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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이념 투쟁"…거리두던 입시 정책 말 꺼낸 李 [청와대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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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이념 투쟁"…거리두던 입시 정책 말 꺼낸 李 [청와대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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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시 정책이라는 건 바꾸면 바꿔서 난리, 안 바꾸면 안 바꿔서 난리에요. 왜냐하면 원래 난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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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9월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입 제도 개편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도 교육 문제는 섣불리 말하거나 건들지 않겠다는 ‘각오’에 가까운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교육 문제는 의도적으로 전면에 얘기 안 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해결도 안 되면서 논쟁만 촉발하고, 자칫 잘못 건들면 이념 투쟁의 장으로 변질되기도 해서 그렇다”고 했다. 이후에도 이 대통령은 교육 이슈가 현안이 되는 걸 극도로 경계했다.

    이념을 배제한 실용주의를 지향하는 이 대통령으로서 대학 입시제도가 핵심인 교육 만큼 ‘답 없는’영역은 없다고 생각했을 만하다. 무엇보다 여론 민감도가 부동산 못지 않게 크다. 사교육 시장을 들쑤실 가능성도 있다. 교육 개혁이 규제·금융·공공·연금·노동개혁과 함께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6대 구조개혁’ 중 하나인데도 유독 관련 언급을 꺼린 이유다. 현 정부 들어 처음 낙마한 게 이진숙 전 교육부 장관 후보자이기도 하다.
    국교위, 수능 서술형 문항 도입 구상...李 "면접보다 공정"
    그런 이 대통령이 지난 5일 교육부 업무보고에서는 평소 아껴온 교육 관련 발언을 쏟아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서술형·논술형 문항을 도입하고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겠다는 국가교육위원회의 보고에 힘을 싣는 얘기를 여러 차례 했다. 대입 제도의 엄청난 변화 구상에 직접 공개 언급을 한 것은 처음이다. 국가교육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기구다. 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생이자 검사 출신인 차정인 전 부산대 총장이 위원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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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대통령은 “(교육당국이) 평가의 편의를 위해, 오해받지 않고 평가 점수로 선별하고 변별력을 확보하려고 문제를 어렵게 내는 것 아니냐”면서 “이게 결국 학생을 위해서라기보다 선발하는 측의 편의와 안정성을 위해서라고 보는 게 맞다”고 했다. 교육당국이 공정성을 오해받지 않고, 평가의 용이함을 위해 수능에서 서술형 주관식이 아니라 객관식 문항 출제를 고수하고 있다는 인식이다.


    교육위가 추진하는 수능 서술형·논술형 문항 평가가 공정성을 의심받지 않도록 직접 지원사격을 하기도 했다. 수시 전형에 있는 교수 면접보다 수능 서술형 문항 평가가 더 공정하고 객관적일 것이라고 얘기했다. 이 대통령은 차 위원장에게 “주관식 문제 평가에 대한 불공정 위협이 면접보다는 적지 않냐”고 했다. 차 위원장은 이에 “서술평 평가는 제시문이 주어고 명확한 채점 기준있다. 면접 시험의 정성평가보다는 (공정성이 높다)”이라고 호응했다.


    이 대통령은 나아가 “과거에는 학생들에게 해답을 쓰는 능력을 길러줬다”면서 “지금은 질문만 하면 답은 뛰어난 사람보다 프로그램이 훨씬 더 잘 해주는 시대가 됐다. 답하는 능력은 의미가 없는 시대가 오고 있다. 지금은 질문을 얼마나 잘 할 것이냐(가 더 중요하다)”라고 했다.

    다만 수능 제도 변화로 인해 ‘틈새 사교육’이 판칠 가능성은 우려했다. 이 대통령은 “제도에 변화를 주면 특화된 사교육이 마구 생겨날 가능성이 크다”며 “새로운 질서를 찾을 때까지는 엄청난 흙탕물이 생겨나면서 사회적인 갈등이 야기될 것”이라고 했다. 국교위는 오는 10월 말 대입제도 개편안 초안을 공개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내년 3월 개편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李, "지방대 자율화 어떠냐" 제안도
    이 대통령은 이날 수능 제도 개편만큼이나 민감한 주제도 얘기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은 모든 교육 제도가 균일하게 돼 있는데 지역 단위로 지역성을 강화해 자율적으로 대학 입학생을 뽑을 수 있게 하는 건 생각해봤나”라고 최교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물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특별법을 언급하며 “지방 대학에 자율권을 줘서 해당 지역 주민들이 교육 제도도 독자적으로, 특색있게 해보겠다고 한다면 정부 통제나 기준에서 벗어나 자율적으로 해보라고 하는 건 어떻겠나”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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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교육부가 대학입학 전형 계획을 공포하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이를 준수해 ‘대학입학전형 기본사항’을 마련해 발표한다.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정원 감축 같은 제재가 따른다. 대학별로 세부적인 전형 비중에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교육부가 통제하는 구조다. 다만 이 대통령이 언급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특별법에는 교육부 장관의 권한 일부를 시장에게 부여하는 교육 자치 관련 특례 조항이 있다.

    이 대통령 제안에 최 부총리는 “고민하기 어렵다” “연구를 해봐야 할 것 같다”며 난색을 보였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너무 깊이 고민하진 마시라”며 넘어갔다. 그러나 중앙정부가 틀어쥐고 있는 대학 신입생 선발 전형을 지역에 한해서라도 자율에 맡길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이 대통령이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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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대통령이 선발 자유권 부여 대상으로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는 지방 대학을 언급하긴 했지만, 과거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대입 자율화’가 떠오른다는 평가도 있다.

    이명박 정부는 전형 요소별 반영 비율을 대학 자율에 맡기는 정책을 국정과제로 추진했다. 대입전형 기본계획도 2010년부터 교육부가 아닌 대학협의회와 회원 대학이 협의해 정하도록 했다. 중앙정부의 대입 관련 권한을 사실상 대학에 넘기는 조치였다. 대학이 건학 이념에 맞게 학생을 평가해 선발하도록 해주겠다는 취지였지만, 이후 ‘스펙쌓기’를 위한 관련 사교육 시장이 커지고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크게 후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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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계 관계자는 “대통령이 말한 ‘자율성’이라는 것이 지금의 전형 이외 방식으로도 뽑을 수 있게 해보자는 것이라면 기존 방식 수준 또는 그 이상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식이 고안돼야 하는데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대통령이 우려하는대로 관련한 사교육이 등장할 수 있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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