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에서 20년 넘게 1주택을 보유하며 살아온 50대 A씨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을 확인한 뒤 밤잠을 설쳤습니다. 당초 별다른 일이 없다면 현재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계속 살아가려 했지만, 세법 개정 소식에 계산기를 두드려보지 않을 수 없게 됐기 때문입니다. 한곳에 오랫동안 터전을 잡고 살아온 만큼, A씨의 집값은 최초 매수 가격에 비해 현재 수십억원 이상 올랐습니다. A씨는 정든 강남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사해야 하는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가, 최근 자산가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활용되는 '제자리 갈아타기'라는 생소한 전략을 접하고 실행에 옮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정부가 초고가 주택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에 공제 한도를 신설하는 세제 개편을 추진하자,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을 서로 맞교환하는 이른바 '제자리 갈아타기'가 절세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장특공 상한선이 본격 도입되기 전에 기존에 누적된 양도 차익을 정산하고 매수 가격(취득가액)을 높여놓음으로써, 향후 발생할 양도세 부담까지 미리 완화하려는 주택 보유자의 셈법이 만들어낸 시장 풍경입니다.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은 초고가 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담을 크게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고가 주택 장기 보유자의 양도세 감면 효과를 극대화해주던 장특공 공제액에 '절대적 상한선'을 주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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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제도에서는 1세대 1주택자가 10년 이상 보유 및 거주할 경우 양도차익을 최대 80% 제한 없이 공제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공제율 80%를 유지하되, 공제금액은 2028년 최대 20억원, 2029년부터는 10억원으로 제한됩니다.
예를 들어 양도 차익이 30억원 발생하는 경우, 10년 보유 및 거주했을 때 현행 제도에서는 공제율 80%(24억원)를 모두 공제받아 나머지 6억원에 대해서만 과세가 이뤄집니다. 그런데 2029년 이후에는 10억원만 공제되고, 나머지 14억원이 과세 대상이 됩니다. 양도 차익이 많을수록 공제액 상한의 영향도 커지는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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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장특공 한도 신설로 인한 세금 폭탄이 예견되자, 시장에서는 같은 단지나 인근 동네 안에서 집을 서로 맞교환하는 '제자리 갈아타기'를 고민하는 집주인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장기보유특별공제 공제액에 한도가 걸리지 않은 지금 시점에 거래를 진행해 현재 기준 양도세에서 누릴 수 있는 공제 혜택을 최대한 받아두려는 취지입니다.

특히 일부 집주인은 장특공 한도가 적용되기 전에 시세보다 오히려 가격을 높여 거래하는 이른바 '업계약' 성격의 상담까지 세무 전문가에게 요청하고 있습니다. 당장 높은 거래액에 맞춰 취득세나 일부 양도세를 더 부담하더라도, 매수 금액(취득가액) 자체를 높은 수준으로 올려놓으면 향후 집값이 더 오르더라도 그 이후에 발생한 누적 차익에 대해서만 새로 양도세를 내면 되기 때문입니다. 미래에 발생할 거대한 양도세 부담을 미리 줄이기 위해 당장의 세액 손실을 감수하는 중대 결단을 내리는 셈입니다.
서초구에 40억원대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고 있는 한 입주민은 "아파트 맞교환 거래는 이번 세제개편안이 나오기 전에도 자산가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거래되던 방식이긴 한데, 최근 들어 이를 고민하는 이웃이 확실히 늘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이어 "특히 다양한 평형대로 구성된 대단지의 경우, 자녀가 자라 평수를 늘려야 하는 중년 세대와 자녀 독립 후 집을 줄여도 되는 노년 세대 간의 단지 내 맞교환 거래도 실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1~6월 전국 아파트 교환 거래는 305건으로, 2023년 상반기 394건 이후 가장 많았습니다. 다만 이 통계에는 이달 발표된 세제개편안 이후의 거래는 아직 반영되지 않은 만큼,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에는 맞교환 거래 건수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현장에서는 절세를 위해 집을 맞교환한 뒤 정작 이사는 가지 않는 기이한 거래 형태도 포착됩니다. 집을 '맞교환'해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친 후, 원래 살던 집에 각자 전세를 주고 그대로 거주하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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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의 한 공인 중개 관계자는 "서로 집을 맞교환함과 동시에 상호 전세 계약을 체결해 거주를 이어가려는 이들도 있다"며 "기존의 주거 환경과 생활권을 유지하면서도 세법 개정에 따른 불이익을 피하려는 고가 주택 보유자들의 머리싸움이 매우 치열하다"고 말했습니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장기 보유하며 양도 차익이 상당 부분 누적된 상태라면, 제자리 갈아타기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종부세 인상이 매년 계속되면 고정적 현금 흐름이 없을 경우 고가 주택을 소유하는 것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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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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