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실리콘밸리의 인재 산실로 꼽히는 스탠퍼드대 캠퍼스에선 매주 화요일 오후 9시마다 ‘특별한 이벤트’가 펼쳐진다. 일주일에 한 번 데이트 상대를 연결해주는 모바일 앱인 ‘데이트드롭(Date drop)’에서 신규 매칭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작년 10월 출시된 데이트드롭은 스탠퍼드 학부생의 3분의 2를 단숨에 사로잡았고 동부로도 진출해 미국 주요 16개 대학에서 서비스 중이다.
데이트드롭을 만든 헨리 웡 더릴레이션십컴퍼니 창업자 겸 대표(22·사진)는 2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도시 지역으로 앱을 확장해 데이팅 문화를 더 신중하고 인간적인 방향으로 바꾸고 싶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유력 매체에 데이트드롭이 잇달아 소개되면서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지만 웡 대표 본인이 언론 인터뷰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입학 직후 자신만의 전공 설계
중국계 이민 2세대 미국인인 웡 대표는 2021년 스탠퍼드대 컴퓨터과학과에 입학해 곧바로 ‘자신만의 전공’을 설계했다. 컴퓨터과학이나 경제학에 나오는 ‘매칭 이론’을 바탕으로 친구, 직장, 인생의 동반자처럼 삶의 중요한 선택을 최적의 조합으로 연결하는 방법을 공부한 것. 이 같은 결정엔 인간관계에 관한 개인적인 고민도 한몫했다. 입학 직후 기숙사에서 친구를 사귀었지만, 깊이 통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해 방황한 경험이 방법론에 대한 탐구로 이어졌다. 그 결과 단 몇달만에 자신에게 의미있는 친구를 찾아주는 ‘페어롤로지(Pairology)’라는 서비스를 직접 개발하기도 했다.ADVERTISEMENT
데이트드롭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4학년 때 졸업반 학생을 서로 연결해주는 앱 ‘시니어 스크램블’을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았다. 학생들이 구글 설문지에 답하면 어울리는 상대를 찾아주는 간단한 프로젝트였다. 그는 “당시 정신건강을 위한 인공지능(AI) 음성 일기 서비스도 개발하고 있었다”며 “우울증과 불안을 겪는 이용자들을 만나보니, 문제의 핵심에는 타인과의 연결과 소속감 부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데이트드롭 역시 의미있는 관계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사용자가 객관식과 서술형이 섞인 66개 질문에 답하면 알고리즘이 최적의 커플을 찾아준다. ‘주 1회’라는 횟수에는 피상적인 만남을 지양하려는 의도가 담겼다. 웡은 “기존 데이팅 앱은 선택할 수 있는 상대가 너무 많다 보니 오히려 쉽게 거절하는 역설이 발생한다”며 “데이트드롭은 기존 앱보다 매칭이 데이트로 이어지는 성공률이 10배 높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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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드롭이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온 데는 ‘스와이프(화면을 좌우로 넘겨 상대를 선택하는 앱)’ 형태의 데이팅 앱에 대한 반감도 컸다는 평가다. 지난해 포브스헬스 조사에 따르면 Z세대의 79%가 데이팅 앱에 피로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웡은 “구독 형태의 데이팅 앱은 이용자가 연인을 만나 앱을 떠나는 것보다 계속 화면을 넘기며 머물기를 바란다”며 “그런 구조에 맞서고 싶었다”고 했다.
◇“페북, 사람 연결 성과 냈지만…”
학교에서 소셜 앱을 개발했고 관계를 중요시한다는 면에서 웡은 하버드대에서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와 비교되곤 한다. 웡은 “흥미로운 비교”라면서도 “페이스북은 사람들을 연결하는 훌륭한 일을 했지만 허위정보와 과도한 사용 시간, 중독 같은 부작용도 낳았다”고 지적했다.더릴레이션십컴퍼니는 지난 2월 페이스북 초기 투자자인 마크 핀커스 등으로부터 210만달러(약 30억원)를 조달했다. 그는 대학 밖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웡은 “첫 대상 도시로 샌프란시스코를 검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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