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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재의 유러피언코드] 독일인의 생활 지형도 바꾼 '폭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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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재의 유러피언코드] 독일인의 생활 지형도 바꾼 '폭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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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는 한국에서 “유럽 덥다는데 잘 지내냐?”는 안부 인사를 유난히도 많이 받았다. 다행히 독일은 살인적인 더위와 산불에 시달리는 다른 유럽 국가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6월 중 한 주는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에 시달렸지만, 7월에는 예년처럼 최고 25도 안팎의 건조하고 쾌적한 여름날도 많았다. 원래 여름은 독일인이 사계절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다.
    더위, 獨 주거·인프라 변화 이끌어
    그러나 요즘 자주 등장하는 ‘폭서(暴暑)’라는 단어는 독일인들에게 여전히 낯설다. 한국이야 무더위와 장마, 습도가 익숙하지만, 에어컨 없는 집이 일상이고 냉방시설조차 없는 호텔이 다반사인 독일에서는 여름 더위 자체가 새롭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자 독일 전국의 가전 매장 에어컨 재고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Klima auf Lager (에어컨 재고 있음)’라는 사이트가 큰 인기를 끌었다. 선풍기조차 선택 사항이던 나라에 사람들이 에어컨을 찾아다니는 진풍경이 펼쳐진 것이다. 독일의 폭염은 이제 소비와 도시, 산업의 지형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먼저 달라진 것은 주거 문화다. 혹독한 겨울 때문에 독일 주택은 보통 단열 성능이 뛰어나지만, 이제 차양이 중요한 요소가 됐다. 독일 가정의 필수품인 창문 셔터(블라인드)는 원래 사생활 보호, 방범, 단열을 위해 저녁에 내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폭염이 잦아지며 한낮에도 셔터를 닫아 햇빛을 차단하는 집이 크게 늘었다. 햇살을 사랑하는 독일인들이 오히려 집을 어둡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독일의 외부 차양 시장은 지난해 10억7000만유로 매출을 기록하며 다시 성장세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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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 인프라도 예외가 아니다. 프랑크푸르트 서쪽 신도심에는 ‘유럽 정원(Europagarten)’이라는 공원이 있다. 2000년대 초 조성된 이 공원은 최근 몇 년간 반복된 폭염과 가뭄으로 나무가 죽고 잔디가 말라버렸다. 결국 프랑크푸르트시는 올해 초 930만유로를 투입해 ‘유럽 정원 2.0’이라는 정비사업에 착수했다.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공원 녹지를 새롭게 조성하는 사업이다. 시는 가뭄에 강한 수종과 야생화를 심고, 빗물이 잘 스며들도록 토양까지 개선할 예정이다. 조금 더 넓게 해석해 보면 폭염으로 도시 인프라의 교체 주기까지 앞당겨진 것이다. 결과적으로 내열성 건축자재와 투수성 포장재, 스마트 관수 시스템 등 새로운 수요가 함께 커지고 있다.
    기온 상승, 독일 농업의 새 변수
    농업도 달라지고 있다. 화이트 와인 산지로 유명한 라인강 유역에서는 최근 포도 대신 올리브를 재배하는 와이너리가 등장했다. 지중해성 기후의 대표적인 작물인 올리브가 서늘한 독일의 포도밭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작물뿐만 아니라 농업 방식도 바뀌고 있다. 이제 농부들의 관심사는 증산보다 효율적인 용수관리로 옮겨가고 있다. 토양 수분 센서와 정밀 관개, 기상 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 농업 기술의 중요성이 더해졌다.

    독일은 그간 추위에 대비해 집을 짓고, 도시와 농업을 발전시켰다. 그러나 이제는 더위까지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기후변화의 불편과 함께 새로운 시장이 생겨난 셈이다. 폭염은 더 이상 헤드라인 뉴스에 그치지 않고 주거와 도시, 농업을 동시에 바꾸는 구조적 변수가 됐다. 이제 주목해야 할 것은 더위 자체가 아니라 이를 견디는 기술과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도시·산업 솔루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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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재 KOTRA 유럽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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