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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선업이 지난 20년간 지켜온 LNG운반선 시장의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한국은 극저온 화물창 적용 경험, 생산 품질, 대형 LNG 프로젝트 수행 능력을 앞세워 LNG선 시장을 사실상 주도해왔다.
중국은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벌크선과 컨테이너선 시장을 장악한 뒤 최근에는 LNG선 시장의 문턱까지 넘어섰다. 한국이 고부가 선종으로 확보한 차별화 영역까지 중국의 추격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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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조선이 LNG선 지배한 이유…中이 못 넘었던 기술 장벽
LNG운반선은 한국 조선업이 범용선과 차별화를 만든 대표 고부가 선종이다. 영하 163도의 액화가스를 운송하는 LNG선은 극저온 화물창, 정밀 용접, 단열 설계, 장기간 운항 안정성이 핵심 경쟁력이다.
선주들은 낮은 건조 가격보다 운항 중단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기술과 건조 실적을 우선했다. 한국이 LNG선 시장을 장악한 배경에는 일본 조선업의 쇠퇴가 있었다. 1980~90년대 LNG선 건조 기술은 일본 조선사가 앞섰지만 인력 고령화와 가격 경쟁력 저하, 사업 재편으로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주도권은 한국으로 넘어왔다. 한국 조선사는 이 시기에 LNG선 건조 역량을 집중적으로 확보했다.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은 카타르·호주 등 대형 LNG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건조 경험과 선주 네트워크를 쌓았다. LNG선 시장 경쟁력은 반복 건조를 통한 품질 데이터와 운항 실적 확보 여부였다. 중국이 LNG선 시장에 늦게 진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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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조선사는 벌크선과 컨테이너선 시장에서는 대규모 생산능력과 가격 경쟁력으로 세계 시장을 장악했지만 LNG선은 다른 경쟁 구조를 요구했다. 극저온 화물창 적용 경험, 선주 승인, 선급 인증, 장기간 운항 실적이 필요했다.
특히 화물창은 LNG선 안전성과 직결되는 핵심 설비다. 선주는 수천억원 규모 선박에 검증되지 않은 기술을 적용하기 어렵다. 중국은 생산능력은 앞섰지만 LNG 프로젝트 경험과 선주 신뢰 확보에서는 한국과 격차가 있었다. 다만 자국 발주와 정부 지원을 기반으로 건조 실적을 쌓으며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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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 조선사는 2022년 글로벌 대형 LNG 운반선 수주 시장에서 67%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압도적인 점유율은 한국이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 가졌던 유일무이한 무기였다.
실적은 사상 최대…LNG선 패권은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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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조선은 장기 불황 이후 최대 실적 국면에 진입했다. 수년 전 수주한 고선가 선박이 본격적으로 매출에 반영되면서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의 올해 2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2조7062억원을 기록했다. 후판 가격 안정, 생산성 개선, 공정 정상화가 맞물리면서 수익성이 회복됐다.
과거 저가 수주 경쟁에서 벗어나 LNG선과 친환경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종 중심으로 전환한 전략이 실적으로 연결된 것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2분기 영업이익 1조6451억원을 기록했고 한화오션은 7361억원을 달성했다. 삼성중공업도 LNG운반선과 해양플랜트 건조 확대에 힘입어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업계는 고선가 수주잔고가 순차적으로 매출에 반영되면서 당분간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북미 LNG 인프라 투자 확대도 LNG선 발주 시장을 지지하는 요인이다.
문제는 실적 이후의 경쟁 구도다. 한국 조선업이 가장 강한 경쟁력을 확보했던 LNG선 시장에 중국이 빠르게 진입하고 있어서다. 배를 많이 만드는 경쟁에서 기술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의 경쟁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생산력 앞세운 中, K조선 독주 체제 흔든다
최근 중국 조선업의 전략은 바뀌고 있다. 범용선 중심 생산에서 LNG선 등 고부가 선종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6월 전 세계 선박 수주 시장에서 중국은 445만CGT(171척)를 확보해 85%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한국은 50만CGT(13척)로 9% 수준이었다. 6월 말 기준 글로벌 선박 수주잔량에서도 중국은 1억3403만CGT로 전체의 65%를 차지했다. 한국은 3881만CGT로 19%였다.
중국 내 대형 LNG 운반선 건조 조선소도 늘고 있다. 장난조선소는 지난 6월 중국 코스코쉬핑으로부터 LNG운반선 4척을 수주했다. 후둥중화조선은 17만4000㎥급 LNG운반선 2척을 인도하며 대형 LNG선 건조 실적을 확보했다.
한국은 여전히 LNG선 건조 경험과 품질 관리, 납기 경쟁력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중국이 건조 실적을 쌓기 시작했다는 점은 기존 구도와 다른 변수다. 수주 경쟁이 가격 경쟁으로 이동할 경우 한국 조선사의 수익성 구조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척당 170억 로열티, 다음 승부처는 화물창 독립
K조선의 다음 과제는 선박 건조를 넘어 핵심 원천기술 확보다. LNG선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까지 올라왔지만 선박 가치의 핵심인 화물창 기술은 여전히 해외 의존 구조다. 다만 GTT 의존을 국내 기술 부족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LNG 화물창은 영하 163도의 극저온 환경에서 장기간 안정성을 유지해야 하는 설비로 설계 기술뿐 아니라 선급 인증과 운항 실적, 선주 신뢰가 중요하다. 프랑스 GTT(Gaztransport & Technigaz)는 마크Ⅲ(Mark Ⅲ), NO96 등 화물창 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LNG선 시장의 사실상 표준 지위를 확보했다.
한국 조선사도 수주 경쟁력을 위해 선주가 요구하는 GTT 기술을 적용해왔다. GTT의 경쟁력은 특허보다 수십 년간 축적한 운항 데이터와 글로벌 생태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비용이다. GTT 로열티는 LNG선 선가의 약 5% 수준으로 척당 평균 100억~130억원, 최대 17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국내 조선소가 지난 30여 년간 지급한 로열티는 약 7조4097억원으로 추정된다.
국산화 목표는 GTT를 단기간에 대체하는 데 있지 않다. 대형 LNG선 적용 실적을 확보해 해외 기술 의존도를 낮추고 협상력을 높이는 것이 현실적인 전략이다. 삼성중공업의 KC-2C, HD현대중공업의 KC-2B 등 한국형 화물창은 7500㎥급 LNG운반선과 벙커링선을 통해 실증 단계를 밟고 있다.
정부와 조선업계는 과거 KC-1 개발 과정의 시행착오를 보완하고 대형선 적용 확대를 추진 중이다. 남은 과제는 17만4000㎥급 대형 LNG운반선 트랙레코드 확보다. 선주는 수천억원 규모 선박에 장기간 검증된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앞으로의 경쟁은 선박을 얼마나 많이 건조하느냐가 아니라 화물창과 기자재 등 핵심 가치사슬에서 얼마나 부가가치를 확보하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