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남수마트라주에서 고무를 재배하던 수마르요노 씨는 3년 전 2200달러가량의 저축을 털어 10㏊ 규모 고무밭을 팜유 농장으로 바꿨다. 고무는 나무를 심은 뒤 수익을 내기까지 5~7년이 걸리고 이틀에 한 번꼴로 수액을 채취해야 한다. 반면 팜유 열매는 한 달에 두 번 수확해 바로 현금화할 수 있다. 세계 2위 천연고무 생산국 인도네시아에서 나타나는 이런 경작지 전환이 국제 고무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7일 로이터와 싱가포르고무무역협회에 따르면 싱가포르거래소(SGX)에서 거래되는 천연고무 TSR20 9월물 정산가격은 ㎏당 2.188달러다. 시장정보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가 집계한 가격은 1년 전보다 30.47% 올랐다. 1년 전 ㎏당 약 1.68달러였던 고무 가격이 2.19달러 안팎으로 상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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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이번 가격 상승을 기상 악화에 따른 일시적 현상만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한다. 인도네시아 농업부에 따르면 현지 고무 재배면적은 2021년 378만㏊에서 올해 313만㏊로 5년 동안 17% 감소했다. 생산량은 2021년 300만t 이상에서 올해 200만t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천연고무 생산량의 14%를 차지한다.
고무 농가가 팜유로 이동하는 것은 수익성 차이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바이오디젤 확대 정책으로 팜유 수요가 늘어난 반면 고무 가격은 2011년 고점 이후 장기간 부진했다. 고무 수액을 채취할 숙련 인력도 줄었다. 인도네시아 최대 고무 산지인 남수마트라에서만 최대 50만㏊의 고무밭이 팜유 농장으로 전환된 것으로 현지 업계는 추산한다. 고무나무를 다시 심더라도 수액을 채취하기까지 최소 5년 이상 걸리는 만큼 공급을 단기간에 되돌리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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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천연고무 시장도 공급 부족 상태다. 천연고무생산국협회(ANRPC)는 올해 세계 생산량을 1533만7000t, 소비량을 1555만t으로 전망했다. 수요가 공급보다 21만3000t 많다. 태국과 서아프리카의 생산 증가가 인도네시아의 감소분을 일부 메우고 있지만 전체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곳은 타이어업계다. 타이어산업은 인도네시아산 천연고무의 약 절반을 사용한다. 넥센타이어의 지난 3월 기준 원재료 구성에서도 천연고무 비중은 24%에 달했다. 다른 원재료 가격이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천연고무 가격이 30% 오를 때 전체 원재료비를 약 7% 밀어 올릴 수 있는 구조다.
원가 부담은 실적에도 나타나고 있다. 넥센타이어의 올해 2분기 매출은 891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43억원으로 19.5% 감소했다. 회사는 원재료 가격과 해상운임 상승을 수익성 하락 요인으로 꼽았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2월 국내 타이어 가격을 2~3% 올렸고 하반기 추가 인상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천연고무 현물가격 상승분이 소비자 가격에 곧바로 같은 폭으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업체들이 미리 확보한 재고와 장기계약 물량이 있어 통상 시차를 두고 제조원가에 반영된다. 다만 인도네시아의 경작지 전환이 이어져 고무 가격이 ㎏당 2달러 이상에서 장기간 유지되면 타이어 업체들은 수익성 하락을 감수하거나 판매가격을 추가로 올려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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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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