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에게 주휴수당 대신 소비기한이 임박한 ‘폐기 상품’을 챙겨주기로 합의했더라도 법적으로 유효한 임금 지급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단독 판사는 최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편의점 실대표 A씨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ADVERTISEMENT
경기도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던 업주 A씨는 2024년 3월부터 아르바이트생 B씨를 채용했다. 채용 당시 "주휴수당 지급은 어렵다"는 취지로 말했고 B씨는 "알겠다"고 답했다. 대신 A씨는 어차피 버려야 하는 소비기한 임박 상품이나 폐기 상품을 가져가라고 권유했고, B씨는 일주일에 1~2회 정도 포스기에 이름을 찍고 폐기 상품을 가져갔다. A씨는 이렇게 B씨가 가져간 폐기 상품의 가치가 약 250만 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약 8개월간 일하던 B씨는 2024년 11월 20일 해고 통보를 받고 이틀 후 최종 퇴직했다. 퇴직 후 B씨는 약 8개월간 받지 못한 주휴수당 172만 4000원과 30일 전 예고 없이 이뤄진 즉시 해고에 따른 해고예고수당 240만 원을 지급하라며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넣었다.
ADVERTISEMENT
법정에서 A씨는 "폐기 상품을 가져가기로 합의했고 250만 원 상당의 물품을 가져갔으므로 주휴수당이 지급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근로기준법상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외에는 주휴수당을 통화 이외의 것으로 대체할 수 없다"며 "주휴수당 지급이 어렵다는 말을 듣고 '알았다'고 한 사실만으로 주휴수당을 포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해고예고수당과 관련해서도 A씨는 "B씨가 포스기에 물건을 제대로 찍지 않고 판매해 재산상 손해를 끼쳤으므로 해고예고 예외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가 고의로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재산상 손해를 끼친 경우엔 해고예고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ADVERTISEMENT
하지만 재판부는 "장부상 재고와 실사 재고에 차이가 있다는 점만으로는 재산상 손해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일축하고 A씨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종종 임금을 '현물로 대체하는' 관행을 두고 분쟁이 벌어진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제43조가 규정한 '통화 지급의 원칙', 임금을 반드시 통화로 지급해야 한다는 원칙은 강행규정이다. 업주와 근로자가 합의했더라도 법적 효력이 없다.
ADVERTISEMENT
조철현 법무법인 대환 변호사는 "주휴수당을 안 받겠다는 근로자의 합의·각서는 법적 효력을 인정 받기 어렵다"라며 "근로자가 그런 제안에 소극적으로 응대하거나 침묵했다고 해서 수당 청구권을 포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없다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