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염으로 올여름 전력 사용량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하지만 대규모 정전(블랙아웃) 우려는 크지 않다. 전력 당국이 미리 발전소를 돌려 전력 공급량을 넉넉하게 확보해둔 덕분이다. 문제는 전력 예비율이라는 '숫자' 뒤에 숨은 위험이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어나면서 정전 위기가 찾아오는 시점이 푹푹 찌는 '찜통더위'가 아니라 구름이 짙게 낀 '흐린 날'로 옮겨가고 있어서다.
5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올여름 무더위 속 구름까지 낀 날이 오면 최대 전력 수요가 역대 최고치인 98.8GW까지 치솟을 것으로 추산된다. 종전 최고 기록인 2024년 8월의 97.1GW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그럼에도 전력 수급에 여유가 있는 것은 당국이 당장 쓸 수 있는 전력 공급능력을 107.0GW까지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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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사용량이 최고조에 달해도 비상 기준선(5.0GW)을 넘는 8.2GW의 전력이 남는다. 비상시에 작동할 8.8GW 규모의 추가 예비자원도 갖춘 상태다. 전력 사용량이 순간 급증하면 전압을 살짝 낮춰 전력 소비를 줄이거나, 미리 계약한 기업체에 전기를 일시적으로 줄여달라고 요청해 비상용 전력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는 공장들이 대거 쉬는 8월 첫째주 휴가철의 일시적 착시일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산업계 휴가가 몰린 8월 첫째주는 전력 수급에 여유가 있지만, 조업이 정상화되는 다음주 이후가 올여름 수급의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역시 장부상 넉넉해 보이는 전력 예비율을 무작정 믿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정전의 원인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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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태양광 발전이 늘면서 이제는 더운 날보다 '흐린 날'이 전력망에 훨씬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볕이 쨍쨍한 날에는 베란다나 공장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이 전기를 스스로 만들어 소비를 알아서 메워준다. 반면 구름이 끼면 태양광 발전이 일순간 끊긴다.
스스로 전기를 만들어 쓰던 건물들이 한꺼번에 전력망에 붙어 전기를 끌어다 쓰면서, 전력거래소가 중앙에서 보내줘야 하는 전기 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준비 없이 갑자기 전기가 모자라는 비상 상황이 터지는 셈이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 역시 "표면상 예비력은 충분해 보여도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전력 피크 타임 실질 기여도(ELCC)가 거의 없다"며 "단순 설비용량 수치보다 전력을 실제로 전달할 송배전망 인프라가 갖춰졌는지가 수급 진단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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