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중은행들이 잇달아 알짜 부동산을 매각하고 있다. 40년간 영업점으로 쓰던 서울 명동 건물과 강남 역세권 대형 빌딩까지 매물로 내놨다. 과거 오프라인 확장 전략을 추진하며 늘린 영업용 건물을 추가로 정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수도권 건물 줄줄이 매각
국민은행은 10일 보유 중인 대형 부동산을 매각하는 입찰을 시작했다. 오는 14일까지 서울 양평동종합금융센터, 신당동종합금융센터, 독산동지점, 옛 장안동지점, 성남 수내역종합금융센터, 대전 둔산선사종합금융센터, 대구 봉덕동점 등 10개 건물의 매수 희망자를 모집한다. 서울 도심에 가까우면서 대지면적이 넓은 양평동과 장안동 건물이 핵심 부동산으로 평가받는다.국민은행은 지난해에도 서울, 경기, 강원 등에 있는 13개 건물을 매물로 내놔 4개를 처분했다. 활용도가 떨어지는 건물을 팔아 현금화하는 전략을 이어왔다.
ADVERTISEMENT

다른 은행들도 같은 이유로 부동산 매각 작업에 한창이다. 신한은행은 명동 신한익스페이스와 성수동 합숙소 건물 매각을 추진 중이다. 신한익스페이스는 신한은행 명동역지점이 있던 건물로 해당 영업점이 영업을 시작한 1986년부터 40년간 영업점으로 쓰던 곳이다. 2021년 명동역지점이 문을 닫은 후엔 신한금융그룹 디지털 관련 부서와 국내 스타트업들이 사무공간 등으로 사용 중이다. 신한은행은 성수동 직원 합숙소를 살 매수자도 찾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자본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달 그래비티자산운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명동 우리금융디지털타워를 매각하는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우리은행이 2019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뒤 처음 매입한 건물로 은행 정보기술(IT) 조직과 다른 우리금융 계열사가 입주한 건물이다. 우리은행 본점 맞은편에 있는 빌딩으로 은행을 넘어 종합 금융그룹으로 도약하려는 의지가 담긴 상징적 공간으로 평가된다.
ADVERTISEMENT
하나은행은 이달 말 강남 테헤란로의 오피스 공간인 역삼하이츠 저층부(지하 2층~지상 7층)를 파는 예비입찰을 시행한다. 지하철 2호선 역삼역 바로 옆에 있어 올리브영과 공유 오피스인 패스트파이브 등이 임차해 쓰고 있다.
◇부동산 팔아 투자 실탄 마련
은행들은 디지털 뱅킹 확산으로 영업점 방문객이 줄자 활용도가 낮은 부동산을 차례로 정리하고 있다. 영업점 문을 닫은 뒤 공실 상태가 지속되거나 인근에 또 다른 영업점이 있는 건물 등이 주요 매각 대상이다. 다만 금융 취약계층의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점포를 대거 줄이지는 못하고 있다. 지역별 영업거점을 유지하면서 직원 2~3명으로 운영하는 출장소를 늘리는 추세다.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국내 은행(특수은행 포함)의 국내 출장소는 1029개로 올해 들어서만 70개 증가했다. 2023년 말(872개) 이후 2년여 만에 157개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지점(4520개)은 300개 이상 줄었다.
주주 환원과 투자를 동시에 확대하면서 자본 확충 수요가 커진 것이 은행들이 부동산을 내다파는 이유로 꼽힌다. 금융권에선 주주 환원과 생산적 금융으로 점점 더 많은 재원이 필요해지면서 은행들의 부동산 매각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은행을 자회사로 둔 금융지주회사는 최근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에도 매년 수십조원을 투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규모 자본이 꾸준히 소진되는 상황에서 핵심 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3%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본 건전성을 개선하고 투자 실탄을 확보하기 위해 유휴 부동산을 정리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전국에 있는 부동산의 활용도를 분석해 매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김진성/장현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