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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계 찬 '천년 의학'…현대 의료로 진화하는 티베트 의학 [차이나 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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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계 찬 '천년 의학'…현대 의료로 진화하는 티베트 의학 [차이나 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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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2일 중국 시짱(티베트)자치구 라싸에 있는 티베트의학병원 진료실. 기자가 환자용 의자에 앉자 흰 가운을 입은 티베트 의사 대여섯 명이 한꺼번에 진료대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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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 환자가 많지 않은 곳에서 한국인 기자가 직접 진료를 받겠다고 하니 의사들이 하나둘 자리를 함께한 것이다.

    진료를 맡은 현지 의사가 기자의 팔에 혈압계를 감았다. 수치를 체크한 뒤 청진기로 가슴과 등에 대고 숨소리를 들었다. "언제부터 머리가 아팠습니까" "몸이 춥거나 떨립니까" "숨이 차거나 가슴이 답답합니까" 등의 질문이 차례대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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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싸에 도착한 뒤 심한 두통과 오한, 전신 통증을 겪었다고 답하자 의사는 증상이 시작된 시점부터 수면 상태, 약 복용 여부까지 하나씩 확인했다. 해발 약 3650m의 라싸에 처음 도착한 외지인이 겪는 고산 반응을 살피는 진료였다.
    진료·연구·제약 한 곳에…티베트 의학을 산업으로
    진료실 벽에는 티베트어와 중국어가 함께 적혀 있었지만 검사 과정 전반은 낯설지 않았다. 혈압을 측정하고 청진기로 호흡을 확인한 뒤 증상을 문진하는 방식은 현대 병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통 지식만을 고집하기보다 현대 의료기기와 임상 절차를 함께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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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정체성은 분명했다. 티베트의학병원 곳곳에는 티베트 전통의학의 역사와 약재, 고문헌이 소개돼 있었다.

    티베트의학병원의 설립 후 직접적인 역사는 100년을 넘었지만 계승하고 있는 티베트 의학의 전통은 훨씬 길다. 사실 티베트의학병원은 환자 치료만을 위한 의료기관은 아니다. 티베트 전통 의학을 토대로 진료와 연구, 인재 양성, 질병 예방, 건강관리, 의약품 생산을 한데 묶은 종합 거점이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티베트 의학을 현대 병원 체계 안에서 보존하고 임상에 적용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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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 의학의 명맥만 유지하는 곳이 아니라 티베트 의학을 현대적 공공의료 체계 안에 편입하고 제도화한 핵심 기관이라는 의미다.

    티베트의학병원 관계자는 "전통적인 의학 지식과 치료 경험이 근대적 병원 조직, 전문 진료과, 연구실, 교육 체계, 의약품 생산시설과 결합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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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베트의학병원은 티베트 의학의 이론과 임상 효과를 연구하면서 동시에 의료진과 후속 세대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물론 주민들의 전반적인 건강을 돌보는 보건·건강관리 기능과 티베트약을 직접 제조하는 약제 생산 기능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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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싸에 거주하고 있는 한 중국인은 "가벼운 질병으로 한 번 병원 진료를 받을 때 20위안(약 4300원) 정도를 낸다"며 "진료비나 병원 이용이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티베트의학병원은 치료기관이면서 동시에 연구소, 교육기관, 전통지식 전승기관, 의약품 생산기관의 성격을 함께 갖춰 일반적인 종합병원과는 다른 구조다. 티베트 전통의학이 민간요법이나 개별 의료인의 경험에 머무르지 않고 병원이라는 제도적 공간에서 지속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 곳엔 중국 전통의학 분야 최고 권위자에게 부여되는 국의대사 3명이 있다. 국의대사는 장기간 임상 경험과 학술적 공헌, 후학 양성 성과 등을 인정받은 전통의학 전문가를 가리킨다. 이와 함께 무형문화유산 전승자들도 다수 소속돼 있다. 이들은 티베트 의학 관련 전통 지식과 기술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이곳의 외래·응급 진료 환자는 53만8500명으로 집계됐다. 티베트 의학 특색 진료는 151만2800회 시행됐다. 티베트의학병원 측은 진료 규모가 중국 내 민족의학병원 가운데 상위권이라고 설명했다.
    전통의학을 국가 산업으로 키우는 中
    중국 정부는 티베트 의학을 국가 전략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티베트의학병원은 국가 중의약 계승·혁신센터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연구와 임상·전승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2016년 이후 중국 정부는 중앙 예산 등을 활용해 티베트 의약 사업 발전에 꾸준히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티베트 의약 고문헌 보호, 임상 근거 창출과 검증 능력 향상 등도 포함됐다.

    같은 맥락에서 중국 정부와 티베트자치구는 티베트 의학 예방보건학과 뇌질환학 등 주요 학과와 전문 진료 분야의 연구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중앙정부 부처와 티베트자치구가 공동으로 티베트 의약대를 육성하고 티베트 의학 박사과정 설치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티베트약 생산액은 33억1800만위안(약 7170억원)이다. 티베트 의학은 이미 티베트를 대표하는 특색 있는 핵심 산업으로 성장했다.



    다만 오랜 임상 경험을 현대 과학의 언어로 설명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전통적으로 사용돼온 처방이라도 산업화하려면 원료의 성분과 작용기전, 품질 편차, 독성 가능성을 규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식물뿐 아니라 광물성 원료도 활용하는 일부 티베트약은 안전성 평가와 제조공정 관리가 시장 확대의 전제다.



    이 때문에 티베트자치구는 지난해 티베트 의약 산업사슬 과학기술 혁신계획을 가동했다. 주요 기업과 연구진을 연결해 광물성 약재의 독성 분석, 약재 가공기술, 원료 표준 등 세 가지 공통 과제를 연구하도록 했다.



    티베트자치구는 티베트 의약의 산업적 가능성을 약품 판매에 국한하지 않고 있다. 고원 환경과 결합한 건강검진, 회복 프로그램, 전통 치료 체험, 약초 재배지 관광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방침이다. 라싸를 찾는 관광객이 병원이나 전시관에서 티베트 의학을 체험하고 현지 의약품과 건강제품을 구매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티베트 의학의 서비스 시장을 넓히는 동시에 제약사의 안정적인 내수 기반까지 확보하려는 취지다.

    라싸=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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