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남았습니다.”지난달 28일 오후 8시 서울 한남동 온(On) 플래그십스토어 지하 1층. 진행자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자 트레드밀 위 러너의 발걸음이 한층 빨라졌다.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와 DJ 음악이 뒤섞인 가운데 참가자는 마지막 힘을 짜냈다. 트레드밀 전광판의 거리가 조금씩 늘어날 때마다 주변에 모인 러너들의 시선도 숫자를 따라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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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시간은 단 3분. 호흡을 조절하며 달리는 장거리 경주와 달리 출발 직후부터 속도를 끌어올려 최대한 먼 거리를 기록해야 했다. 러너가 트레드밀에서 내려오자마자 다음 참가자가 출발선에 섰다. 짧은 경기였지만 끝까지 전력으로 달린 참가자들은 허리를 숙인 채 한동안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신제품 출시 앞두고 러너들 모아 'RUN'
이날 행사는 스위스 스포츠웨어 브랜드 온이 신제품 ‘라이트스프레이 클라우드붐 스트라이크 2’ 출시를 기념해 연 ‘라이트스프레이 쇼다운’이다. 사전 초청된 러너들이 신제품을 신고 3분 동안 트레드밀에서 달린 거리를 겨루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오후 7시부터 입장해 몸을 풀었고, 워밍업이 끝난 뒤 차례로 3분간의 기록 경쟁에 나섰다.행사장 한쪽에는 이날의 주인공인 신제품이 놓여 있었다. 갑피가 종이처럼 얇고 가벼운데 신축성이 우수하다. 일반적인 러닝화에서 볼 수 있는 신발끈과 봉제선도 없었다. 양말을 신듯 발을 밀어 넣으면 일체형 갑피가 발등과 발목을 감싸는 구조다. 러너들 사이에서 “가볍고 쿠셔닝이 좋아 착화감이 뛰어나다”는 평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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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라이트스프레이 제품은 끈을 묶어 발등을 조이는 방식이 아니라 갑피 전체가 발을 감싸는 형태의 신발이다. 덕분에 발과 신발 사이의 유격이 적고, 몸을 앞으로 기울일 때 밑창이 자연스럽게 굴러가는 느낌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밑창에는 온의 쿠셔닝 기술을 발전시킨 ‘클라우드텍 스피어’가 적용됐다. 특수 채널 구조가 착지 충격을 흡수하면서 반발력을 높이도록 설계됐다. 미드솔에는 기존보다 15% 가벼워진 ‘헬리온 하이퍼폼’을 사용했고, 가볍고 강성이 높은 곡선형 ‘스피드보드’를 넣어 추진력을 강화했다.

신발의 독특한 외관은 제조 방식에서 비롯된다. 온의 ‘라이트스프레이’ 기술은 로봇 팔이 약 1.5㎞ 길이의 특수 필라멘트사를 신발 틀 위에 직접 분사해 갑피를 만드는 자동화 공법이다. 여러 시설에서 약 200단계를 거치던 기존 갑피 생산 공정을 하나의 공정으로 압축했다. 접착제와 봉제 공정을 최소화해 무게를 줄였다.
온 관계자는 “새로운 제조 공정에 따라 만든 제품이 케이프타운대학교 연구에서 주요 경쟁 레이싱화보다 러닝 효율을 약 1.6%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2026 런던마라톤 여자부 2위를 차지한 헬렌 오비리를 비롯해 예만 크리파, 조 클레커 등 선수들이 이 제품을 신고 개인 최고 기록을 세웠다는 설명이다.
고객 참여 강화하는 러닝화 마케팅
최근 스포츠 브랜드들이 러닝화를 마케팅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기술 사양만 강조하는 대신 일반 러너가 직접 제품을 신고 뛰고, 음악과 문화를 함께 경험하도록 한다. 러닝화가 운동 장비를 넘어 취향과 커뮤니티를 드러내는 상품으로 확장됐기 때문이다.온은 세계 각지의 러닝 크루를 제품 체험과 경기의 주체로 끌어들이고 있다. 앞서 진행한 ‘스쿼드 레이스’에서는 도시별 러닝 크루가 4인 릴레이 방식으로 경쟁하도록 했다. 런던 행사에는 라이브 음악과 음식, 러닝화 커스터마이징, 신제품 ‘클라우드몬스터 3’ 시착 프로그램을 함께 마련했다. 엘리트 선수가 아닌 지역 러닝 크루가 브랜드 행사의 주인공이 되고, 대회를 하나의 도심형 페스티벌로 만든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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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또한 2025년 여성 러너를 대상으로 ‘애프터 다크 투어’를 열고 뭄바이·로스앤젤레스·런던 등 주요 도시에서 야간 레이스를 진행했다. 단순히 기록을 겨루는 대회가 아니라 조명과 음악, 사전 훈련 프로그램 등을 결합해 축제에 가까운 형태로 꾸몄다. 올해는 세계 주요 도시로 행사를 확대했다.
대형 마라톤 역시 하루짜리 스포츠 대회에서 브랜드 문화 행사로 변모하는 중이다. 아디다스, 호카, 푸마, 뉴발란스 등은 마라톤 주간에 팝업스토어와 러닝 세션, 회복 프로그램, 신제품 전시를 운영한다. 패션 브랜드 성격이 강한 트랙스미스와 새티스파이도 전통적인 스포츠 후원보다 러닝과 패션, 음악을 결합한 공간과 커뮤니티를 통해 소비자와 접점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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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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