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역에 9일째 열대야 주의보가 발효되며 밤낮을 가리지 않는 무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밤중 건강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폭염 속 불면을 달래기 위해 찾는 시원한 캔맥주와 야식이 오히려 혈관 건강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는 전문의들의 경고가 나온다.3일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4일 수도권과 충청권을 중심으로 낮 최고기온이 37도까지 치솟는 등 극심한 무더위가 지속될 전망이다. 대기 하층의 바람이 동풍으로 바뀌며 백두대간을 타고 넘어 뜨겁고 건조해지는 '푄현상'이 가중된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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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서울 서북권마저 폭염경보로 격상되며 서울 전역에 폭염경보가 발령됐고, 지속되는 열대야로 인해 야간 시간대 신체 회복마저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강한 햇볕으로 오존 농도까지 '나쁨' 수준을 기록하면서, 당분간 밤낮없이 가마솥더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8월 한밤중, 쉽게 잠에 들지 못해 냉장고에서 시원한 캔맥주를 꺼내 들거나 기름진 야식을 찾기 쉽다. 잠시나마 갈증이 해소되고 취기로 인해 잠이 오는 듯한 착각을 주지만, 이는 폭염 속 신체 건강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습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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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 청하려다 체온 더 올라간다"… 알코올이 만드는 수면의 착시
잠이 오지 않을 때 '딱 한잔만' 하며 술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실제로 알코올은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을 활성화함으로써 진정 효과를 내고 입면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미국수면의학회 연구 자료에서는 체내에 흡수된 알코올이 간에서 대사되면서 생성되는 아세트알데히드가 수면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수면은 깊은 수면(서파 수면)과 꿈을 꾸는 렘(REM) 수면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구조를 지니는데, 알코올은 렘수면을 억제하고 수면 후반부에 뇌를 자주 깨우는 수면 분절 현상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대한수면학회의 '알코올이 수면 구조 및 심부체온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서는 열대야 환경에서 알코올의 혈관 확장 및 체온 조절 방해 작용이 한층 더 큰 문제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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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시면 일시적으로 피부 혈관이 확장돼 열이 방출되는 듯 느껴지지만, 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로 인해 내부 장기와 뇌의 심부체온은 오히려 상승한다. 사람의 몸은 잠에 들 때 심부체온이 1~1.5도가량 낮아져야 깊은 잠에 빠질 수 있는데, 알코올로 인해 체온 조절 기능이 마비되면 얕은 잠을 반복하다 새벽녘 자주 깨어나게 된다.
특히 여름철 밤시간대 과음과 야식을 먹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다. 폭염으로 인해 주간 동안 수분 손실이 누적된 상태에서 알코올을 섭취하면, 항이뇨 호르몬 분비가 억제되면서 마신 술의 양보다 더 많은 수분이 소변으로 배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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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탈수 상태는 혈액 내 수분 함량을 줄여 혈액 점도를 높인다. 끈적해진 혈액은 혈전(피떡)이 생기기 쉬운 환경을 조성하며, 이는 뇌졸중과 심근경색 같은 중증 심뇌혈관 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여기에 고지방·고나트륨 야식이 더해지면 위험은 가중된다. 밤늦게 섭취한 고지방 음식은 소화 작용을 위해 위장관으로 혈류를 집중시키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뇌와 심장으로 가는 혈류량을 줄어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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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인 인체는 야간 수면 시 혈압이 낮아져 심혈관계가 휴식을 취해야 하지만, 이 구조가 파괴되면서 야간 심장마비나 혈관 질환의 발병 위험이 대폭 증가하는 셈이다.
야간의 과음과 야식, 그리고 수면 장애는 당일 밤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밤새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되고 부교감신경 기능이 저하되면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무너진다. 이는 다음 날 심각한 만성 피로, 집중력 저하, 머리가 무거운 두통, 장 기능 저하로 인한 소화 장애 등으로 이어진다.
낮 동안 낮아진 신체 기능과 과도한 피로감은 다시 밤의 불면증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한다. 수면 부족이 장기화할 경우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고 혈당 조절 기능이 저하돼 당뇨병 및 대사증후군의 위험도 한층 높아진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럼에 따르면 잠들기 최소 3시간 전에는 음주와 야식 섭취를 마쳐야 한다. 알코올과 음식물이 체내에서 충분히 대사된 후 잠자리에 들어야 심부체온이 자연스럽게 내려가고 위장관도 휴식을 취할 수 있어서다.
체온을 낮추기 위한 샤워 습관에도 주의가 요구된다. 찬물 샤워는 순간적인 시원함을 제공하지만 피부 혈관을 급격히 수축시켜 내부 열 방출을 막고 교감신경을 자극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이에 따라 36~38도 내외의 미지근한 물로 샤워해 혈관을 적절히 확장하고 체온을 낮추는 방식이 권장된다.
적정한 수면환경으로는 침실 온도는 24~26도, 습도는 50~60% 정도가 좋다. 에어컨 바람이 몸에 직접 닿지 않도록 설정하고, 약풍이나 선풍기를 활용해 실내 공기를 대류시키는 편이 바람직하다.
잠들기 바로 직전 과도하게 물을 마시면 야간뇨를 유발해 수면을 방해하는 요인이 된다. 낮 동안 미지근한 물을 자주 마시되, 취침 1~2시간 전부터는 수분 섭취량을 조절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