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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게 걷기!" 18년 뛰어넘어 1위 찍었다…'프리티 걸' 주역들 [김수영의 크레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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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게 걷기!" 18년 뛰어넘어 1위 찍었다…'프리티 걸' 주역들 [김수영의 크레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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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가요계를 휩쓸었던 대표 걸그룹으로 빼놓을 수 없는 팀이 바로 카라(KARA)다. 엉덩이춤으로 화제를 모았던 '미스터'부터 '스텝', '루팡', '점핑' 등 짜릿한 사운드의 명곡과 함께한 이들은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까지 섭렵하며 승승장구했다.

    강렬하고 센 이미지의 곡들 사이에서 유독 당차고 밝은 에너지를 뿜은 곡이 있었다. 바로 2008년 12월 발표된 미니 2집의 타이틀곡 '프리티 걸(Pretty Girl)'. "어디서나 당당하게 걷기"라는 가사가 포인트인 이 곡은 겉모습보다는 내면을 가꾸는 태도를 강조하며 누구든 '프리티 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환하게 웃으며 곡의 메시지를 전하는 카라의 모습에 '프리티 걸'은 많은 이들에게 '자존감 지킴이'가 됐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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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로부터 18년이 지나 '프리티 걸'이 음악방송에서 1위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후배 그룹 리센느의 리메이크를 통해서다. 사실 카라는 '프리티 걸'로는 1위를 차지한 적이 없었다. '프리티 걸' 활동을 마친 뒤 후속곡인 '허니'를 통해 비로소 데뷔 후 첫 1위를 했다. 즉, '프리티 걸'은 세상에 나온 지 18년 만에야 1위의 한을 씻게 됐다.

    일부 음악 팬들은 빅뱅이 이문세의 '붉은 노을'을 리메이크하기까지 20년이 걸렸다는 점에 빗대며 긴 세월을 체감하기도 했다. '프리티 걸'의 2차 흥행은 리센느가 역주행 인기를 얻은 순간과 맞아떨어지며 타이밍이 좋았던 측면도 있지만, 곡 자체의 매력 또한 크다. 젊은 세대들이 선호하는 주체적이고 당당한 메시지와 한 번만 들어도 귀에 꽂히는 친숙한 멜로디가 1020 청자들의 마음마저 사로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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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대를 관통하는 곡을 만든 이들은 한재호·김승수·송수윤이다. 프로듀싱팀 스윗튠으로 잘 알려진 세 사람은 앞서 언급된 카라의 곡들을 전부 작업했다. 한재호·김승수가 곡을 쓰면 송수윤이 가사를 더하는 식이었다.


    최근 서울 모처에서 스윗튠을 만났다. 한재호는 "연락을 많이 받고 있다"면서 "곡 이용 허락은 리센느가 뜨기 전에 진행됐던 사안이다. 그 사이에 팀이 떠서 우리가 숟가락을 얹은 느낌"이라며 웃었다. 김승수 역시 "리센느 회사의 대표님과 이사님이 계속 공을 우리에게 돌리는데, 저희 곡이 아니었어도 친구들은 잘됐을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번 리메이크의 주된 방향성은 '원곡을 최대한 가져가는 것'이었다고 했다. 한재호는 "리센느 소속사 대표님에게 편곡에 관해 물었더니 '안 바꿀 거다. 원래대로 갈 것'이라고 하더라. 큰 줄기는 바꾸지 않았지만, 사운드적으로는 디테일하게 변화를 준 요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김승수는 "원곡보다 더 좋은 리메이크가 나오는 게 쉽지 않다. 원곡 느낌을 그대로 간 건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프리티 걸'의 가사는 특히 사랑받고 있다. 송수윤은 "사실 난 직설적으로 내뱉는 성격이라 밝고 건강하고 착한 이미지가 안 맞았다. 내게 전혀 없는 정서라 힘들게 가사를 써야 했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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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송수윤에게 한재호는 "모든 가사는 사람들이 '내 이야기다'라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을 해줬다고 한다. 그는 "대중에게 무언가를 제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당시에 소녀시대, 원더걸스와 같은 막강한 팀들이 있었고, 카라는 어렵게 제작하는 상황이었다. '나처럼 하면 할 수 있어', '내가 최고야'라는 식의 포장은 역효과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프리티 걸'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가사는 '당당하게' 뒤에 '걷기'를 붙인 것이라고. 한재호는 "'걷자', '걸어'가 아니라 '걷기'라고 스스로 주체적으로 다짐한 거다. 그 표현이 너무 대단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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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윗튠은 인피니트의 성공도 함께한 파트너다. '추격자', '남자가 사랑할 때', '내꺼하자', '파라다이스' 등이 이들의 작품이다.

    송수윤은 '내꺼하자' 가사가 나왔을 때를 떠올리며 "이게 너무 좋아서 조금도 수정할 생각이 없었다. 원래 오빠들에게 잘 그러지 않는데 그날은 그대로 문을 닫아버렸다. '너 가사 때문에 안 되면 어떡할 거야? 자신 있어?'라고 묻길래 바로 '그렇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후 인피니트는 '내꺼하자'로 데뷔 후 첫 음악방송 1위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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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이 힘든 시기에 음악적으로 큰 힘을 주며 같이 성장했기 때문에 팬들은 스윗튠을 유독 각별하게 생각한다. 세 사람은 열심히 하는 팀이 빛을 보는 게 자신들의 원동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송수윤은 "카라와 인피니트가 첫 1위를 할 때 엄청나게 울었다. 내게 그 친구들은 큰딸, 큰아들 같은 느낌"이라며 애틋함을 보였다.

    다만 모든 결과가 자신들의 공처럼 보이는 것은 경계했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기까지 했다. 한재호는 "모든 건 합이 맞아야 한다. 곡만으로 될 리는 절대 없다. 가수가 열심히 하지 않으면 어떤 좋은 곡도 보이지 않는다. 회사가 홍보를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모든 건 합이 맞아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김승수도 "어느 한쪽에서 삐그덕거리면 안 되더라"면서 "멤버들이 열심히 하면 주변 스태프들도 다 자기 일처럼 한다. 결국 한마음이 되어서 한 곳만 바라보며 같이 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송수윤 역시 "잘 되는 팀의 공통점은 멤버들이 좋고, 회사와 주변 스태프들도 뭉쳐서 같이 뛰는 느낌이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윗튠이라는 이름은 좋은 사람들과 재미있게 달콤한 튜닝(조율)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탄생했다. 정식 팀명이 아닌, 회사명이었지만 어느새 이들을 아우르는 이름이 됐다. 일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들어보니 이보다 더 적합한 이름은 없는 듯하다. "저희는 열심히 하는 사람들한테 감동을 해요. 그런 분들과 일하는 게 좋습니다."


    2010년대 중반까지도 활발히 다작을 이어가던 스윗튠은 김승수가 번아웃을 겪으며 5~6년간 휴식기를 가졌다. 이후 다시 일을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고 2021년부터 4년간은 음악 공부에만 몰두했다. 빠르게 변화한 음악 트렌드를 익히고 감을 회복하는 기간이었다.

    김승수는 "10년간 운전을 안 하다가 다시 하는 느낌이었다"고 털어놨고, 한재호는 "음악 스타일이 바뀐 상황에서 우리 걸 어떻게 접목해야 할지 고민하고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전했다. 그렇게 이제는 다시 작업실에 딱 붙어서 서로의 작업물을 듣고 피드백을 주며 창작가로서의 삶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들은 "스트레스는 엄청나지만, 다시 시작하니까 좋다. 뭐든 다시 시작하고 공부하면 재미가 있지 않나"라며 웃었다. 현재 걸그룹 유스피어와도 호흡을 맞추고 있다며 이 팀의 향후 행보에도 기대를 당부했다.

    "스윗튠의 신조요? 저희가 만드는 곡은 한 번 듣고 휘발되는 게 아니라 마음에 짠하게 남는 게 있었으면 좋겠어요. 옛날부터 악조건이 어쩔 수 없는 저희의 환경이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곡 자체만으로 그림이 그려지고, 사람들이 좋다고 느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저희의 확실한 철학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회사,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계속 재미있게 작업하는 게 목표입니다. 너무 행복하고 재미있어요. 팀들이 성장하며 올라가는 것도 좋고,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도 보람이 느껴집니다."

    K컬처의 화려함 뒤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땀방울이 있습니다. 작은 글씨로 알알이 박힌 크레딧 속 이름들.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스포트라이트 밖의 이야기들. '크레딧&'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을 하는 크레딧 너머의 세상을 연결(&)해 봅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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