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중견 반도체 기업 대표 A씨는 지난해 말 테슬라의 모델X를 구입한 뒤 운전기사를 내보냈다. 최신 완전자율주행(FSD) 기능을 써보니 더 이상 운전기사를 둘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평택에서 광화문으로 갈 때도 목적지만 클릭하면 손 하나 까딱할 일이 거의 없다”며 “오히려 운전기사와 함께 차를 타는 게 더 불편해졌다”고 했다.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보던 자율주행차가 일상으로 들어오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유럽에서도 테슬라의 놀라운 자율주행 성능을 경험한 소비자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현대자동차, 메르세데스벤츠 등도 테슬라를 추격하고 있다.
운전기사 대체하는 테슬라
과학과 기술은 때때로 점진적인 축적이 아니라 단절에 가까운 혁신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든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자율주행차의 상용화 가능성엔 회의적인 시각이 더 많았다. 소비자 안전과 정부 규제, 보험 등 기존 질서와 충돌하는 다양한 문제가 거론됐다. 하지만 출근길 교통 체증과 주말 고속도로 지옥에 지친 소비자가 자율주행차를 경험하는 순간 변화의 흐름이 가팔라졌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확산한 길과 다르지 않다.자율주행차가 불러올 변화는 자동차산업에 그치지 않는다. 일반 승용차의 실제 주행시간은 4%에 그친다. 자율주행차를 소유하면 나머지 96%의 시간을 생산적으로 쓸 수 있다. 도시에선 빌딩과 아파트 주차장의 쓰임새가 달라진다. 사고가 줄면 자동차 정비와 보험시장이 타격을 받는다. 고속도로 정체가 풀리면 국가 생산성이 높아진다. 그 전에 택시, 버스, 화물차 기사가 사라질 것이다.
자율주행차 산업은 로봇으로 가는 중간 단계이기도 하다. 이미지를 인식하고, 주변 움직임을 예측하며, 목적지까지 가는 판단을 내린 뒤 움직이는 과정은 로봇의 작동 원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테슬라와 현대차가 자율주행 이후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로봇을 지목하는 이유다. 휴머노이드가 확산하면 인간의 삶은 더 큰 변화를 겪을 것이다. 50년 전 SF 영화 ‘스타워즈’에 등장한 로봇 ‘C-3PO’처럼 휴대폰과 컴퓨터, 개인 비서를 대체할 것이다.
증시도 자율車·로봇 혁명 반영
최근 자본 시장의 변동성은 이런 자율주행차와 로봇 혁명의 미래를 반영하는 것 같다. 반도체 기업 주가를 예로 들어보자.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문자와 음성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보다 그래픽과 영상을 인식하고 판독하는 데 필요한 반도체 용량이 훨씬 크다. 자율주행차와 로봇이 확산하면 이런 반도체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지난해 미국의 자동차 판매량(1630만 대) 가운데 테슬라 판매량(59만 대)은 3.6%에 불과했다. 시장은 여전히 초기 단계라는 의미다.수십 년간 상상해온 미래가 어느새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왔다. 거대한 해자를 구축한 빅테크도 이런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다. 우리 주변의 어느 한 기업이 테슬라와 엔비디아처럼 새로운 산업의 승자가 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기업들은 기존의 성공 방정식에 안주하지 말고 자율주행과 로봇이 바꿀 미래 산업에 인력과 자본을 선제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투자자도 더듬이를 바짝 세울 때다. 앞으로 몇 년간의 투자 결과가 평생의 부를 좌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