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다 바람이 불어오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한 식당. 야외 테이블에 이재명 대통령과 시가총액이 2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 총수들이 마주 앉았다. 계산은 누가 했을까.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장관이 "오늘 밥값은 제가 내겠다"며 손을 들었다. 그러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맥주 다 쏴라"고 웃으며 말했다.
24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만과 맞닿은 미션베이의 작은 해변가 식당 '더 램프(The ramp)'는 오후 5시50분께부터 손님 준비로 바빴다. 이 대통령을 시작으로 앞서 '샌프란시스코 AI 서밋' 행사를 마친 글로벌 기업 총수들이 하나둘 자리를 채웠다. 더 램프는 낚시용 미끼를 파는 작은 보트 선착장으로 시작한 76년 역사의 식당이다.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하던 이 대통령과 기업인들은 병맥주를 들고 야외 테라스 쪽에서 '셀카' 기념촬영도 했다.


이들이 주문한 메뉴는 게살 케이크, 피시앤칩스, 칼라마리(지중해식 오징어튀김), 치킨샌드위치 4종. 각 메뉴를 2~3개씩 시켰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젠슨 황이 이 회장, 정 회장과 서울 강남구에서 가진 치맥 회동을 의식한 듯 "치킨이 필요할 텐데"라고 농담을 했다. 실제 청와대는 이번 회동을 위해 캘리포니아 베이 지역 치킨집들을 물색했으나 경호 상의 이유로 이 식당을 고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날 테이블에 앉은 사람은 이 대통령,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혹 탄 브로드컴 CEO, 라니 보르카르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 하드웨어 사장,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네이버 이해진 의장, 배경훈 과학기술부총리, 김용범 정책실장 총 10명이다.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에서는 가족을 '밥을 같이 먹는 사이'인 식구라고도 한다. 한국뿐 아니라 온 세상에서 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내가 '우리는'이라고 외치면 '식구다'라고 해달라"며 건배사를 했다. 젠슨 황도 "우리는 가족(We are family)"이라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또 황 CEO에게 "용산 전자상가를 다니던 젊은 시절이 큰 에너지원이 됐느냐"고 묻고, 그렇다는 답이 돌아오자 '엄지 척' 포즈를 취하는 등 대화를 이어갔다. 또 이 대통령이 "(배 부총리가) LG 연구원이었다"고 말해 황 CEO가 "그러면 돈을 많이 벌었겠다"고 하자, 다시 이 대통령이 "돈을 벌기 직전에 모셔 와서 돈을 못 벌게 됐다"고 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날 식사는 약 1시간 정도 진행됐다. 경호 인력들이 자리를 지켰으나 현지인들도 자유롭게 식사하는 분위기였다. 지나가는 행인들은 "도대체 누가 왔느냐"고 물었고, "한국 대통령"이라는 답변을 듣고 휴대폰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이날 대화를 주도한 인물은 단연 '젠슨 황'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정 회장은 "젠슨 황이 대통령과 많은 말씀을 나누셨다"며 "앞으로 많이 교류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AI 관련해서 더 많은 투자를 해 주고, 기업들과 협력을 많이 해 달라고 당부하셨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나보다 젠슨이 많이 얘기했다"고 했다.

총수 간 친목도 과시했다. 이 회장은 "우리 딸이 올해 대학교를 졸업했는데, 정 회장이 졸업 선물을 보내주셨다"며 웃으며 말했다. 이 회장은 만찬 후 젠슨 황과 딸 매디슨과 기념 촬영을 하기도 했다.
이 날 만난 총수 및 임원들의 기업 시가총액은 1경9336조원에 달한다. 이날 기준 엔비디아 5조100억달러(약 7330조원), 마이크로소프트(MS) 2조8350억원(약 4147조원) 브로드컴 1조8170억달러(약 2658조), 지난달 말 기준 삼성그룹 2655조원, SK그룹 2234조원, 현대차그룹 280조원, 네이버 32조원을 모두 더한 수치다. 이들이 테이블에서 결제한 금액은 560달러, 약 82만원이었다.
샌프란시스코=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