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에서 법적 실체가 없는 ‘유령 기관’이 정부 예산을 배정받고 정부청사에 사무실까지 차린 사실이 드러났다.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한다는 명목으로 나이지리아에서 설립된 ‘대통령 직속 외국개입촉진위원회’는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기구인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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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위원회가 올해 연방정부 예산 95만달러(약 13억5000만원)를 배정받았다는 점이다. 정부 공식 도메인을 사용하는 홈페이지까지 운영했다. ‘대통령 직속’이라는 명칭을 활용해 외국 정부와 나이지리아 정치인이 만나는 고위급 행사도 대통령 명의로 개최한 것으로 알려졌다.이 위원회를 이끈 아데니이 아데예미(사진)는 다음달 법정에 설 예정이다. 그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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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에서는 아데예미 개인의 범죄 혐의보다 국가 예산·행정 감시 시스템의 허점에 더 큰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실이 가짜 기관의 존재를 알고도 묵인했다면 자금 유용 연루 의혹에서 벗어날 수 없고, 존재를 몰랐다면 정부의 무능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한 나이지리아 시민단체는 FT에 “돈의 규모보다 절차가 더 큰 문제”라며 “애초에 이런 기관이 어떻게 예산안에 들어갈 수 있었는지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유령 기관의 예산을 승인한 의회도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렵다. 올해 나이지리아 예산은 총 약 500억달러로 예산서만 2604쪽에 달한다. 투자은행 스탠빅IBTC 창립자인 아테도 피터사이드는 “방대한 예산을 제대로 검토할 능력과 의지를 지닌 의원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해당 예산안은 상·하원에서 심의를 거쳐 지난 4월 볼라 티누부 나이지리아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확정됐다.
부패가 만연한 나이지리아 정부의 예산 편성 문제를 이번 사건이 드러내 보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이지리아 일간 디스데이는 “정부 예산이 가짜 지출 항목으로 가득 차 있다”고 전했다. 올해 예산안에 포함된 왕궁 보수 사업이 대표적이다. 예산안에는 왕궁 106곳이 보수 대상으로 지정됐지만 정부 예산 지출을 감시하는 비정부기구(NGO)에 따르면 11곳은 위치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한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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