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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달러 시장 개입 단행한 베선트, '위안화 대응' 숙제로 남았다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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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달러 시장 개입 단행한 베선트, '위안화 대응' 숙제로 남았다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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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1일, 28년 만의 미일공조가 실행됐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주도로 미국 재무부가 엔달러 시장에 개입했다. 1998년 이후 엔화가치 부양을 위한 미일공조는 처음이었다. 엔화가치를 끌어내리기 위한 공조(2011년)를 기준으로 보더라도 15년 만이었다.

    이번 외환시장 공동개입은 규모 측면에서도 눈길을 끌었지만 그 방식도 이전과 달랐다. 무엇보다도 미국이 개입하는 '기준점'이 달라졌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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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은 지난달 29일 무렵이었다. 엔화가치가 달러당 164엔대에 육박했다. 1986년 이후 40년 만의 최저치를 연일 갱신하는 엔화에 대해 일본 정부는 개입하기로 결심했다. 이미 여러 차례 개입했으나 소용이 없었던 시점이었다. 30일 일본 정부는 약 6조엔 이상의 개입을 단행했다.

    이 시점에서 미국도 이미 개입을 결심한 상태였다. 뉴욕연은을 통해 주요 시중은행에 연락이 갔다. 이른바 '환율 체크'. 외환시장 개입을 하겠다는 메시지를 은행들은 모두 알아들었다. 그리고 31일 뉴욕연은은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창구를 통해 유로화를 팔고 엔화를 사는 거래를 단행했다. 연준이 아니라 재무부의 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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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선트 장관은 31일 오전 캠프데이비드에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내각회의가 열리는 날이었다. 그는 자신의 앞에 놓인 종이에 메모를 남겼다. '할 일: 일본 엔화(JPY) 매입. 50억~100억달러.' 로이터통신의 사진기자가 이를 세계에 타전했다. 그렇게 하라고 일부러 놓아 둔 종이였을 것이다. 메모의 힘과 미일 양국의 돈의 힘이 시장에 보낸 신호는 강력했다. 엔달러 환율은 157엔대로 내려왔다. 그리고 주말이 왔다.
    ◆40년만의 엔저에 공격적 대응
    6일(한국·일본시간 기준) 오전 11시 현재 엔달러 환율은 157엔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한때 155엔대까지도 내려갔으나 더 이상의 하락(엔화가치 상승) 기미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 베선트 장관 본인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1992년 조지 소로스의 펀드에서 스탠리 드러켄밀러와 함께 파운드화 가치 방어를 선언한 영란은행을 공격해서 승리를 거둔 장본인이 베선트다. 그는 2013년 이 펀드의 최고투자책임자(CIO)로서 아베노믹스 하에서 엔저를 예상하고 투자해 큰 수익을 올린 적도 있다.

    애덤 포즌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은 그런 경험을 가진 베선트 장관이 "단독 외환 개입만으로 통화 가치를 지속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는 사실은 참으로 아이러니하고 놀랍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


    엔화가치가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배경에 대해서는 이유가 분분하다.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너무 주저하면서 정책금리 격차가 커진 것이 큰 이유로 꼽힌다. 현재 미국과 일본 중앙은행 정책금리 격차는 2.5~2.75%포인트에 달한다. 한국과 미국 간 격차가 0.75~1.00%포인트인 점과 비교해도 상당히 큰 차이다. 이는 엔캐리 트레이드를 자극한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분위기, AI 붐 등을 고려할 때 미국은 현재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보다 더 좋은 투자처로 여겨진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만약 위기가 닥치면 달러화 가치로 투자 수익이 방어될 여지까지 있다.

    인플레 국면에 접어든 일본에서 낮은 정책금리로 인해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라는 점도 중요한 요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경제정책이 재정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점, 달러가 전세계적으로 강세라는 점 등도 거론된다.
    ◆과감해진 美 시장개입
    그러면 미국은 왜 개입했는가?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은 간단하다. "일본과 우호적인 관계라서"라는 것이다. 단편적인 설명이다. 베선트 장관은 3일 일본 증시가 개장하기 전에 엑스(X)에 글을 올려서 "추가 개입을 망설이지 않겠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시장이 더 강하게 신호를 받아들이기를 원한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경제안보가 곧 국가안보이고, 미일동맹은 이 경제안보와 국가안보를 기반으로 세워져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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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국채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흔하다. 일본은 세계 최대 미 국채보유국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1조1916억달러어치에 달한다. 엔화가치를 방어하기 위해서 일본은행과 같은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미 국채를 내다파는 상황이 온다면 미국 연방정부의 자금 조달 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해석이다.

    트럼프 정부의 '스타일'이 반영되어 있다는 설명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정부 인사들은 중국·한국·일본 같은 주요 무역국들의 통화 가치가 너무 낮아지면 무역 측면에서 자신들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고, 상대방을 환율 조작국이라고 비난해 왔다. 또 대미투자를 약속한 일본에 대해 "이번에 내가 도와줄 테니 투자를 제대로 하라"는 압박을 위한 카드였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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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재정적 이익'이 개입 동기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FT에 "큰 성공을 거뒀던 베선트의 아르헨티나 (외환시장) 지원 사례를 연상시킨다"고 평가했다.

    이 모든 것은 미국이 시장 개입을 하는 기준이 이전과 달라졌음을 보여준다고 FT는 해석했다. 과거에는 갑작스러운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개입을 했다면, 이번에는 엔화 평가절하라는 흐름이 상당기간 지속되었는데도 전격적인 개입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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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달러 시장도 언급한 베선트
    이같은 미국의 태도 변화는 한국에도 주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한국도 원화를 시장에서 매입했다고 보도했다. 달러의 힘을 누르고 원화가치를 상승시키는 쪽으로 한국 당국이 동조했다는 얘기다.

    엔화와 원화는 서로 다른 상황에 처한 부분도 있으나 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하게 평가 절하된 부분이 있다는 점, 달러 강세가 이런 변화를 유발했다는 점 등에서 공통점이 있다. 미국 입장에서 보더라도 두 통화는 엇비슷하다.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 중인 한국이나 일본의 통화가치가 너무 낮아지는 것을 미국이 원하지 않고, 대미투자 관련 압박을 하기 위한 레버리지가 필요하다는 점도 유사하다.

    이는 엔화에 대한 전격적인 개입을 단행한 베선트 장관의 논리가 한국 원화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베선트 장관은 지난 4일 CNBC 등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원화가 과도한 변동성을 보였다"고 언급했다. "엔화가 상당히 약세를 보인다면 다른 통화들도 그 뒤를 따라갈 것"이라는 맥락이었다. 그는 지난 1월에도 원화에 관해 SNS에 코멘트를 남긴 적 있다. 한국 원화는 7월 들어 달러대비 가치가 상승세이기 때문에 미국의 개입 여지가 크지는 않지만, 이러한 구두개입은 언제라도 실제 개입으로 전환될 여지를 보여준 셈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를 '등에 업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결과만 가져오지는 않을 수도 있다. 역사적인 개입이라고 하더라도 전체 시장에서 거래되는 돈의 규모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는다. 시장의 흐름을 꺾으려는 조치가 언제나 성공하지는 못하는 이유다. 자칫하면 시장의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개입이 남긴 또 다른 불씨는 위안화다. 엔저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은 자연스럽게 '위안화는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 IMF는 지난 7월 위안화의 저평가 수준과 달러의 고평가 수준이 모두 20% 가까이 된다는 보고서를 냈다. 트럼프 정부는 출범 초기 위안화 저평가 문제를 거론했으나 현재는 이러한 문제의식이 유지되고 있는지 분명하지 않다. 블룸버그 통신은 위안화가 사실상 중국 정부에 의해 지나치게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점에 대해 유럽 각국의 문제의식이 커진 점을 거론하면서 미국이 유럽과 공조할 타이밍을 놓친 것 아니냐고 분석했다.

    독일의 메르츠 총리가 중국을 겨냥한 제2의 플라자 합의를 거론하고, 유럽연합(EU)이 위안화 저평가에 대응하기 위해 대중 관세를 30% 가까이 부과하거나 유로화를 위안화 대비 25~30% 절하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미국은 이런 흐름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미중이 희토류와 농산물 수출 등으로 '거래'를 하면서 장기적인 문제 해결은 뒷전에 밀렸다는 지적이다. 베선트 장관 앞에 놓인 큰 숙제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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