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시대일수록 리더는 답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좋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신간 <조직은 어떻게 강해지는가>를 펴낸 허영호 전 LG이노텍 사장(74·사진)은 6일 인터뷰에서 “정해진 답이 없는 시대일수록 구성원이 스스로 답을 찾도록 이끄는 리더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사람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조직은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며 “조직은 AI 시대에도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탑훈장 받은 ‘35년 LG맨’
1952년 제주에서 태어난 허 전 사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1977년 금성사(현 LG전자)에 입사했다. TV사업부를 시작으로 제조업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LG마이크론 사장에 이어 LG이노텍 사장을 지냈다. 그가 취임하기 전만 해도 연 매출 3000억원 가량의 소규모 부품회사였던 LG이노텍은 그가 퇴임한 2012년 5조원이 넘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07년 금탑산업훈장을 받았으며, 퇴임 후엔 서울대 경영대학 초빙교수,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 제주테크노파크 원장, 창성 대표 등을 역임했다.ADVERTISEMENT
허 전 사장의 ‘공행원로(共行遠路)’ 경영 철학도 현장에서 비롯됐다. 허 전 사장은 1992년 40세 나이에 금성사 TV공장장을 맡았다. 회의실에서 보고만 받는 게 아니라 직접 현장을 찾아 직원들과 머리를 맞댔다. 그는 “보고서에는 문제의 실태와 원인 등을 모두 담기 어렵다”며 “의사결정권자가 현장에서 담당자와 함께 논의해야 본질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적인 시련도 있었다. 그는 2006년 경기도 광주의 한 골프장에서 벼락을 맞아 하반신이 마비되는 사고를 당했다.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 가까스로 회복한 그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그는 “대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절실히 깨달았다”며 “함께 가야 멀리 갈 수 있다는 공행원로 철학이 완성된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임직원이 스스로 답 찾도록 해야”
이런 철학은 회사 경영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그는 녹슨 사내 식당 식탁과 의자를 교체할 때도 직원들이 직접 디자인을 고르게 했다. 또 ‘30년 뒤 미래에서 오늘의 우리를 돌아본다면 지금 어떤 선택을 해야 하겠느냐’는 식의 근원적인 질문을 던짐으로써 직원들이 스스로 답을 찾도록 이끌었다.ADVERTISEMENT
조직 운영 원칙으로는 꿈(Dream), 방향(Destination), 실행(Drive)을 뜻하는 ‘3D 경영’을 제시했다. 구성원들과 꿈과 방향을 공유하고 목표를 함께 세운 뒤 끝까지 실행하는 방식이다.
허 전 사장은 성장하는 조직의 핵심 키워드로 ‘경청’을 제시했다. 사내에 경청·인정·질문을 뜻하는 ‘청정문(聽情問)’ 원칙을 도입해 신입사원도 최고경영진과 함께 토론하고 질문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구축했다. 그는 “질문은 정답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상대가 스스로 답을 찾도록 돕는 과정”이라며 “리더의 역할은 일일이 답을 내려주는 게 아니라 구성원이 스스로 생각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라고 했다.
최진영 기자/사진=임형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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