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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락세를 이어온 코스닥지수가 21일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전 수준으로 하락했다. 정부의 각종 부양 정책에도 시장 거래대금이 말라붙으며 작은 매도세에도 지수가 흔들리는 ‘유동성 가뭄’에 직면했다. 코스닥시장 하루 거래대금이 유가증권시장 단일 종목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시장의 가격 결정 기능까지 위협받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코스닥지수는 0.49% 오른 753.34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상승으로 마감했지만 장중 730.81까지 빠지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이 대통령 취임 직전 거래일인 지난해 6월 2일 저가(733.97)보다 낮다. 코스닥지수는 이날 종가 기준으로 연고점(1226.18·4월 27일) 대비 38.56% 하락했다. 70% 가까이 빠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단일 연도 기준 최대 낙폭이다.
이번 약세장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거래대금이 급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스닥시장 하루 거래대금은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10조~15조원대를 기록했지만 6월부터 급감해 이달 16일부터는 4조원대로 내려앉았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2위인 SK하이닉스 하루 거래대금(8조3826억원, 21일 기준)의 절반 수준이다.
수급 붕괴의 결정적 계기로는 5월 27일 도입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지목된다.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개인투자자 자금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로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 코스닥시장 거래가 급감했다는 분석이다.
거래대금의 가파른 감소는 시장의 충격 흡수 능력을 앗아가고 있다. 최근 한 달 사이 코스닥지수가 22.06% 하락하는 동안 거래대금은 54.85% 급감했다.
쏟아진 부양책에도 '천스닥'은 더 멀어졌다
연고점 대비 지수 40% 급락…李 취임 전으로 후퇴
정부의 연이은 활성화 정책에도 코스닥시장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벤치마크 개편부터 코스닥 투자 펀드 출시까지 온갖 부양책을 쏟아냈지만, 투자자의 시선은 여전히 유가증권시장 대형주에만 쏠려 있어서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대형주가 유동성을 독식하는 구조가 해소되지 않는 이상 코스닥시장이 지금과 같은 소외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연고점 대비 지수 40% 급락…李 취임 전으로 후퇴
◇5000억원 투자에도 주가 뒷걸음질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지수는 753.34에 마감했다. 지난 4월 27일 기록한 올해 고점(1226.18) 대비 38.56% 떨어졌다. 코스닥지수는 주식 투자 열풍에 힘입어 지난 1월 말 4년 만에 1000을 넘어섰다. 이후 지난달 초까지 대체로 1000대를 유지하며 ‘천스닥’이 코스닥지수의 뉴노멀이 된 듯 보였다. 그러나 코스닥지수는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1년 전 수준으로 회귀했다.정부가 코스닥시장 부양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1월 말 처음으로 ‘3천닥 달성’이라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후 코스닥시장에 온기를 불어넣기 위해 국민연금 벤치마크 내 코스닥지수 5% 반영(1월), 승강제(프리미엄 세그먼트) 도입 발표(3월), 국민성장펀드 출시(5월) 등 여러 부양책을 예고하고 시행했다.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정책 발표 이후 코스닥지수는 잠깐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이내 하락세로 전환했다. 리가켐바이오가 대표적 사례다. 리가켐바이오는 국민성장펀드에서 500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받으며 주가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가 모였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주가는 오히려 지난 6월 25일(종가 기준) 15만5800원에서 이날 9만360원으로 무려 42%가량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코스닥시장이 부진한 이유로 ‘대형주 쏠림’을 꼽는다. 최근 국내 증시 랠리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가 이끌고 있어서다. 특히 두 기업이 유가증권시장 전체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대폭 끌어올려 투자자의 관심이 ‘성장주의 성장 가능성’에서 ‘확실한 실적’으로 이동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실적이 뒷받침되는 주성엔지니어링(510.83%), 피에스케이(360.70%) 원익IPS(70.99%) 등 반도체 장비 업체는 올 들어 주가가 크게 뛰었다. 하지만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대부분 바이오와 2차전지 기업이어서 전체 코스닥지수를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5월 출시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코스닥시장의 수급을 빼앗아 가는 악재로 작용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적은 금액으로 고가의 대형주에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해지자 코스닥시장으로 향하던 모멘텀 수급마저 대형 반도체 단일 종목으로 재배분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남은 건 ‘상장폐지 강화·승강제’
증권업계에선 이달부터 본격화한 상장폐지 기준 강화 조치가 코스닥시장의 체질을 개선하고 신뢰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 종가 기준 주당 가격이 1000원 미만인 동전주는 149개, 시총이 200억원 이하인 기업은 148개에 이른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퇴출 기준(시가총액 300억원 미만)에 걸리는 기업은 무려 377개다. 이와 더불어 금융당국은 코스닥시장 내 우수 기업을 우대하고, 일반 기업은 상생할 수 있는 승강제를 내년 1월 시행할 계획이다.하지만 시장 전체를 부양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시총 상위 종목 중에서도 시장 신뢰를 해쳐 상장폐지 수순을 밟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코스닥 승강제 도입으로 1부에 수급이 쏠리고 2, 3부 기업은 소외돼 미래 성장성이 높은 기업들이 외면받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고 했다.
전범진/오현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