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열풍 속에 LS그룹이 전력 인프라 시장의 핵심 기업으로 떠올랐다. 전력기기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그룹 지주회사인 ㈜LS 주가는 최근 3년 새 여덟 배 가까이 올랐다. ‘2030년 자산 50조원’ 목표도 올해 조기 달성할 것이 확실시된다. LS그룹은 이 같은 호황을 발판으로 로봇, 배터리, 희토류, 전기차 충전 등 AI 관련 소재·부품 영역으로 영토를 넓혀나가고 있다.
명노현 LS그룹 부회장은 지난 24일 서울 용산 본사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AI 데이터센터가 이끄는 전력기기 호황은 최소 10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며 “이제 로봇과 희토류 등 차세대 사업을 미래 승부수로 삼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명 부회장과의 일문일답.
▷최근 글로벌 AI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시장 동향은 어떤가요.
“전력기기 슈퍼 사이클(대호황)은 최소 10년간 지속될 것으로 봅니다. 인간의 편의 추구 성향과 소득 수준 상승에 따른 전기 사용량 증가 때문입니다. 소득이 높아질수록 가전제품과 전력 소비가 늘어나듯이 전기 수요는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1990년대 인터넷 혁신부터 닷컴 버블까지 15년이 걸렸듯, AI 데이터센터로 인한 폭발적 수요 역시 최소 10년 이상 고도 성장세를 유지할 것입니다.”
▷10년 뒤에는 호황이 끝납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10년 뒤 성숙기에 접어들더라도 AI 데이터센터는 24시간 가동되며 열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전력기기의 교체 주기가 도래합니다. 신규 수요가 정체되더라도 꾸준한 교체 수요가 시장을 떠받치며 재성장을 이끌 것으로 판단합니다.”
▷LS그룹 차원의 수주 성과는 어느 정도입니까.
“그룹 차원의 올해 상반기 수주 잔액만 17조원 규모에 이릅니다. LS전선이 약 8조5000억원, LS일렉트릭이 약 7조5000억원 규모죠. 각각 향후 3~5년 치 일감을 쌓아둔 상태입니다. 구글,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와 인도,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데이터센터 사업자의 주문이 쏟아지고 있지만 생산능력이 부족해 모두 소화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2030년 자산 50조원 목표 달성도 순항 중이겠네요.
“그렇습니다. 구자은 LS그룹 회장 취임 당시 22조원이던 자산 규모가 지난해 말 44조원으로 늘었습니다. 올해 50조원 목표를 조기 달성할 수도 있습니다.”
▷차세대 사업으로 ‘로봇’을 낙점한 겁니까.
“로봇을 활용한 완전 무인 공장인 다크 팩토리가 제조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으로 봅니다. LS는 로봇 완제품 제작보다 핵심 부품과 소프트웨어 공급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LS일렉트릭은 감속기·서보모터 및 소프트웨어를, LS에코첨단소재는 경량 에나멜 와이어를, LS오토모티브는 센서와 액추에이터를 개발 중입니다. 각 계열사의 로봇 사업이 커지면 2~3년 뒤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위해 사업구조 재편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 현지 공장도 둘러봤다고요.
“중국 로봇 기업과 제조 공장을 둘러보면서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큰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우리가 2~3년 걸릴 개발을 중국은 ‘연 단위’가 아니라 ‘월 단위’로 해내고 있습니다. 안내, 물류, 약품 조제 등 목적별로 특화된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력은 물론 시속 60㎞로 달리는 대형 로봇 개까지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정부가 공기업 수주 등으로 초기 시장을 열어주니 발전 속도가 더 빠른 것 같습니다.”
▷중국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은 어떤가요.
“제조 전반의 효율성과 원가 구조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배터리 전구체 4만t을 생산하는 데 한국은 인력 125명이 필요한데, 중국 CNGR 공장은 30명이면 됩니다. 공장 폐수에서 소금을 추출해 팔아 이익을 남기는 기술도 4~5년 전에 구축해 놨더군요. 솔직히 대부분 제조업에서 중국을 이길 수 있는 나라는 없다고 봐도 될 정도죠. 이제는 한국이 겸손하게 중국을 배워야 할 때입니다.”
▷희토류 사업 진행 상황은 어떻습니까.
“희토류는 또 다른 핵심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LS전선을 중심으로 연간 총 4000t 규모의 희토류 생산을 검토 중입니다. 이 중 3000t은 미국, 1000t은 국내에서 생산할 계획입니다.”
▷정부가 기업들에 비수도권 투자를 적극 독려하고 있는데요.
“LS처럼 지방에 균형 있게 투자하는 곳은 없습니다. LS전선 자회사 LS마린솔루션이 전남 해남에 20만㎡ 부지를 확보해 포설선 정박과 풍력 기자재 처리를 위한 배후기지 투자를 진행 중입니다. LS전선도 새만금에 배터리 소재 전구체 공장에 4100억원을 투자해 1단계 공장을 준공했고요. LS MnM은 울산 온산 황산니켈 공장(6500억원)과 군산 동박 원재료 공장(1100억원)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계열사 중복상장 논란에 대한 입장은 무엇입니까.
“정부가 제시한 기준을 100% 준수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룹의 연간 영업현금흐름이 2조원 수준에 달합니다. 외부 자금 조달 없이도 신사업 투자 재원을 자체적으로 충분히 충당할 수 있습니다.”
김채연/강해령/원종환 기자
■ 명노현 부회장은
△1961년 인천 출생
△동국대사대부고, 인하대 무역학과, 연세대 국제경영학 석사
△1987년 LS전선 입사
△2011년 LS전선 경영관리부문장(CFO)
△2017년 LS전선 대표(CEO)
△2022년 LS그룹 사장
△2023년 LS그룹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