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산 격차 벌어져

22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순자산 하위 20% 가구의 금융부채는 2616만원으로 저축액(1001만원)의 261.5%에 달했다. 저축액을 모두 동원해도 금융부채의 38.2%만 갚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비율은 전년 동기(249.2%)보다 12.3%포인트 상승했다.
상위 20%는 사정이 달랐다. 평균 금융부채는 1억2573만원, 저축액은 2억8031만원으로 금융부채가 저축액의 44.9%에 그쳤다. 금융부채를 모두 갚고도 1억5458만원이 남는 수준이다. 저축 여력 대비 금융부채 부담은 하위 20%가 상위 20%의 5.8배에 육박했다.
전체 자산과 비교하면 취약계층의 부채 부담이 두드러졌다. 전체 가구의 부채·자산 비율은 16.9%에서 16.82%로 1년 새 소폭 하락했다. 반면 하위 20%는 68.9%에서 70.9%로 2%포인트 상승했다. 평균적으로는 전체 가계의 재무건전성이 개선됐지만, 자산이 적은 가구에서는 빚의 압박이 오히려 커졌다.
◇담보대출 부담 커
하위 계층에서는 담보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담보대출에는 부동산은 물론 예·적금, 보험, 주식, 펀드, 채권 등을 담보로 받은 대출이 포함된다. 하위 20%의 평균 담보대출은 1107만원에서 1305만원으로 17.9% 증가했다. 임대보증금 등을 포함한 전체 부채(2758만원)는 3.7% 늘었지만 자산(3890만원)은 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 결과 평균 순자산은 1199만원에서 1132만원으로 5.6% 감소했다. 담보대출 증가율이 자산 증가율을 크게 웃돌면서 부채를 빼고 실제로 남는 자산이 줄어든 것이다.상위 20%에서는 부채 증가가 순자산 감소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들의 평균 금융부채(1억2573만원)는 7.2% 증가했고 전체 부채(2억2505만원) 역시 8.6% 늘었다. 같은 기간 평균 자산(17억4590만원)은 7.6% 확대됐다. 보유자산의 절대 규모가 큰 만큼 자산은 1억2299만원 늘어 부채 증가액(1778만원)의 6.9배에 달했다.
이에 따라 평균 순자산은 14억1564만원에서 15억2085만원으로 7.4% 늘었다. 상위 20%의 평균 순자산은 하위 20%의 134.4배로, 전년(118배)보다 격차가 확대됐다. 김영익 한양대 미래인재교육원 겸임교수는 “부채가 자산가에게는 자산 규모를 키우는 지렛대로 작용했다”며 “취약계층에는 이미 부족한 자산을 잠식하는 고정 부담이 됐다”고 지적했다.
◇“대출 규제가 양극화에 영향도”
빚을 유지하는 비용에서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5대 은행의 신용점수별 가계대출 금리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기준 신용점수 951점 이상 차주의 단순 평균 금리는 연 4.39%로, 전년(연 3.99%) 대비 0.4%포인트 상승했다.반면 651~700점 차주의 금리는 연 5.06%에서 연 6.08%로 1.02%포인트 뛰었다. 두 신용점수대의 금리 차는 1.07%포인트에서 1.69%포인트로 벌어졌다. 신용도가 낮은 차주가 더 높은 금리를 내는 데 그치지 않고 금리 상승 폭도 더 컸던 것이다.
문제는 금리 흐름이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같은 규모의 빚이라도 취약계층의 이자비용이 더 빠르게 늘면 소비와 저축이 동시에 위축돼 자산 형성이 한층 어려워진다. 이자와 원금 상환에 밀려 저축하지 못하면 향후 자산 가격 상승에 참여할 기회도 줄어든다. 부채 부담이 자산 형성을 막고, 부족한 자산이 다시 차입 조건을 악화시키는 현상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취약계층의 차입은 생계, 주거 등 실수요 성격이 강하다”며 “가계대출을 총량으로 일률 규제하면 자금이 꼭 필요한 차주부터 대출에서 밀려나 부채에 따른 양극화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미현/박시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