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뭘 기다리고 있는 겁니까?(What are you waiting for?)"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케빈 워시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두 번째 기자회견은 날선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워시 의장은 시종일관 2%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지키겠다고 했지만, 그러면서도 이날 통화정책 결정회의(FOMC)에서 연 3.5~3.75% 현 정책금리 동결 결정이 나온 배경에 대해 명확한 논리로 뒷받침하지는 않았다. FOMC 회의에서 투표권을 행사한 위원 중 3명은 동결 대신 0.25%포인트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그 논리에 대해서도 해당 위원들이 직접 설명하도록 하는 게 좋겠다는 취지로 언급하며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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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장의 분위기는 팽팽했다. 워시 의장이 인플레 대응이라는 목표를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동결을 결정한 점에 대해서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기자들의 질문이 잇달았다. 전임 제롬 파월 의장과 다른 워시 의장의 특징을 파악하기 위한 질문도 많았다. 워시 의장의 목소리는 가끔 떨리는 듯이 들렸지만, 자신이 전임자와는 다른 사람이라면서 입장을 쉽게 바꾸지 않겠다는 의지도 드러났다.
"목표 달성에 집중하지만, 마술지팡이는 없다"
여러 기자들이 금리 인상을 하지 않은 이유를 캐물었다. 한 기자는 "실질금리가 높다면, 이는 정책금리 또한 그 수준으로 가야 함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기자도 "연방기금금리가 2년만기 국채금리보다 약 75bp(1bp=0.01%포인트) 낮은 수준"이라면서 "이는 시장이 결국에는 금리를 인상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하며, 이는 대부분의 테일러준칙 추정치보다 약 100bp 낮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워시 의장은 이에 대해 금리가 상승한 것이 "우리가 시장에 미치려던 영향력을 일부 거둬들임에 따라 시장이 자체적으로 판단을 내린 결과"라고 답했다.워시 의장은 2% 물가상승률 목표치에 대한 Fed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그는 "금융 시장의 일부 관계자나 가계, 기업들 사이에는 중앙은행이 2%라는 인플레이션 목표를 설정하긴 했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다소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용인할 의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면서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 중 하나는 인플레 기대심리가 올바른 수치(2%)를 중심으로 형성되도록 하는 것인데, 이 부분에서 우리는 어느 정도 진전을 냈다"고 주장했다. Fed가 인플레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기 때문에 금리가 상승했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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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라디오 및 TV의 마이클 맥키온 기자는 물가 목표치를 달성하겠다고 강조하는 워시 의장의 발언과 달리 시장은 목표 달성에 이르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미국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점은 '(Fed가) 뭘(어떤 신호를) 기다리고 있느냐'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로이터의 앤 사비르 기자도 "'인플레이션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게 무슨 의미이며 어떤 조치를 취하겠느냐"고 캐물었다. 워시 의장은 "어서 결과를 내놓으라는 조바심을 느낀다"면서 "우리는 맡은 임무를 수행하고 있고, 반드시 성과를 낼 것"이라면서 "목표 달성에 레이저처럼 집중하고 있지만, 마술 지팡이를 휘둘러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반박했다.
3명이 금리 인상을 요구하며 동결에 반대한 점과 관련해 워시 의장은 "지금은 단순히 상황을 지켜보며 기다리는(watchful waiting) 시기가 아니라, 신중하게 생각하며 상황을 주시하는(watchful thinking) 시기이며, 이에 대해서는 만장일치로 의견이 모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FOMC에서 금리 인상을 주장한 이들은 베스 해먹 클리블랜드연은 총재,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연은 총재, 로리 로건 댈러스연은 총재 3명이었다. 이들은 지난 4월에도 금리 인상보다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듯한 성명서 문구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던 이들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3명이 같은 방향으로 반대 의견을 냈던 것은 2016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었다고 WSJ는 설명했다.

Fed 역할 축소 강조
워시 의장은 시종일관 자신들은 시장의 데이터를 보고 해석하는 역할에 머물 것이라는 취지로 언급했다. 그는 "여러분 중 다수가 우리의 '반응함수'에 관심이 있겠지만 우리는 금융시장의 반응에 관심이 있다"고 했다.ADVERTISEMENT
점도표 등 포워드 가이던스를 없애기로 한 결정을 옹호하는 데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워시 의장은 "(FOMC) 회의와 회의 사이 기간에 시장이 우리에게 즉각 반응하지 않았다는 점에 안도감을 느꼈다"면서 "시장이 점도표나 연설 내용에 반응하는 대신 실시간 발생하는 사건에 반응하는 모습이었다"고 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많은 나라가 의도적으로 방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시장에 확신을 주려 노력하며 향후 조치를 명확히 예고했다"면서 "위기 상황에선 신중하고 현명한 정책이지만 상황이 안정된 지금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9월 FOMC에서 시장은 금리가 0.25%포인트 이상 상승할 가능성을 100% 이상으로 보고 있다. 이것이 워시 의장의 의사결정이나 사고방식에 어떻게 반응하느냐는 질문에는 "시장 가격에 얽매이지 않고 그 내용을 그대로 따르지도 않겠지만, 시장이 매우 유용한 정보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모호하게 피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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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시 의장은 의사결정에 활용되는 민간 및 공공 데이터를 재검토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가 결성되었다고 소개했다. 또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물가안정을 달성하느냐는 점"이라면서 생산성이나 인구구조, 세계 경제 상황 등을 판단하기 위해 8월 잭슨홀 회의 전까지 TF 팀들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직설적으로 "오늘 뉴스가 뭐냐"는 질문도 나왔다. NBC뉴스의 브라이언 정은 "오늘 금리 변동도 없었고 일반 가계를 위한 정책방향 제시도 없었다. 오늘 뉴스는 뭔가"라고 물었다. 워시 의장은 "기자회견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뉴스였던 모양"이라고 받아치면서 "새로운 중앙은행장으로서, 우리가 임무 완수를 위해 변함없이 헌신하고 있으며 반드시 해낼 것이라는 확신과 낙관적인 전망을 여러분께 전하며 마무리하고 싶다"고 했다. 그가 퇴장하기 전에 내놓은 마지막 발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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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