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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30년前 친족 성폭력…"정신적 피해 입증하면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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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30년前 친족 성폭력…"정신적 피해 입증하면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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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 살 때 사촌오빠에게 성폭력을 당한 뒤 30년 가까이 피해를 말하지 못한 여성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진단을 계기로 손해배상을 받게 됐다. 법원은 성폭력 직후가 아니라 정신질환을 진단받은 때부터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를 계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85단독은 지난달 21일 A씨가 사촌오빠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B씨가 214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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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씨는 만 10세이던 1994년 당시 만 17세이던 B씨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못한 채 살아온 A씨는 딸이 성장하면서 사건 당시 자신의 나이대가 되자 불안 증세가 심해졌다. 2018년 ‘미투 운동’이 사회적으로 확산한 것도 심리 상태에 영향을 줬다. A씨는 이듬해 처음 심리상담을 했고 지난해 8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PTSD 진단을 받았다.

    재판의 핵심은 30여 년 전 발생한 피해에 대해 지금도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였다. 민법상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이 지나면 사라진다. B씨 측은 A씨가 성인이 된 때나 2019년 상담을 시작한 시점을 기준으로 이미 시효가 끝났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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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씨가 PTSD 진단을 받은 지난해 8월 정신적 손해가 구체적으로 드러났다고 봤다. 피해 직후부터 시효를 계산하면 당시에는 장차 발생할 정신질환을 알 수 없어 소송을 하기 어렵고, 실제 질환이 확인됐을 때는 이미 시효가 끝나는 불합리한 결과가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B씨는 현재 서울경찰청 소속 경찰관으로 파악됐다. 그는 선고 엿새 뒤 항소했다.


    비슷한 판단은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은 초교생 때 테니스 코치에게 성폭력을 당한 뒤 성인이 돼 PTSD 진단을 받은 피해자에게 위자료 1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2021년 확정했다.

    형사법에서는 친족 성폭력의 특수성을 반영한 제도 개선이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법 개정안은 13세 이상 19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친족이 저지른 강간과 강제추행 등의 공소시효를 없앴다. 여성계와 법조계에서는 피해자가 법적 대응에 나서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민사상 소멸시효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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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지연 법무법인 심앤이 변호사는 “어린 시절 친인척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는 평생 큰 상흔을 남기므로 민형사상 소멸시효 예외를 더 적극적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영총/김유진 기자 young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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