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화장품 업체들이 인공지능(AI)을 앞세워 신제품 개발 기간을 수년에서 수개월로 단축하고 있다. AI를 적극 활용해 부진한 내수 시장과 프리미엄 시장에서 열세를 극복하려는 모습이다.
AI 플랫폼 만나 R&D 가성비 극대화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AI가 중국 화장품 산업을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제품 개발의 모든 단계를 단축할 뿐 아니라 새롭게 떠오르는 유행을 포착하고 새로운 원료 발굴에까지 침투하고 있다.중국 화장품 업체 야센은 최근 연어 DNA 추출물인 PDRN(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티드)을 함유한 새 세럼을 출시했다. 이 과정에서 야센은 AI을 활용해 통상 2년 이상 걸리는 개발 기간을 6개월로 단축했다. 연구진이 50개가 넘는 성분 후보를 단 일주일 만에 3개로 압축하는 과정에도 AI가 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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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1위 화장품 업체 프로야도 최근 AI 기반 분자 스크리닝을 통해 탈모 예방 성분으로 유망한 후보 수십종을 발굴해 실험실 검증 대상으로 선정했다. 후보 선별에 걸리는 시간은 기존 방식의 최소 100분의 1 수준까지 단축했다.
항저우에 본사를 둔 프로야는 새로운 활성 성분을 발굴하고 선별하는 데 AI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AI를 통해 찾아낸 펩타이드 성분을 주력 스킨케어 제품에 적용할 계획도 세웠다. 프로야의 연구개발·혁신 책임자인 쑨페이원은 SCMP에 "AI가 제품이 실험실 단계에 들어가기 전부터 여러 원료가 서로 어떻게 작용할지를 예측해 배합을 최적화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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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중국 색조 화장품 전문 업체 화시쯔는 매번 라이브 방송이 끝난 뒤 소비자와 상호작용과 온라인 후기를 AI로 분석해 마케팅 전략과 제품 개발 방향을 조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2위 규모인 중국 화장품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자 중국 토종 업체들이 글로벌 경쟁사와 혁신 격차를 좁히기 위해 AI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향료향정화장품공업협회에 따르면 중국 본토 업체는 중국 화장품 매출의 57%를 차지하고 있지만 프리미엄 시장에선 여전히 해외 브랜드에 뒤처져 있다.

서구 화장품 브랜드의 중국 진출을 지원하는 플랫폼 야소의 공동 창업자인 애덤 나이트는 "현재 서구 브랜드들은 신원료 발굴과 효능 검증 분야에서 더 강력한 AI 역량을 갖추고 있다"면서도 "반면 중국 브랜드들은 연구실에서 매장 진열대까지 제품을 가져가는 속도가 더 빠르다"고 말했다.
100만개 성분도 두 달 만에 '뚝딱'
중국 특유의 디지털 소비 시장도 이런 변화를 가속하고 있다. 라이브커머스와 전자상거래 플랫폼, SNS에서 소비자 데이터가 끊임없이 생성되면서 중국 업체들은 새로운 수요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이를 제품 개발에 빠르게 반영하고 있다.
SCMP는 "혁신 경쟁이 치열해지는 건 중국 화장품 시장의 성장세가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할인 판매와 온라인 쇼핑에 힘입어 수년간 빠르게 성장했던 중국 토종 브랜드들은 이제 새로운 차별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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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중국 최대 화장품 기업인 프로야는 지난해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매출이 감소했다. 야셴도 적자 폭을 줄였지만 여전히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화장품 업체들은 바이오테크 스타트업과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AI 역량을 자체적으로 구축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바이오테크 스타트업과 손 잡고 AI와 합성생물학을 결합해 화장품 원료를 더 빠르고 저렴하게 발굴·생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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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레알이 투자한 베이징 업체 웨이밍스광은 AI를 활용해 유망한 화장품 원료를 찾아내고 성능을 예측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웨이밍스광은 AI를 활용해 100만개가 넘는 콜라겐 조각 가운데 유망한 후보 7개를 약 두 달 만에 추려냈다. 이후 이 가운데 3개 성분을 상용화했으며 현재 이들은 주력 판매 제품 중 하나가 됐다.
항저우에 본사를 둔 보타바이오사이언시스도 비슷한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자체 AI 플랫폼을 활용해 DNA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원료의 특성을 예측하며 후보의 순위를 매기고 실험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이후 AI가 생성한 실험 절차에 따라 자동화 실험실에서 후보를 검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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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타바이오사이언시스는 "AI를 활용하면 새로운 화장품 원료 개발비를 수천만달러에서 수백만달러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며 "연구진이 작성하는 데 수주가 걸렸던 과학 보고서도 이제는 몇 분 만에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국의 AI 기반 원료가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대형 브랜드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아직 중국 본토 압체들이 일본과 한국 화장품처럼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원료나 뷰티 브랜드를 내놓지 못하고 있어서다.
SCMP는 "이제 화장품 업체의 성장은 다른 업체의 점유율을 빼앗는 데서 나올 수밖에 없다"며 "AI를 활용하는 능력이 바로 시장점유율을 확보로 직결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