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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도 음식도 '끝'이 중요하다…한 끼를 완성하는 마지막 페어링 [김새봄의 미식 스프링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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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도 음식도 '끝'이 중요하다…한 끼를 완성하는 마지막 페어링 [김새봄의 미식 스프링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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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에는 시작과 함께 끝이 존재한다. 그 끝을 맺는 방식을 '종지(Cadence)'라고 한다. 종지에도 여러 형태가 있지만, 곡을 마무리하거나 가장 분명한 해결감을 표현하고자 할 때 흔히 사용되는 것은 완전 정격종지(Perfect Authentic Cadence)다. 딸림화음(V)에서 으뜸화음(I)으로, 딸림음(5도)과 이끔음(7도)을 으뜸음(1도)으로 이끌며 해결하는 것이다. 이로써 이어지는 진행은 오랫동안 쌓인 긴장을 자연스럽게 풀어주며, 듣는 이에게 비로소 하나의 음악이 완성됐다는 인식을 준다.

    미식에도 이와 같은 해결의 순간이 존재한다. 한 접시 안에서 쌓인 향과 식감, 감칠맛은 딸림화음처럼 설렘과 긴장을 만들고, 마지막 한 입 혹은 한 잔은 이끔음처럼 모든 맛을 하나로 귀결시킨다. 그 순간 우리는 비로소 '잘 먹었다'는 완성의 감각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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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한 입이나 한 잔으로 종결되는 미식의 한 프레이즈. 이로써 한 끼를 비로소 완성된 기억으로 만드는 관계성. 바로 ‘미식의 완전 정격종지’다.
    1. 광화문 파블로그릴앤바 - 스테이크를 레드와인으로 마무리짓다

    광화문 KT사옥 최상층에 자리한 파블로그릴앤바는 서울을 대표하는 스테이크하우스다. 들어서자마자 천장부터 바닥, 테이블과 의자까지 통일된 고운 체리 오크 컬러. 그 끝에는 창밖으로 펼쳐지는 대한민국의 심장 청와대와 경복궁이 눈앞에, 첫인상부터 서울 대표 스테이크하우스의 자리에 도장을 찍는다.

    파블로그릴앤바의 라이브 샐러드는 클래식하면서도 대중을 사로잡는 디테일이 있다. 샐러드를 주문하면 직원이 테이블 앞에서 직접 샐러드를 버무려 소분해 주는데, 마지막에 눈꽃이 내리는 것처럼 상당히 많은 양의 치즈를 수북이 쌓아 올린다. 여기에서 다시 확인하는 뉴노멀 한국의 입맛. 닭갈비집에서도, 곱창집에서도 흥건한 치즈를 열렬히 찾는 한국사람들의 현대적 입맛을 저격한 코리안 페이보릿 샐러드다. 바삭한 크루통이 식감을 더하며 담백함과 고소함의 균형을 맞추며 딸림화음의 근음(1도)을 본격적으로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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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음의 완성은 당연 메인인 스테이크다. 파블로그릴앤바에서는 고기를 28일간 숙성한다. 매니아와 입문자를 동시에 충족 가능한 최장 숙성 기간의 마지노선이다. 안심과 등심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티본이 이끌며 수제 토마토 소스, 치미추리, 홀렌다이즈 세가지 소스가 나머지 화음을 3도씩 얹는다. 겉은 강한 화력으로 단단히 구워 풍미가 가득하고 속은 야들야들, 육즙이 촉촉하게 배어나오며 딸림화음의 이끔음을 구성하고, 화려함을 연출하며 지방의 매력을 각기 극대화 한다.


    이들을 으뜸으로 이끄는건 마지막에 잔을 채운 레드와인이다. 파블로 그릴앤바에서는 반드시 와인을 곁들이길 추천한다. 비(非)호텔 업장 중에서 가장 많은 와인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삭한 표면을 파고든 촉촉한 고기를 음미하며 레드와인을 한 모금 머금으니 스테이크의 진한 육향은 더욱 깊어진다.


    추천하는 와인은 미국 나파밸리 지역의 조셉펠프스 카베르네쇼비뇽. 미국 와인 특유의 드라이하고 검붉은 과실향과 풍부한 탄닌이 에이징 스테이크 특유의 느끼함을 손잡고 무대의 커튼을 내릴때까지 춤을 춘다. 식사의 마지막 화음을 완성한 완벽한 미식의 정격종지다.
    2. 교대 승소 - 오뎅나베와 사케의 편안함
    교대역과 서초역 사이, 법조인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거리 한복판에 '승소'라는 이름의 이자카야가 문을 열었다. 이름만으로도 이 동네에서 아주 환영받을 공간. 하이엔드급 스시야 ‘스시한다’의 김성복 셰프가 선보이는 캐주얼 이자카야다. 최고급 스시야의 감각과 대중적인 술집은 과연 공존할 수 있을까? 그 의문은 첫 주문과 함께 말끔히 해소됐다.

    교대 일대 직장인들의 회식 문화를 고려한 1~2만원대의 메뉴가 대부분인 합리적인 가격부터 인상적이다. 안키모 크래커, 고등어 봉초밥, 덴푸라 등 메뉴는 익숙하지만, 스시한다에서 맛보곤 너무 맛있어서 ‘한그릇만 더 먹고싶다’고 생각한 메뉴들이 포션을 늘려 메뉴판에서 손님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메뉴는 회식의 메카라는 명성에 걸맞게 셰프가 직접 만든 오뎅을 넣은 ‘오뎅나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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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쓰오를 진하게 우려낸 육수에 배추를 아낌없이 넣어 ‘사각사각’. 깊고도 반전이 있으며 시원한 국물을 완성했다. 우엉, 버섯, 청양고추를 잘게 다져 가득 넣고 부드럽게 빚어낸 수제 오뎅은 국물을 한껏 머금으며 풍성한 감칠맛을 더한다. 끊임없이 끓는 국물은 야근과 회식에 지친 직장인들의 몸을 천천히 녹여주고, 단전에서 목구멍까지 이어지는 따뜻한 여운은 딸림화음처럼 풍성하게 전해져 다음 한 모금을 자연스럽게 기다리게 만든다.


    그리고 그 긴장을 풀어주는 마지막 한 수는 사케. 계절 특선 사케를 필두로 스시한다에서 오랜 시간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엄선한 라인업은 짧고 굵으며 빈틈이 없다. 다진 야채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따뜻한 오뎅나베를 투명하고 섬세한 ‘미치자쿠라 준마이 긴조 키타시즈쿠 45의’ 깨끗한 산도와 미네랄감이 잘 정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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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닦인 유리잔처럼 투명한 질감. 은은한 배와 청사과 향 뒤로 키타시즈쿠의 부드러운 감칠맛 뒤에 물처럼 깨끗하게 사라지는 준마이긴조. 온천으로 하루의 피로를 노곤하게 마무리하는 듯한 편안한 정격종지였다.
    3. 긴자 라이온 - 가츠산도와 맥주의 완벽한 조합

    삿포로맥주가 1934년 도쿄에 문을 연 긴자 라이온(Ginza Lion)은 일본 맥주 문화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이다. 반올림하면 100년을 바라보는 비어홀. 짙은 목재와 스테인드글라스가 어우러진 독일풍 인테리어는 시간여행을 온 듯, 오랜 세월을 견뎌온 테이블과 의자, 희끗한 머리의 수십 년 단골 손님들까지도 하나하나 공간의 역사가 느껴지는 구성원이다.


    일본 특유의 집요함을 그대로 담아낸 가츠산도는 이곳에서 꼭 맛봐야 할 메뉴다. 칼각으로 썰어낸 단면 끝에 맺힌 육즙과 건드리기 미안할 만큼 여리여리한 연분홍빛 돈카츠. 바삭한 튀김옷과 진한 우스터소스, 폭신한 식빵은 저마다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딸림화음(V)처럼 긴장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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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모든 맛을 으뜸화음(I)으로 해결하는 것은 역시 생맥주다. 긴자 라이온의 생맥주는 일반적인 3회 따르기 대신, 맥주와 거품의 비율을 한 번에 완성하는 전통 방식을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다. 액체를 회전시키며 과도한 탄산을 부드럽게 정리하고, 크리미한 거품을 동시에 만들어내는 기술 덕분에 맥아의 풍미는 더욱 선명하게 살아난다.

    마지막 한 모금의 생맥주는 이끔음(7도)처럼 입안에 남은 기름기와 우스터소스의 농도를 깨끗하게 정리하고, 폭신한 빵과 육즙의 여운을 상쾌한 기분으로 귀결시킨다. 흩어져 있던 풍미가 으뜸음(1도)에 안착하듯, 모든 맛이 하나의 화성, 맥주의 탄산으로 해결된다. 완전하고, 완벽한 정격종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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