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입찰 수요는 높았지만

미국 재무부는 13일(현지시간) 시행한 250억달러 규모 30년 만기 국채 신규 발행 입찰에서 금리가 연 5.22%로 결정됐다고 발표했다. 2001년 8월 기록한 연 5.52% 후 최고치다. 지난달 발행 금리(연 5.06%)와 비교하면 0.16%포인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5년 1월(4.91%)에 비해서는 0.31%포인트 높다. 지난 12일 진행된 420억달러 규모 10년 만기 국채 입찰에서도 발행 금리는 2007년 후 최고치인 연 4.68%를 나타냈다.
30년 만기 국채 응찰률(발행액 대비 입찰액 비율)은 2.39배로 최근 6회 응찰률 평균(2.36배)보다 높았다. 다만 해외 수요를 나타내는 간접 수요는 66.8%로 최근 평균(67.0%)보다 약간 낮았다. 게나디 골드버그 TD증권 미국금리전략가는 “장기 채권 수요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투자자들은 높은 금리를 원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장기채 발행 증가 우려
이미 발행된 국채의 유통 시장 분위기는 달랐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자 인플레이션 우려는 한풀 꺾였다. 30년 만기 국채 시장 금리(미국 재무부 오후 3시30분 고시 기준)가 연 5.21%로 전일 대비 0.03%포인트, 10년 만기 국채는 연 4.63%로 0.05%포인트 내렸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오는 9월은 물론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한 영향으로 분석된다.ADVERTISEMENT
그럼에도 신규 발행 금리가 높았던 건 미래 불확실성 증가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 때문이다. 장기 국채에 요구하는 ‘기간 프리미엄’(보상금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직접적 원인은 11일 기준 39조9419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국가 부채다. 재정적자도 불어나고 있다. 금리 상승에 따른 국채 차환 발행 비용 증가, 관세 환급, 국방비 증가 등으로 7월까지 누적 1조1963억달러에 이르렀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2% 늘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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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는 재정 긴축 신호를 주지 않고 있어 앞으로도 국채 발행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들이 향후 국채 공급 증가 가능성을 국채 금리에 반영하길 원하는 이유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도 그 이유다. Fed가 기준금리 결정 때 주로 참고하는 7월 근원·헤드라인 개인소비지출(PCE·26일 발표)은 3%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유가 반등이 8월 물가에 다시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물가 상승률이 클 것으로 예상하면 장기 국채 투자자는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한다.
Fed 내부에선 인공지능(AI) 투자 경쟁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 매파로 분류되는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연은 총재는 이날 강연에서 “기업들 사이에서 자금 조달과 차입을 통한 투자 과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는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커지는 재무부 부담
이는 고스란히 미국 재무부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장기 국채 공급 과잉 우려에 대응해 5일 장기 국채 발행 축소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필요한 자금을 주로 단기 국채로 조달하겠다는 의미다.단기 국채 발행을 늘리면 당장 장기 국채 발행 때 높은 이자 부담이 줄어든다. 하지만 그만큼 짧은 기간을 두고 차환해야 해 금리 변동에 취약해지는 단점이 있다. 존 패스 BTG팩추얼자산운용 파트너는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유일하고 확실한 해결책은 미국 정부의 예산 긴축”이라며 “장·단기 국채 비중 조절은 무책임한 미봉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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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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