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령인구 감소는 모든 교육 기업이 맞딱드린 생존의 문제다. 시장이 쪼그라들고 경쟁이 심화될 수 밖에 없어서다. 하지만 이런 상식이 안통하는 기업이 있다. 디지털대성이다. 분기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쓰며 매출과 이익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이른바 '대성 매직'에 교육업계는 물론 자본시장도 주목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변화하는 입시 수요를 미리 읽고 온라인 교육과 오프라인 학원 인프라를 단단하게 구축한 데 따른 브랜드 경쟁력이 자리잡고 있다. 전직 '삼성맨'들이 경영 전면에 포진해 데이터와 기술을 기반으로 사업을 고도화한 것도 한몫했다. '사양산업은 있어도 사양기업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는 디지털대성의 경영 비결을 5회에 걸쳐 집중 분석한다. [편집자주]
모든 기업이 두려워하는 최대 악재는 고객 수 감소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줄 사람이 줄어드니, 기업의 매출과 이익이 쪼그라드는 건 당연한 일이다. 우리 교육 시장이 그렇다. 저출생 여파로 2014년 638만명이었던 초·중·고 학령인구(6~18세)는 지난해 511만명으로 11년동안 20%나 빠졌다.
거의 모든 교육기업이 벼랑 끝으로 몰렸지만, 예외는 있다. 디지털대성이다. 이 회사의 매출은 같은 기간 575억원에서 2538억원으로 5배 가까이 뛰었고, 영업이익은 56억원에서 316억원으로 6배나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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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년간 디지털대성에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나홀로 성장'의 배경에는 '발 빠른 변신'이 있었다. 학생 수 감소에 따른 시장 축소에 대응해 새로운 수요를 발굴하고, 달라진 시장 상황에 맞게 사업 구조를 재편한 것. 오프라인 학원사업에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입혀 수익성을 끌어올렸고, 반대로 온라인 강의는 수강료 문턱을 낮춰 저변을 넓히는 전략을 병행했다. 의대전문 기숙학원을 세우는 등 이미 잘하는 분야의 입지를 한층 더 단단히 했고, 부족한 부분은 인수·합병(M&A)으로 채웠다.

고등 부문 '교육 수요' 주목…2100억 일궜다
디지털대성의 사업 재편 과정은 숫자로 확인할 수 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디지털대성의 2023년 고등사업 매출은 1669억원에서 지난해 2132억원으로 27.7% 늘었다. 반면 한우리를 중심으로 한 초·중등 매출은 같은 기간 429억원에서 394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전체 매출의 84%가 고등 사업에서 나온 셈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온라인 강의 플랫폼이 전체 매출 중 약 48%, 오프라인 직영학원이 28%, 기업간거래(B2B) 모의고사가 9%를 차지했다.ADVERTISEMENT
덩치만 커진 게 아니다. 2015~2025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11.8%에 달했다. 이 기간 매년 매출을 15.5%나 늘리면서도 수익성을 놓치지 않은 것이다. 덕분에 주주들에게 14년 연속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디지털대성의 라이벌인 A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세에 들어간 걸 감안하면 놀라운 성적표란 게 업계의 평가다.
디지털대성의 약진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선봉에는 고등 사업이 섰다. 올 2분기 고등 사업 매출은 585억원(온라인·모의고사·직영학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6% 증가했다. 반면 초·중등은 102억원으로 사실상 제자리 수준이었다. 사업별로는 대성마이맥을 중심으로 하는 고등 온라인 매출(308억원)이 24.5% 증가했고, 강남대성기숙 퀘타·의대관과 부산대성학원 등을 포함한 직영학원 수강료 매출(241억원)은 17.6% 늘었다.
고등 사업이 순항한 덕분에 디지털대성은 올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연결 기준 매출 1388억원, 영업이익 253억원, 순이익 272억원으로, 1년전보다 각각 16%, 65.6%, 158.1%씩 증가했다. 학생 수 감소로 사양산업 취급을 받는 교육 분야에서 덩치와 내실 모두 이렇게 가파르게 성장하는 기업은 디지털대성 뿐이다. 업계에선 이미 구축해놓은 플랫폼·콘텐츠 위에 고객이 추가로 붙으면서 고정비 부담이 줄어드는 영업 레버리지 효과가 본격화한 영향으로 풀이한다.
온라인 사업에선 주력 상품을 통해 회원 수와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전략이 먹혔다. 주인공은 연간 19만원만 내면 모든 과목을 수강할 수 있는 상품인 '19패스'. 2018년 첫 선을 보이기 전 13만5000명이었던 유료 회원 수는 지난해 24만2000명으로 불었다. 한해 수능 지원자(지난해 55만명)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회원으로 가입한 셈이다. 최근엔 19패스 프로모션 기간을 줄이는 식으로 유료회원 1인당 평균 구매액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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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에선 수요층을 보다 세밀하게 나눴다. 퀘타는 상위권 대학을 목표로 하는 문·이과 N수생을, 의대관은 의·약학계열 진학을 노리는 최상위권 이과생을 겨냥한다. 두 학원 모두 매출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이감은 지난해 매출 기준 수능 국어 모의고사 부문 1위다. 전국 학원 800곳 이상에 프로그램을 공급한다. 한우리는 독서교육 부문 회원 수 선두를 달리고 있다.

대입·N수생·콘텐츠 등 포트폴리오 확장 '돌파구'
디지털대성이 구축한 성장 발판은 한꺼번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디지털대성은 2015년 한우리를 인수하고 2017년 이감을 종속회사로 편입했다. 2021년 한우리와 강남대성기숙학원을 합병한 데 이어 2024년 호법강남대성기숙학원을 인수해 의대관을 연결 편입했다. 학령인구 감소란 악재에 흔들리지 않고, 콘텐츠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식으로 대입·N수생·평가 등 메인 사업영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한 것이다. 아울러 교육시장의 수요가 어디로 흘러들어가는 지를 면밀히 파악한 뒤 미리 준비한 것도 보탬이 됐다는 평가다. ADVERTISEMENT
안정적인 경영권도 디지털대성이 시장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데 힘이 됐다. 디지털대성의 최대주주는 지분 11%를 보유한 대성출판(노량진 대성학원 법인명)이다. 2대주주인 강남대성학원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총 지분율은 56%에 이른다. 2006년 삼성물산에서 합류한 김희선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전문경영인 시스템도 단단하게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대표는 "거의 모든 사업부의 수익성이 동시다발적으로 좋아지는 등 본격적인 이익 성장 사이클에 진입한 상태"라며 "지금은 성장 사이클의 정점이 아닌 중간 단계일 뿐 앞으로 수익성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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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디지털대성에 호재만 있는 건 아니다. 한층 더 가팔라질 학령인구 감소는 디지털대성 앞에 놓인 가장 큰 악재다. 교육부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은 지난해 501만5310명에서 올해 483만6890명으로 줄어들고 2031년네는 381만1087명으로 축소된다. 디지털대성이 계속 변신하지 않으면 언제든 학생 수 감소 파고에 휘말릴 수 있다는 얘기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