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올 2분기 사상 최대 영업손실을 내면서 주가가 5% 가까이 떨어졌다. 6200억원에 달하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 과징금이 실적 발목을 잡았지만, 이를 제외하고도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고객 수는 사고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이들을 되찾기 위한 판촉 비용과 물류시설·인력 부담이 이어져 수익성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6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쿠팡은 5일(현지시간) 전 거래일보다 4.65% 내린 16.0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한 달간 주가는 16.45% 떨어져 52주 최저가인 14.92달러와도 약 7%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1년간 수익률은 -43.04%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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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가 하락 요인은 2분기 실적이다. 쿠팡의 2분기 매출은 88억5600만달러(약 13조3007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4% 증가했다. 반면 영업손실은 5억5600만달러(약 8350억원)를 기록해 전년 동기 1억4900만달러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1분기 영업손실까지 더한 상반기 누적 영업손실은 7억9800만달러(약 1조1895억원)에 달했다. 쿠팡이 2021년 미국 증시에 상장한 뒤 상반기 적자가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류센터 화재 손실이 3분기에 반영되고 국세청 세무조사 추징금 리스크도 대기하고 있어 재무 부담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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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이다. 쿠팡은 2분기 약 4억1000만달러(약 6246억원)의 과징금을 판매관리비에 반영했다. 이는 전체 영업손실의 약 74%에 해당한다. 다만 과징금을 제외하더라도 1억4600만달러의 영업손실이 남는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전직 직원이 쿠팡 고객 계정에 무단으로 접근하면서 발생했다. 쿠팡은 약 3300만 개 고객 계정의 이름과 전화번호, 배송지, 이메일 주소 등이 노출된 것으로 파악했다. 개인정보위는 인증 서명키 관리와 접근 통제가 미흡해 약 3755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결론 내렸다.
사고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쿠팡을 탈퇴하는 이른바 '탈팡' 인증이 확산했다. 실제 쿠팡의 활성 고객은 지난해 3분기 2470만 명에서 4분기 2460만 명, 올해 1분기 2390만 명으로 두 분기 연속 줄었다.
이에 쿠팡은 이탈 고객을 되찾기 위해 약 12억달러 상당의 쿠폰 보상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할인 행사와 판촉을 확대했다. 그 결과 2분기 활성 고객은 2470만명으로 전 분기보다 80만명 늘어 사고 직전인 지난해 3분기 수준을 회복했다. 와우 멤버십 가입자 수도 사고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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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고객 수 회복이 아직 실적 개선으로 완전히 이어지지는 않았다. 2분기 활성 고객 1인당 매출은 301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 감소했다. 환율 영향을 제외하면 5% 증가했지만, 국내 로켓배송과 로켓프레시 등이 포함된 프로덕트 커머스 매출은 달러 기준 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수익성 저하 흐름도 나타났다. 주력인 프로덕트 커머스(로켓배송·로켓프레시·로켓그로스·마켓플레이스)의 조정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3억82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42% 감소했다. 이익률은 9.0%에서 5.1%로 낮아졌다. 판촉비를 늘린 데다 사고 이전 수요 전망에 맞춰 구축한 물류 인프라와 고정비 부담이 이어진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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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단기적인 비용 절감보다 고객과 매출을 기존 물류 처리 능력에 맞게 회복시키는 전략을 택했다. 물류시설을 줄이지 않고 상품 구색 확대와 공급망 효율화, 자동화·인공지능(AI) 투자를 이어가 규모의 경제를 되살린다는 구상이다. 고객을 재확보하기 위해 늘린 판촉비는 내년부터 줄일 계획이다.
주가 측면에서는 자사주 매입을 이어가고 있다. 쿠팡은 올 2분기 4억5900만달러를 투입해 자사주 2320만 주를 사들였다. 앞서 회사는 자본 배분 전략의 일환으로 1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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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시장도 중장기 반등을 위한 카드다. 쿠팡은 대만에서 자체 풀필먼트와 배송망을 확충하고 새벽배송 지역을 넓히고 있다. 다만 대만 물류망에 대한 선투자 등으로 성장사업 부문의 2분기 조정 EBITDA는 2억1900만달러 손실을 기록했다. 쿠팡은 올해 성장사업 부문에서 9억5000만~10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추가 비용도 변수다. 쿠팡은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 약 2억800만달러의 과세 추징 예고 통지를 받았다. 지난달 발생한 인천 물류센터 화재 손실도 약 2억4600만달러로 추산했다. 쿠팡이츠의 입점업체 상대 최혜대우 요구와 끼워팔기 혐의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 가능성도 남아있다.
쿠팡은 3분기 환율 영향을 제외한 매출 증가율을 8~9%로 예상했다. 조정 EBITDA 이익률은 전년 동기보다 3~4%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프로덕트 커머스 조정 EBITDA 마진이 사고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시점으로는 내년 중반을 제시했다.
해외 증권사는 실적발표 이후 목표주가를 낮추면서도 주가 회복 가능성을 열어뒀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이날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면서 목표주가를 27달러에서 24달러로 낮췄고, 도이체방크는 투자의견을 '매수'로 올리면서 목표주가를 23달러에서 21.5달러로 조정했다. 현대 기준 상승 여력은 각각 50.0%, 34.4%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쿠팡의 라스트마일(최종 배송까지 과정) 물류 경쟁력과 중장기 사업 확대 여력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과징금과 대만 투자 비용이 동시에 반영되는 만큼 단기적으로 실적 전반에 부담이 된다고 봤다. 조 연구원은 "악재 해소 전까지 인내가 필요한 구간"이라며 "자사주 매입은 긍정적이지만, 규제 대응 결과와 고객 신뢰 회복 속도가 단기 주가 회복의 핵심 변수"라고 설명했다.
소비자 신뢰 회복이 실적과 주가 반등의 선결 조건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쿠팡의 시장 지위는 여전하지만 국내에 쿠팡을 대체할 만한 경쟁업체가 많아지고 있다"며 "떨어진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자사의 이익만을 좇는다는 인상을 주기보다 소비자 편익과 시장 상생을 진정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며 "무엇보다 주요 사업 기반인 국내에서 정부와 원활하게 소통하고 규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연지 한경닷컴 기자 kong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