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말 탈모가 많이 진행됐는데 왜 이제 오셨어요?" 병원을 찾아온 탈모 환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면 의외의 답이 돌아온다. "탈모샴푸를 쓰고 있었는데요."
탈모를 걱정하는 남성이라면 한 번쯤 기능성 탈모샴푸를 사용해보곤 한다. 요즘 출시되는 탈모샴푸는 과거처럼 멘톨이나 한방 성분만 내세우지도 않는다. 펩타이드와 성장인자(EGF·FGF), 비오틴, 두피 마이크로바이옴, pH 밸런스 등 첨단 성분과 기술을 앞세운 제품들이 수두룩하다. '48시간 볼륨 40% 향상'처럼 구체적인 시험 결과를 제시하는 제품도 적지 않다.
광고 문구도 달라졌다. 과거 '탈모 예방'이나 '발모 효과'처럼 과장된 표현 대신 '탈모 증상 완화에 도움'이라는 표현이 자리 잡았다. 허위·과대광고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 제재 이후 더 신중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다. 다만 주된 호칭이 '탈모샴푸'인 만큼 이러한 샴푸들이 탈모 방지나 억제에 큰 효과를 줄 것이라 기대하는 소비자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탈모샴푸는 정말 탈모를 막아줄까. 탈모관리 브랜드 리필드를 운영하는 콘스탄트는 최근 "탈모샴푸는 사기"라며 "오히려 탈모샴푸로 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탈모 환자가 적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양미경 콘스탄트 연구소장은 "환자들이 '이 샴푸가 좋다'는 말을 듣고 제품을 계속 바꿔 쓰며 3~5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러 탈모샴푸가 다양한 기능성 성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유효 성분이 두피에 흡수되려면 분자 크기뿐 아니라 충분한 접촉 시간이 필요하다"며 "샴푸는 계면활성제가 들어 있어 장시간 두피에 올려놓는 제품이 아니다. 1~2분 내에 씻어내는 제품에서 기능성 성분이 모낭까지 전달돼 작용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렇게 시간을 허비하다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모낭의 20~30%가 기능을 잃은 경우도 상당수"라며 "기능을 잃은 모낭에서는 어떤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머리카락이 나지 않기에 탈모도 초기에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라고 말했다. 양 소장은 "소비자가 탈모샴푸를 치료제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기에 생기는 문제"라며 "명칭부터 잘못됐다. '탈모 증상 완화 기능성 샴푸'가 아니라 '두피 환경 개선 기능성 샴푸' 정도가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식약처는 기능성화장품인 탈모샴푸를 의약품과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식약처는 "기능성화장품 샴푸는 탈모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줄 뿐, 탈모를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의약품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설명한다.
기존 업체들도 발모가 아닌 '두피 환경 관리'가 샴푸의 본질이라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피지와 노폐물이 쌓이면 두피 염증이나 자극 등으로 건강한 모발을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며 "따라서 두피를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이 모든 탈모샴푸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에는 유효 성분이 두피와 모발에 더 잘 전달되도록 다양한 제형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면서도 "탈모 치료나 발모는 의약품의 영역이기에 샴푸는 두피 환경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개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기능성 탈모샴푸의 역할과 한계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탈모샴푸는 피지와 노폐물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세정 기능을 바탕으로, 보습과 진정, 각질 관리 등을 통해 건강한 두피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다만 남성형 탈모처럼 유전과 호르몬이 원인인 경우에는 샴푸로 증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허창훈 대한모발학회장(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은 "'탈모 증상 완화 기능성 화장품'을 줄여 탈모샴푸라고 부르다 보니 소비자들은 탈모 자체를 막거나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며 "실제로는 탈모 치료나 발모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효과가 검증된 유효성분이 있다고 해도 샴푸를 하는 짧은 시간 동안 두피 속에 충분히 침투하기 어렵다"며 "샴푸의 역할은 피지와 노폐물을 제거하고 염증 등 좋지 않은 두피 환경을 개선해 모발 건강 유지에 도움을 주는 정도로 이해해야 한다. 탈모를 치료·경감·예방할 수 있다고 오인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