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드업계가 청년, 외국인 등 금융이력부족자(신파일러·Thin-Filer)의 신용카드 발급을 위한 평가체계 마련에 나섰다. 국내 카드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가운데 신파일러를 지원하겠다는 정부 기조에 발맞추는 동시에 대안신용평가 등을 활용해 새로운 ‘알짜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는 신파일러가 더욱 쉽게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는 평가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업권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이는 금융위원회가 지난 15일 청년과 외국인 등 금융 이력이 부족한 사람도 포용할 수 있는 신용카드 발급 체계를 오는 12월 도입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특히 업계는 외국인 고객 확대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외국인은 신용카드 발급의 문턱이 높았다. 금융 거래 이력이 짧아 기존 신용정보만으로는 상환 능력을 충분히 증명하기 어려웠고, 카드사들 역시 체류 기간 등 가입 조건을 까다롭게 적용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황 악화로 본업의 성장이 주춤해지자, 카드사들은 외국인 신용카드 시장을 놓칠 수 없는 ‘새 먹거리’로 보고 있다. 업계는 이미 신파일러 발굴을 위해 자체 대안신용평가(CB) 모형을 고도화해 온 만큼, 이를 활용한 발급 확대에 무리가 없다는 방침이다.
장기 체류 외국인이 빠르게 늘고 이들의 소득 수준과 소비 여력이 커지면서 고객 선점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일례로 신한카드는 지난 22일 이민정책연구원, SKT, 코리아크레딧뷰로(KCB)와 ‘데이터 기반 이민정책 수립 및 지원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외국인의 소비 패턴과 경제생활 실태를 다각도로 분석해 맞춤형 전략을 짜겠다는 취지다.
당국이 도입을 추진 중인 ‘보증금 담보 신용카드’ 제도 역시 기대를 모으는 요소다. 결제계좌에 예치된 보증금 한도 내에서 신용을 공여하는 방식이어서 카드사로선 연체 등 부실로 이어질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보증금 담보 카드는 고객이 대금을 상환하지 못하더라도 보증금에서 상계 처리가 가능해 리스크 관리가 용이하다”며 “사실상 체크카드와 비슷한 구조로 이미 미국 등 해외에서는 활발히 시행 중인 제도”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