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 때부터 연기만 했고, 30년 넘게 한 제 '업'이죠. 여행사는 계획하지 않았는데 예상치 못하게 새로운 걸 발견하는 재미가 있어요."
1992년 SBS 2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출연하는 작품마다 빼어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배우. 김지수라는 이름 석자를 알린 MBC '보고또보고'부터 가장 최근작 JTBC '가족X멜로'까지 그는 항상 극의 중심을 지키는 존재였다. 30년이 넘게 연기 외에 다른 활동은 하지 않았다. 그랬던 김지수가 올해 3월 여행사 대표가 됐다는 근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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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한국에 온 김지수를 직접 만났다. "이제는 생체리듬이 서울보다 프라하에 더 잘 맞춰진 거 같다"면서 웃는 김지수는 "1년이 넘는 고민을 했고, 준비만 6개월 넘게 했다"며 "직원 채용 공고를 채용 플랫폼 사이트에 올리고 면접도 직접 봤다"면서 이름만 빌려준 '바지사장'이 아닌,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직접 해나가고 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유럽 각 국가의 가이드 관련 법규를 공부하고, 동행 투어에 나서고, 후기 답글까지 직접 달고 있었다. 작품을 준비할 때 치밀하게 캐릭터를 분석하고 완벽한 연기를 선보여왔던 김지수의 성격이 여행사에서도 드러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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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지만, 한국이 오기 전에도 새 투어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직접 해당 도시를 방문할 만큼 발로 뛰는 '대표님'이다.

그는 작품이 끝난 뒤 여행을 떠나곤 했다. 유럽은 김지수가 종종 방문했던 여행지였고, 그중 프라하는 가장 편안함과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공간이었다. 전 세계 많은 곳 중 프라하를 기반으로 하는 여행사를 차린 이유다.
"처음엔 막연히 분위기가 좋았다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많이 왔다 갔다 하면서 느끼는 게 있어요. 치안도 안전하고, 유럽 중앙에 체코가 있거든요. 사람들은 체코를 '동유럽'이라고 하는데 사실 가장 가운데예요. 다른 곳 여행하기에도 좋고. 블타바강 풍경도 다른 도시보다 좋았어요. 다른 곳을 가면 긴장을 해야 하는데, 그 긴장도가 낮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죠."
여행을 자주 하다 보니 함께하는 사람들도 생기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여행사에 대한 제안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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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는 "여행 다니는 것도 좋아하고, 돌아다니는 것도 좋아하고, 낯도 안 가리는 성격이라 성향에도 잘 맞더라"며 "고단한 부분도 있지만, 피드백도 빠르고 많이들 좋아해주시고,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감사하고, 보람도 느낀다"면서 신입 대표의 에너지를 뽐냈다.
직접 회사를 운영하는 만큼 책임감의 무게도 남다르다. 화려한 '배우 김지수'의 허울은 완전히 벗어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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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시절 없이 일찍 성공해서 참 많은 대접을 누리고 살았어요. 하지만 여행사를 하면서는 완전히 분리해야 한다고 다짐했죠. 철저하게 투어 고객들의 보호자이자 매니저가 되겠다고요. 제가 매니저에게 받기만 하다가, 이제는 제가 누군가의 매니저가 된 기분이에요. 뒷짐 지고 이름만 빌려줄 거면 애초에 할 이유도, 목적도 없었습니다."
그의 진심은 여행 상품의 디테일과 고객 소통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하루에 2만보 이상 걸어야 하는 유럽 여행의 고단함을 덜기 위해 최고급 사양의 차량을 준비했고, 혹시 모를 변수에 대비해 보험 역시 가장 비싸고 좋은 것으로 가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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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차량 투어 고객에겐 작은 기념품이 될만한 '어매니티' 선물도 직접 골라 준비했다. 김지수는 "스티커도 제가 다 직접 붙였다"면서 웃었다.
동행 투어를 마친 후엔 휴대전화 메모장에 고객들의 특징이나 나눴던 대화를 빼곡히 적어두었다가, 여행 플랫폼에 후기가 올라오면 형식적인 인사가 아닌 진심을 담아 직접 답글을 단다. 가끔은 현장 가이드와 연결해 여행객들과 깜짝 영상통화를 하기도 한다고.
물론 고충도 적지 않다. 글로벌 이슈나 유가 상승 등 숱한 외부 변수에 따라 고정 비용이 널뛰는 탓에 늘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연예인이 시작한 사업이라는 선입견 탓에 가이드 관련 법규나 차량 등록 절차 등을 날카롭게 묻는 이른바 '매의 눈'도 존재한다.
"아직도 공부하고 배워가는 과정이에요. 부족한 걸 아니까 흠잡히고 싶지 않아서 더 치열하게 점검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여행업에 오래 종사한 관리자분들과 잘 소통하고 있고, 제가 직접 면접을 본 가이드분들도 열정적으로 임해주고 계셔서 든든합니다."

녹록지 않은 현실 속에서도 김지수를 미소 짓게 하는 건 여행객들이 남겨준 '감동'이다.
"어떤 분은 자신의 책에 빼곡하게 메모를 남겨 팬심을 전해주셨고, 엽서에 꾹꾹 눌러 쓴 글로 좋은 추억이었다고 인사해주신 분도 계셨어요.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잘 봤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와 비슷한,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보람을 느껴요. 프라하 현지에서 저를 보고 너무 반가워해 주실 땐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죠."
새로운 도전이 낳은 보람을 만끽하고 있지만, 본업인 연기에 대한 갈증과 열정은 여전히 뜨겁다. 그는 세간의 오해를 불식시키며 "은퇴나 이민은 절대 아니다"라고 단호히 선을 그었다.
"30년 넘게 연기한 게 제 업이에요. 좋은 작품이 있으면 언제든 할 겁니다. 그때는 잠시 프라하를 비워야겠지만요. 다만 5년, 10년 뒤에도 프라하 하면 '지수인프라하'가 떠오를 정도로 신뢰받는 회사로 성장시키는 게 목표입니다. '최고의 여행사'보다는 우리와 함께한 시간이 '행복하고 특별한 추억'으로 남길 바랄 뿐입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