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악부터 K디저트까지…K-전통, 세계적 IP로 진화
이 같은 열기는 국악을 감각적인 팝으로 탈바꿈시킨 서도밴드의 '조선팝' 신드롬으로 연결되며, 전통문화가 K컬처의 판도를 바꾸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기 시작했다. 약과·개성주악 등 K디저트의 흥행과 한옥을 재해석한 브랜드 팝업스토어에 이르기까지 전통 요소를 접목한 콘텐츠가 국내외에서 전방위적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이 현상의 중심에는 전통을 '보존해야 할 유산'이 아닌 '가장 독창적이고 세련된 취향'으로 받아들이는 Z세대의 소비 기류가 자리한다. 기성세대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젊은 층은 전통을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하나의 플레이그라운드로 활용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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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흐름은 해외 관광객들의 한국 방문 코스까지 바꿔놓고 있다. 국립국악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간판 공연인 '토요명품'을 관람한 외국인 관객은 2185명으로, 전체 관람객의 33.2%를 차지했다. 2021년 8.9%에 불과했던 외국인 관객 비율은 지난해 36.3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30%대 안착을 이어가는 중이다.
외국인 대상 체험 프로그램 참여자 역시 급증했다. 올 들어 7월까지 국악기 체험 인원은 1979명에 달해 이달 신청자(380명)를 포함하면 이미 지난해 전체 참가 기록(2082명)을 넘어섰다. 국립국악원에 따르면 최근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중장년층뿐 아니라 젊은 연령대의 외국인도 국악원을 개별 방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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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의 '아리랑' 처럼 국악을 대중문화의 중심부로 끌어올린 아티스트들의 활약도 눈에 띈다. 결성 9년 만에 첫 정규 앨범 '원'을 발매하는 '조선팝 창시자' 서도밴드가 대표적이다. 판소리 '춘향가'의 전체 서사를 팝 사운드로 재해석해 아카이빙한 이들은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리는 800석 규모의 단독 콘서트를 앞두고 있다.
서도밴드는 한경닷컴과의 인터뷰를 통해 오랜 결실의 소회를 드러냈다. 보컬 서도는 "데뷔 초 팀을 알리기 위해 선보였던 30분 분량의 춘향가 스토리텔링 공연은 몰입도가 매우 높은 효자 곡들이었다"며 "언젠가 하나로 묶어 아카이빙하는 게 팀의 숙원 사업이었는데 때가 와서 완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팀의 정체성인 '조선팝'에 대해 기타리스트 태주는 "한국 사람들만 가지고 있는 특유의 정서를 모두가 공감하게 하는 음악"이라고 정의했다. 서도는 "역사적으로 수많은 침략을 겪으며 형성된 공동체 문화와 '정' 같은 민족적 정서가 우리 음악의 바탕"이라며 "아리랑 샘플링이 나올 때 느껴지는 벅찬 감정처럼,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위로와 감동을 전하고 외국인들에게는 호기심과 낭만을 건네는 매개가 된다"고 부연했다.
이어 키보디스트 성현은 "아이돌 음악이나 팝 사이에서 국악적 요소가 나올 때 대중은 '특이하다'고 느끼지만, 그다음 단계는 '익숙하다'가 되어야 한다"며 "한국인의 정서를 표현하는 팀들이 더 많이 나와서 시장 판 자체가 커져야 다 함께 날개를 달 수 있다"고 소신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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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 역시 "자국 문화에 대한 가치를 크게 느끼고 자긍심이 생긴다면 진짜 문화강국이 되는 것"이라며 "야외 페스티벌에서 '강강술래'를 부를 때 아이들까지 손을 잡고 도는 모습은 우리 피 속에 흐르는 보편적 감수성이 건드려졌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시작된 공동체 문화의 낭만을 전 세계로 확장해 가고 싶다"고 내다봤다.

이러한 전통의 현대적 재해석은 산업적 성과로도 증명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통계에 의하면 전통 한과 및 떡류를 포함한 쌀 가공식품 수출액이 상반기 기준 1억3000만달러를 넘어서며 역대 최대 기록을 고쳐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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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진흥원이 집계한 성과 자료에서도 전통 문양과 고전 IP를 활용한 문화상품 브랜드 'K-헤리티지'의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49.7% 증가한 90억9000만원을 돌파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 재산권 시장도 뜨겁다. 지식재산처 조사 결과, 올 상반기 우리 문화유산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 출원은 405건을 기록해 전년 동기(207건) 대비 96%가량 급증했다. 소형 장식품과 인쇄물, 생활용품 등 실생활 밀착형 제품군이 이 같은 우상향 곡선을 견인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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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택 지식재산처 상표디자인심사국장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파란색 호랑이 캐릭터 '더피(DERPY)'처럼 우리 문화유산을 활용한 콘텐츠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개발한 전통 문화유산 활용 디자인을 온전히 보호받기 위해서는 디자인권 출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시적인 레트로 유행을 넘어 K-전통이 본격적인 스펙트럼을 넓히기 시작한 현상에 집중하고 있다. 한 유통 관계자는 "이 같은 흐름은 자국 문화에 대한 자긍심과 결합해 K컬처의 새로운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출발점"이라며 "단순한 과거의 재현을 넘어, 우리 문화 고유의 정체성에 현대적인 감각을 입힌 전통 콘텐츠가 K컬처를 대표하는 세계적 IP로 정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