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여름 피서지로는 미술관이 제격이다. 도심 속 시원한 전시장에서 걸작을 보다 보면 어느새 몸과 마음이 시원해진다. 여름 휴가철에 보기 좋은 수준 높은 전시를 지역별로 정리했다.
‘우리들의 밥상’부터 고흐까지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식(食)문화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이 지난달 개막했다. 3000년 전 청동기시대 집터에서 나온 불탄 볍씨부터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 잔치를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까지, 한국인의 밥상을 둘러싼 유물이 총출동했다. 태국 현지에서도 보기 힘든 ‘걷는 부처’가 나온 ‘어메이징 타일랜드: 태국미술명품전’도 함께 볼 만하다.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는 6일 ‘과수원’ 풍경화로 유명한 이대원 작가의 회고전이 개막했다. 한국 근현대 주요 작가지만 그의 작품 세계를 제대로 조명한 전시는 드물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는 기획전 ‘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가, 과천관에서는 개관 40주년 기념전 ‘빛의 상상들’이 관객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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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인상주의를 넘어: 디트로이트 미술관 걸작전’은 이번 휴가철이 사실상 마지막 관람 기회다. 폐막일이 오는 23일이어서다. 자동차산업의 총아로 ‘갑부 도시’ 명성을 누린 미국 디트로이트의 디트로이트미술관에서 르누아르, 드가, 세잔, 고흐, 마티스, 피카소, 모딜리아니 등 거장의 명작 52점을 가져왔다. 하이라이트는 고흐가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 그린 ‘오베르의 우아즈 강가’(1890)다.
서울 북부에서는 창동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의 영국 사진 거장 마틴 파 개인전을 주목할 만하다. 남부에서는 남현동 남서울미술관의 조숙진 개인전 ‘지나가는 자리’, 경기도에서는 백남준 서거 20주기를 맞아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백남준의 행성: Waiting for UFO’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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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미술관에도 볼거리가 많다. 1세대 여성 설치미술가들을 조명한 한남동 리움미술관의 ‘다른 공간 안으로’, 여의도동 퐁피두센터 한화의 개관전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이 대표적이다. 13일 세화미술관에서 개막하는 게오르그 바젤리츠 회고전도 빼놓아서는 안 된다.
광주엔 강요배 50년, 청주엔 방혜자
충청권역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의 방혜자 회고전 ‘천지에 마음의 빛 뿌리며 간다’가 돋보인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프랑스 샤르트르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제작할 만큼 프랑스에서 인정받은 작가의 첫 대규모 회고전이다. 강원도에서는 원주 뮤지엄산에서 이배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호남권역 대표 전시는 광주시립미술관의 ‘강요배: 시간을 품다’다. 제주 4·3의 기억을 화폭에 새겨온 민중미술 1세대 작가 강요배의 첫 개인전 5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회고전으로, 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맞아 제작한 신작 ‘철목’과 ‘광음’이 처음 공개됐다.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기획전 ‘코스모 아시아 피플’은 23일까지만 열린다.
경상권역에서는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3일 개막한 ‘앤디 워홀: 예술을 팔다’가 눈에 띈다. ‘팝아트의 아이콘’ 앤디 워홀을 상업과 예술을 잇는 문화전략가의 면모로 조명하는 기획전이다. 워홀 연구자이자 컬렉터인 폴 마레샬이 30년간 수집한 희귀 작품과 아카이브 300여 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전시는 10월 25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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