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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인구는 줄어드는데 왜 ‘똘똘한 한 채’는 더 비싸질까 [더 라이프이스트-공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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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인구는 줄어드는데 왜 ‘똘똘한 한 채’는 더 비싸질까 [더 라이프이스트-공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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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1></h1>서울 인구는 줄고 있다. 사람이 줄면 집을 찾는 수요도 감소하고, 집값 역시 내려가야 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서울 주택시장은 이 단순한 셈법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외곽 지역의 거래가 줄어드는 동안 강남권과 한강변, 역세권 신축 단지에는 수요가 계속 모인다. 도시 전체의 인구는 감소하는데 사람들이 선호하는 몇몇 지역의 주택 가격은 더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세제 개편안도 이런 흐름을 겨냥했다. 주택 수에 따라 달라지던 종합부동산세 체계를 주택 가액 중심으로 바꾸고, 실거주 여부에 따라 1주택자의 세 부담을 달리하는 내용이 담겼다. 초고가 주택 한 채에 자산을 집중하는 이른바 ‘똘똘한 한 채’ 현상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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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구가 줄어드는 도시에서 고가 주택 수요는 왜 쉽게 줄지 않는가. 세금이 바뀌면 서울 핵심지로 향하는 수요도 달라질 수 있을까.
    <hr ><h3 style="text-align:justify">사람은 줄어도 필요한 집은 같은 속도로 줄지 않는다</h3><hr >주택 수요는 인구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몇 개의 생활 단위로 나뉘어 사는지도 중요하다. 부모와 두 자녀가 한 집에 살면 필요한 주택은 한 채다. 반면 자녀들이 독립해 각자 집을 구하면 인구는 그대로지만 필요한 주거 공간은 세 채로 늘어난다.

    결혼은 늦어지고 혼자 사는 기간은 길어지고 있다. 비혼과 이혼, 고령화에 따른 사별도 하나의 가족을 여러 생활 단위로 나눈다. 서울 인구가 감소하는 동안에도 가구 수와 독립된 주거 공간에 대한 수요가 쉽게 줄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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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가구가 늘어난다고 모두 아파트를 사는 것은 아니다. 청년 1인 가구는 원룸이나 오피스텔, 월세 주택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고령층은 살던 집에 계속 머물기도 한다. 구매력을 갖춘 가구는 직장과 교통, 생활 편의시설이 가까운 중소형 아파트를 찾는다.

    원하는 집의 형태와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은 가구마다 다르다. 인구가 줄었다는 사실만으로 서울의 모든 주택 수요가 같은 속도로 감소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hr ><h3 style="text-align:justify">서울의 수요는 사라지기보다 좋은 입지로 모인다</h3><hr >서울 인구 감소는 모든 지역의 수요가 고르게 줄어든다는 뜻이 아니다. 도시는 넓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장소는 제한돼 있다. 일자리가 모인 곳, 지하철 이용이 편리한 곳, 병원과 상업시설, 교육과 문화 환경을 갖춘 지역에는 수요가 남는다.


    하루 한 시간을 덜 이동할 수 있는 집은 교통만 편리한 집이 아니다. 매일 '한 시간의 생활을 돌려주는 집'이다. 출퇴근과 돌봄, 여가가 한 도시 안에서 겹치는 삶에서 시간은 면적 못지않은 주거 가치가 된다.

    사람들은 서울을 떠나기도 하지만 서울 안에서 더 편리한 곳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외곽의 노후 주택을 정리하고 역세권 아파트로 옮긴다. 여러 채의 주택을 팔고 가치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핵심지 한 채를 남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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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수요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더 좁은 공간으로 모인 셈이다.

    인구 감소가 진행될수록 모든 지역이 비슷하게 약해지기보다 선택받는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의 차이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같은 서울 안에서도 주택 가격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hr ><h3 style="text-align:justify">주택 수를 세던 세금이 핵심지 한 채를 키웠다</h3><hr >그동안 부동산 세제는 주택 가격뿐 아니라 주택 수에도 큰 의미를 부여했다. 비슷한 규모의 자산을 보유하더라도 한 채에 담아두었는지, 여러 채로 나눠 가졌는지에 따라 세 부담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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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은 세법에 맞춰 움직인다. 주택 수가 많을수록 세금이 무거워지면 여러 채의 중저가 주택을 정리하고 가장 가치가 높다고 판단한 한 채를 남기게 된다.

    그렇다고 자산이 주택시장에서 빠져나간 것은 아니다. 주택 수만 줄었을 뿐, 자산은 서울 핵심지로 다시 모였다. 강남권과 한강변, 역세권 신축 단지에 대한 선호가 주택 수 중심의 과세와 맞물리면서 ‘똘똘한 한 채’ 전략은 더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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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채를 보유했다고 해서 그 집이 반드시 생활을 위한 주택인 것도 아니다. 실제로 거주하지 않는 초고가 주택도 한 채라면 1세대 1주택 공제와 장기보유에 따른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이번 세제 개편은 이 틈을 손질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부안에 따르면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적용하던 별도의 종부세 중과 체계는 주택 가액 중심으로 바뀐다. 1세대 1주택자의 기본공제는 실제 거주하는 경우 공시가격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높아지고, 거주하지 않는 경우에는 9억원으로 낮아진다. 장기보유에 따른 공제 역시 실제 거주 기간을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개편된다. 초고가·비거주 주택의 종부세와 양도소득세 부담을 높이고, 일정 가격 이하의 실거주 1주택자는 보호하겠다는 구조다.

    세법이 묻는 질문이 달라진 셈이다. 과거에는 '몇 채를 가졌는지'를 먼저 물었다. 앞으로는 '얼마짜리 집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집에서 실제로 살고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보겠다는 것이다.
    <hr ><h3 style="text-align:justify">세금은 쏠림의 비용을 높일 수 있다</h3><hr >이번 개편은 과세 형평성 측면에선 의미가 있다. 중저가 주택 여러 채를 가진 사람보다 초고가주택 한 채를 가진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은 세금을 내는 구조는 자산 규모에 따른 과세 원칙과 거리가 있었다. 생활을 위해 보유한 집과 자산 증식을 위해 보유한 집에 똑같은 혜택을 주는 방식도 설득력이 약했다.

    실거주 여부와 주택 가액을 함께 보겠다는 방향은 이런 불균형을 바로잡으려는 시도다. 핵심지 초고가 주택에 자산을 몰아두는 비용이 높아지면 일부 소유자는 보유 전략을 다시 계산할 수 있다. 정부도 이번 개편으로 시가 40억~50억원을 웃도는 초고가주택과 비거주 주택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세금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핵심지 수요가 곧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향후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세 부담보다 크다면 소유자는 집을 계속 보유할 수 있다. 보유세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자산가에게 세금은 매도를 결정할 만큼 강한 변수가 아닐 수도 있다.

    매물이 나온다고 해서 중산층 선택지가 바로 넓어지는 것도 아니다. 강남의 40억원짜리 주택 한 채가 시장에 나와도 그 집에 접근할 수 있는 계층은 여전히 제한돼 있다. 소유자만 바뀌고 가격대는 유지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세제개편이 ‘똘똘한 한 채’를 완전히 해체하기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우량 지역이나 이른바 ‘덜 똘똘한 한 채’로 수요를 이동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세 기준 아래에 있는 주택을 찾는 수요가 늘면 핵심지 주변 지역의 가격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세제는 핵심지 주택을 보유하는 비용을 바꿀 수 있다. 사람들이 그 지역을 원하는 이유까지 없애지는 못한다.
    <hr ><h3 style="text-align:justify">필요한 것은 더 많은 집보다 선택할 수 있는 도시다</h3><hr >서울 집값의 뿌리는 세금보다 도시 구조에 더 가까이 놓여 있다. 좋은 일자리와 빠른 교통, 수준 높은 교육과 의료, 문화와 생활 인프라를 누릴 수 있는 장소가 많지 않다. 사람들이 제한된 공간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고, 그 경쟁이 집값을 끌어올린다.

    세제는 경쟁의 규칙을 바꾸는 장치다. 경쟁이 향하는 장소를 넓히는 일은 도시정책의 몫이다. 주요 업무지구로 연결되는 교통망을 확대하고, 도심과 역세권에는 다양한 가격대의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1인 가구가 늘었다는 이유로 원룸만 늘릴 것이 아니라 혼자 살아도 오래 머물 수 있는 중소형 주택이 필요하다.

    재건축과 재개발로 늘어나는 주택이 고가 아파트에만 머물러서도 안 된다. 분양가격과 임대 유형, 입주 계층을 함께 설계하지 않으면 공급 물량은 늘어도 사람들이 실제로 선택할 수 있는 집은 늘지 않는다.

    서울 인구는 앞으로도 줄어들 수 있다. 그렇다고 핵심지 집값이 자동으로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가구는 더 작은 단위로 나뉘고 수요는 더 좋은 입지로 모이기 때문이다.

    이번 세제 개편은 ‘몇 채를 가졌는가’라는 오래된 기준에서 벗어나 ‘얼마짜리 집을 어떤 목적으로 보유하는가’를 묻기 시작했다. 필요한 변화다. 아직은 정부가 발표한 개편안인 만큼 국회 논의 과정에서 세부 내용과 시행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

    더 어려운 질문은 그다음에 남는다. 사람들이 한두 지역의 비싼 집만 바라보지 않아도 되는 도시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서울의 주택 문제는 집이 절대적으로 몇 채 부족한가에만 있지 않다. 사람들이 선택할 만한 장소가 너무 적다는 데 있다. 인구 감소 시대의 주택정책은 집의 숫자를 늘리는 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좋은 삶을 누릴 수 있는 도시의 범위를 넓히는 일까지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명재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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