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당국과 정치권에 따르면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국민의힘 당원으로 가입한 신천지 신도로 특정한 인원은 5만6000명에 달한다. 특정 후보의 당선을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면 경선 결과를 뒤바꾸고도 남을 규모다. 2021년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송영길 후보와 홍영표 후보 간 권리당원 표 차이는 1980표에 불과했다. 같은 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윤석열 후보와 홍준표 후보의 득표 차이는 약 3만6000표였다.
ADVERTISEMENT
이중당적은 정당법 제42조와 제55조에서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양대 정당이 당원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당적을 교차 검증하지 않아 사문화했다. 경선은 투표율이 통상 30~50%에 그쳐 음성적인 ‘동원 표’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수 당원의 보편적 의사보다 특정 집단이 관리하는 수만 표가 공천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기형적 경선 구조가 고착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원 명부를 교차 검증해 불법 복수당적자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입당 허용 후 당원수 급증…여야, 명부 관리보다 확장에 급급
불법명부로 매표…브로커 판쳐, 교차 검증 등 가려낼 시스템 없어
신천지 신도의 조직적 당원 가입 의혹은 수년간 여야 정치권이 방치해 온 정당 명부 관리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정치권이 더 심각하게 보는 대목은 이 같은 불법 이중당적의 오염이 특정 종교 집단의 침투를 넘어 범여·범야권 내 우방 정당 간 당적 섞임으로까지 전면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가 지난 27일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간 이중당적 정리를 공식적으로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조국혁신당의 당비 납부 주권당원(약 3만6000명)이 민주당 당적을 중복 보유하면 다른 정당 구성원이 민주당 경선표를 흔드는 당심 왜곡이 불가피하다.불법명부로 매표…브로커 판쳐, 교차 검증 등 가려낼 시스템 없어
야권 역시 자유와혁신, 우리공화당 등 외곽 보수 정당과의 당적 중복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8일 “장동혁 대표가 최근 올림픽공원 시위 현장을 자주 찾는 것도 자유와혁신 당원 상당수가 국민의힘 당적을 함께 쥐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경선 때마다 판치는 매표 조직
수사 대상에 오른 신천지 외에도 현장에선 수만 표를 쥐고 불법 이중당적 명부를 거래하는 매표 비즈니스가 성행하고 있다. 호남의 한 전직 의원은 “지역에서는 수천~수만 명의 당원 명부를 갖고 있다는 조직책이 1억원을 주면 경선에서 이기게 해주겠다고 접근하는 사례가 꽤 빈번하다”고 귀띔했다. 이어 “특히 ‘경선이 곧 당선’인 호남과 대구·경북(TK)처럼 특정 정당이 우세한 지역일수록 여러 당적을 보유한 사람이 모인 조직은 브로커가 금전 거래를 통해 각 정당 경선에 개입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각 지역에서 알 수 없는 정당들이 이중당적 장사를 한다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ADVERTISEMENT
이중당적은 공직 출마자가 아니면 적발되지 않는다. 공직 후보자가 등록할 때 선거관리위원회가 각 정당에 가입 여부를 확인하면 드러난다. 2020년 총선 당시 민주당 영입 인재였던 최지은 전 민주당 국제대변인은 후보 등록 직전에야 10년 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당적을 유지한 사실이 드러나 급히 탈당했다.
이중당적 문제는 2015년 온라인·모바일 입당 허용이 시발점이 됐다. 스마트폰 본인 인증만으로 가입이 간소화되면서 전체 당원은 2014년 524만 명에서 2024년 1128만 명으로 10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투표권이 있는 민주당 권리당원(최소 6개월 이상 당비 납부)은 이달 기준 약 152만 명에 달한다. 국민의힘 책임당원(최소 3개월 이상 당비 납부)은 지난 3월 기준 약 108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양적 확대 과정에서 자당의 탈·복당 이력만 조회될 뿐 정작 다른 당의 당적 보유 여부를 대조할 교차 검증은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선관위도 못 보는 당원 명부
여야는 명부 신뢰성을 높이기보다 당원 권리 확대에만 집중해 왔다. 민주당은 이번 전당대회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 가치를 동일하게 맞춘 ‘1인 1표제’를 도입했고, 국민의힘 역시 책임당원 1인 1표제를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당비 월 1000원만 내면 당 대표와 공직 후보자를 뽑는 투표권이 주어지지만, 진짜 이 지역 유권자인지 가려낼 주소지 검증 장치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거대 양당이 매년 지원받는 국고보조금과 선거보조금은 연간 1000억원 안팎이다. 막대한 세금을 쓰면서도 중복·유령 당원 검증 시스템을 두지 않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당법은 이중당적을 징역 1년에 처하도록 규정하면서도 다른 조항에 ‘선관위 조사 대상에서 당원 명부는 제외한다’며 자체 방패막을 놓았다. 양향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공천과 정치 전반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불법 이중당적을 막기 위해 선관위 차원의 실시간 통합 교차 검증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형창/이에스더 기자 calling@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