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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졸지에 예비 내란범"…육사, 李 '쿠데타' 발언에 술렁 [이정우의 중대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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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졸지에 예비 내란범"…육사, 李 '쿠데타' 발언에 술렁 [이정우의 중대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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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일과 막 끝나고 휴대폰 받아서 본 첫 소식이 '쿠데타' 발언이었습니다.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는 반응부터 '현타가 온다'는 반응까지 당시 내부 동요가 정말 심했습니다."</i>

    육군사관학교 생도 A씨는 지난 5일 일과를 끝내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받은 충격이 지금도 가시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사관학교 통합을 논의하던 도중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군사 쿠데타가 몇 번 있었나, 다 육군에서 벌어진 일 아닌가. 육군사관학교 출신들이 한 일인데, 거기에 대해 책임을 물은 적이 있나"라며 "(사관학교) 통합을 하면 이럴 가능성이 줄어든다"라고 말했다.


    7일 한경닷컴은 사관학교 통합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육군사관학교 생도를 인터뷰했다. 그동안 설문조사 등을 통해 생도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알려졌지만, 생도가 직접 자신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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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를 통해 생도대에 최근 정부의 육·해·공 사관학교 통합 및 이전 신속 추진에 대한 반감 기류가 거세진 정황도 파악됐다. 그간 '미래전장 대비', '합동성 강화'라는 명목으로 국방부가 사관학교 통합을 거론했을 때까지만 해도 불가피하다는 생각도 들었으나, 이 대통령 발언 후 "졸지에 예비 내란범이 됐다"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 "장관 다녀간 날 '소통했다' 기사…다들 황당"
    A씨는 "사관학교 통합 관련 이야기가 올해 초부터 쭉 나왔다. 일관되게 생도대 내에서는 부정적이었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달 공개된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사관학교 통합 추진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육사·해사·공사 생도 1791명을 대상으로 한 사관학교 통합 찬반 설문에서 '반대'가 91.3%, '보통'이 5.3%, '찬성'이 3.4%로 나타났다.

    A씨는 "올해 5월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사관학교 통합과 관련해 생도들 의견을 듣겠다며 공청회를 했다"며 "생도들이 통합에 대해 우려되는 사항을 말씀드렸다. 만약 통합이 된다면 어느 시점에 되는지 등 질문도 많이 했는데 장관은 '확정된 것이 없어서 답변해줄 수 없다'고 거의 일관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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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 "간담회가 끝나고 장관이 가자마자 '생도들과 소통했다'는 언론 기사가 떴을 때 다들 굉장히 황당해했다"며 "직책을 맡고 있는 4학년 지휘근무생도들도 저녁 식사 때 여기저기서 '제대로 듣지도 않았다, 들을 의지도 없었다'는 불만을 쏟아냈다"고 전했다.

    그날 저녁 한 중대 훈육관은 이례적으로 중대 생도 140여명을 모아놓고 "나도 솔직히 충격을 많이 받았다. 그래도 우리는 사관생도이고 군인이니까 본분을 잊지 말고 최선을 다하자"고 다독였다고도 했다.


    A씨는 "생도들의 임관 포기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고 내부 기류를 전했다. 그는 "야전이 녹록지 않다는 것도 느끼는데 육사 출신에 대한 사회의 이미지까지 이렇게 돼버리면 고민될 것 같다"며 "병영 체험에서 만난 육사 선배들·비출신 장교 선배들·부사관들 전부 '아직 안 늦었다. 임관 자체를 다시 생각해 봐라'라고 했던 게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어진 지 30~40년 된 화랑관도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이 시급한데 예산이 내려오지 않아 몇 년째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 비만 오면 천장이 무너지고 곰팡이가 슨다"며 "이렇게 기본적인 처우도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인식만 계속 나빠지니 앞으로의 군 생활에 대한 기대치가 높을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 "계엄은 대통령이 하는 것…군인이 하는 게 아냐"
    이 대통령 발언 이후 군 안팎에서도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육사 총동창회는 입장문을 내고 "그동안 정부는 통폐합이 합동성 강화와 미래형 군 육성을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해 왔지만, 대통령의 발언은 이런 논리가 정책의 본질이 아니라는 점을 스스로 보여줬다"며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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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해·공군 전 참모총장 46명도 지난 6일 "과거 특정 사관학교 출신 일부 군인들의 정치 개입을 출신 학교 전체의 문제로 일반화하고 나아가 삼군 사관학교 통합을 그 예방책으로 제시하는 것은 진단과 처방이 어긋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비육사 출신' 군 전문가들 역시 '쿠데타 방지'가 통합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민호 우석대 군사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계엄은 대통령이 하는 것이지 군인이 하는 게 아니다"며 "육사 출신이 계엄을 했다고 육사를 없애버리면, 계엄한 사람은 대통령이니 대통령직을 없애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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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 여론도 사관학교 통합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뉴데일리가 리서치웰에 의뢰해 지난달 29~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관학교 통합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55.8%로 '찬성한다'(28.7%)보다 27.1%포인트 높았다.

    다만 국방부는 오는 26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국군사관학교 창설 관련 공청회'를 열고 수렴한 의견을 검토해 오는 10월께 국군사관학교 창설 세부 계획을 수립·발표한다는 방침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사관학교 통합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잘못된 역사와 단절하고 헌법과 국민에게 충성하는 국군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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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무선전화 RDD 방식 자동응답(ARS)으로 이뤄졌으며 응답률은 2.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중대사안'은 사법(司)·안보(安) 이슈를 짚습니다. 검찰청 폐지·국군사관학교 통합 같은 굵직한 변화부터 사소하지만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운 이야기까지, 이정우 기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을 기록하겠습니다.

    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krse905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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