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한경에세이] 청소년들과 인스타 DM으로 나눈 정치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뉴스 듣기-

지금 보시는 뉴스를 읽어드립니다.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한경에세이] 청소년들과 인스타 DM으로 나눈 정치

주요 기사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강연을 마친 뒤 청중이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물어본 건 처음이었다. 역시 10대들 놀이터는 인스타그램이었다. 7월 말, ‘청소년 입법아카데미’에서 일어난 일이다. 메시지를 보내준 학생들과 답장을 주고받으며 강연장 여운이 휴대전화 화면 속에서 이어지는 것 같아 묘하게 설레기도 하고 동시에 교직 생활이 떠올랐다.

    국회를 찾은 학생들에게 강연한 주제는 ‘국회 입법 과정’이었다. 강연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법은 한 사람의 생각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문제를 발견하고, 의견을 듣고, 이해관계자 입장을 조율해야 한다. 느리고 답답하지만 바로 그 과정이 민주주의다. 입법은 상대를 이기는 일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이 함께 답을 찾아가는 일이라고 말하자 장난기 가득하던 학생들의 표정도 어느새 진지해졌다.

    ADVERTISEMENT


    우리는 선명한 메시지를 좋아한다. 생각이 다르면 토론보다 비난이 앞설 때가 많다. 상대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설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나 역시 의정활동을 하며 늘 충분히 듣고 기다렸다고 자신할 수 없다. 학생들에게 강연하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도 됐다. 다름을 견디고 내 생각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무던히 했던가 생각하면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 것 같다.

    돌이켜보면 교실과 국회는 닮았다. 서로 다른 생각의 구성원이 함께 배우며 더 나은 답을 찾아가야 한다. 학교에서 친구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나 갈등을 대화로 풀며 공동체를 위해 한 걸음 양보하는 일도 민주주의 연습이다. 그런 작은 경험이 쌓여 따뜻한 공동체를 형성한다. 그래서 강연 말미에 학생들에게 부탁했다. 앞으로 어떤 길을 가든 자신 생각은 당당하게 말하되, 다른 사람 생각도 끝까지 들어줄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면서도 함께 답을 찾아갈 수 있는 사람이 결국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라고.

    ADVERTISEMENT


    아이디를 물은 학생들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아직 지지하는 정당은 없지만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이번을 계기로 정치에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찾아보겠다”, “앞으로 한국 정치를 위해 힘써달라.” 휴대전화로 날아든 짧은 문장들을 보며 책임감이 더해졌다. 이날 만남이 청소년들이 정치를 좀 더 가깝게 느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정치는 정치인만의 일이 아니라 공동체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함께 관심을 기울이고 고민하는 과정임을 아이들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참석한 청소년들과 SNS 소통의 끈을 이어가며 날카로운 비판적 의견까지 겸허히 수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