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월 방한한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 “북한을 방문해 대화할 수 있겠냐”는 취지로 말한 비공개 대화 내용을 프라보워 대통령이 공개했다. 정부가 북한과 우호 관계에 있는 국가들을 통해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인도네시아 대통령궁에서 열린 상공회의소와의 회의에서 “지난 방한 때 한국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어떤 형태로든 대화를 시작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요청에 “(한국 정부가) 북한에 가달라는 요청을 하면 존중과 기꺼운 마음으로 가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ADVERTISEMENT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의 ‘방북 요청’ 언급은 인도네시아의 ‘비동맹 외교 노선’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인도네시아가 앞으로도 특정 군사 동맹에 가입하지 않을 것이고, 이는 이해관계가 다른 여러 국가와 협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는 1964년 북한과 수교한 뒤 남북 모두와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과는 1973년 수교를 맺었다.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외교장관이 평양을 방문해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만나는 등 고위급 외교 채널이 가동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6월 교황청 방문 때 레오 14세 교황을 만나 방북을 요청했다. 지난달 몽골을 찾아서도 우흐나 후렐수흐 대통령과 남북 대화 재개 방안을 논의했다. 청와대는 “정부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남북 모두와 우호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들이 한반도 평화 공존 실현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며 “관련 협력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오고 있다”는 입장을 냈다. 다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을 “가장 적대적 국가”로 지목하며 국제사회에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외교 전문가들은 남북 대화가 진전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ADVERTISEMENT
이 대통령은 7박11일간의 미국·남미 3개국(브라질·칠레·아르헨티나) 순방을 마치고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3일 귀국한다. 이 대통령은 미국에서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과 인공지능(AI) 분야 한·미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남미에선 한·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무역협정 협상 재개 시점을 연말로 가시화하고, 칠레 등 주요 자원 부국과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 순방 성과로 꼽힌다.
이 대통령은 귀국 직후 비공개 회의를 열어 부동산 정책과 주식시장을 비롯한 국내 경제 현안을 점검할 예정이다.
김형규/프랑크푸르트=한재영 기자 khk@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