나온 뒤 재산분할금을 실제 지급하기 위한 자금 마련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9440억원을 단기간에 현금으로 마련하려면 보유 주식이나 자산을 상당 규모로 처분하거나 차입을 활용해야 한다. 최 회장 측은 이 과정에서 SK㈜ 지분을 대규모로 매각할 경우 시장과 그룹 경영에 미칠 부담이 적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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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노 관장 측에 주식과 현금을 적절히 섞어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식으로 지급한 뒤 주가가 하락할 경우 그 차액을 보전하는 방안도 제안 내용에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 관장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전액 현금 지급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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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의 협의가 최종적으로 결렬되면서 최 회장 측은 재상고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부터 재상고를 염두에 두고 자금 마련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실제 지급 방안을 놓고 협의를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다시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다.
최 회장 대리인단은 재상고 기한인 14일 자정을 1분 앞둔 오후 11시 59분 상고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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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인단은 “여러 사정을 고려해 고심 끝에 상고장을 제출했다”며 “주주들과 그룹 경영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자세로 향후 절차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9440억원 마련, SK㈜ 매각은 부담
재상고 결정에는 현실적인 자금 마련 문제도 작용한 것으로 재계와 법조계는 보고 있다. 9440억원을 현금으로 마련하려면 최 회장이 보유한 주식과 자산을 상당 규모로 유동화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SK㈜ 지분과 SK실트론 지분 등을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돼 왔다.
이 가운데 SK㈜ 지분 매각은 부담이 크다. SK㈜가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만큼 최 회장이 대규모 지분을 처분할 경우 개인의 자금 마련을 넘어 그룹 지배력과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SK㈜ 주식을 매각한다고 해도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에 따라 최소 거래일 30일 전에 계획을 공시해야 하는 등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SK실트론 지분을 활용하는 방안은 SK㈜ 지분 매각보다 그룹 지배력에 미치는 직접적인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지만, 실제 매각 과정에서는 세금과 거래 조건 등을 따져야 한다. 지분 평가액만큼의 현금을 그대로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주식 매각과 주식담보대출 등을 병행해 자금을 마련하는 방안도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상고, ‘시간 벌기’만은 아니다
재상고를 단순히 현금 마련을 위한 시간 확보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파기환송심은 노 관장의 재산분할 비율을 33.3%로 정하고 최 회장이 9440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했다.
종전 항소심의 1조3808억원보다는 4368억원 줄었지만, 재산분할 비율은 항소심의 35%에서 1.7%포인트 낮아지는 데 그쳤다.
앞서 대법원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원이 SK그룹 성장에 기여했다는 종전 항소심 판단을 파기했다. 해당 자금이 SK에 유입됐다고 하더라도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해 재산분할에서 노 관장의 기여로 그대로 참작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그럼에도 파기환송심에서 노 관장의 기여도가 3분의 1로 인정되면서 최 회장 측이 재산분할 비율과 산정 방식에 법리적인 문제가 있는지 다시 다퉈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 주식의 가치 상승분을 재산분할에 어떻게 반영했는지, 재산분할 대상과 기여도를 어떤 기준으로 산정했는지 등이 대법원에서 다시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 1.3억’ 지연손해금도 변수
지연손해금 부담 역시 재상고 결정 과정에서 고려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파기환송심 판결에 따르면 9440억원에 대해서는 판결 확정 다음 날부터 변제일까지 연 5%의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 단순 계산하면 연간 약 472억원, 하루 약 1억2930만원 수준이다.
재상고로 판결 확정 시점이 늦어지면 당장 9440억원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을 피하면서 자금을 마련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결국 이번 재상고에는 9440억원이라는 재산분할 규모 자체에 대한 법리적 불복과 함께, 전액 현금 지급을 요구한 노 관장 측과 주식·현금 혼합 지급을 제안한 최 회장 측의 협의가 결렬된 것이 직접적인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재계와 법조계는 보고 있다.
여기에 SK㈜ 등 주요 자산을 단기간에 현금화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그룹 지배구조와 시장 영향, 지연손해금 부담까지 복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