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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광엽 칼럼] '우리 시대의 보너스'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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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광엽 칼럼] '우리 시대의 보너스'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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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발 수백조원의 추가 세수와 수천조원의 초과 이익은 ‘우리 시대의 보너스’다. 산업화에 헌신한 노년 세대, 선진화에 매진한 청·장년 세대의 노고와 분투에 주어진 값진 선물이다. 성과급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직원만 받는 게 아니다. 천문학적 기업 이익과 잉여자금은 투자와 낙수효과를 통해 국민 모두의 순차적 성과급으로 귀착될 것이다.

    한국 사회 전체가 받은 보너스는 가치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가장 약한 고리인 국가 부채, 가계 부채, 국민연금에 서광을 비췄다. 세수 급증은 국채 수요 감소를 불러 임계점으로 치닫던 국가 부채 비율의 하락 반전으로 이어질 것이 유력하다. ‘경제 뇌관’ 가계 부채에도 천군만마다. 작년 한 해 주식으로 얻은 가계 이익은 430조원으로 처분 가능 소득(1500조원)의 28%에 달했다. 노후 불안과 세대 갈등의 진원지이던 국민연금 재정도 한시름 덜었다. ‘30여 년 뒤 고갈’이라는 재앙 예고 시점을 연장시켰다.


    경제 전반에 회춘의 기운을 불어넣은 K자본가들의 공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모두 말렸지만 “내 눈엔 돈이 보여”라며 칠순에 반도체라는 승부수를 던진 이병철, 사재까지 털어 넣은 이건희 회장의 혜안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제 기업가 이재용, 혁명가 최태원에 대한 평가도 인색할 이유가 없다. 상상도 못한 ‘초일류 국적 기업’을 현실로 만들고, 대책 없던 부실기업을 인공지능(AI) 혁명의 주역으로 키워냈다.

    이제 과제는 당대 보너스를 어떻게 미래의 자산으로 바꿔내는지다. 모범 사례는 노르웨이다. 작은 어업 국가이던 노르웨이는 북해 유전 발굴 반세기 만에 세계 최대 국부펀드(GPFG) 운용국이 됐다. 펀드 자산은 3500조원으로 GDP의 대여섯 배를 오르내린다. 장기 기대수익률(약 3%) 이내로 자금 인출을 통제하며 장기 복리 효과를 극대화한 재투자 전략이 주효했다. 이자와 수익만 꺼내 쓰는 GPFG 방식은 지속가능한 노르웨이 복지 모델의 원동력이다.


    최악의 사례는 베네수엘라다. 차베스 대통령 당시 브릭스 경제 급성장으로 유가가 열 배 넘게 치솟았다. 집권 13년(1999~2012년)간 석유 판매 수입이 1200조원에 달했지만 그 많던 돈은 지금 흔적도 없다. ‘미션’이라고 이름 붙인 복지 플랜을 만들어 연금·보조금, 무상 교육·의료, 저가 주택에 쏟아부은 결과다. 빈곤율이 개선되는 등 반짝 효과가 있었지만 10년도 안 돼 허상이 드러났다. 미국발 셰일 혁명으로 유가가 하락 반전하자 늘린 복지 예산이 경제를 직격했다. 재정적자는 GDP 대비 40%에 달했고 GDP의 70%가 증발해버렸다.

    노르웨이와 베네수엘라의 엇갈린 운명은 ‘정권 쌈짓돈화’의 위험성을 일깨운다. ‘페트로 포퓰리즘’처럼 ‘메모리 포퓰리즘’에 빠진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보너스의 세대 이전 핵심은 ‘소진형’이 아니라 ‘투자형’ 설계다. ‘보너스 지속 기간’도 생각해볼 이슈다. 석유처럼 ‘반도체 대박’도 10년을 넘기기 힘들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잘나가던 일본 반도체가 미국의 관세·환율 압박에 허무하게 해체되고만 선례도 있다.

    정부는 추가 세수로 미래대응기금을 조성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방점은 ‘청년’과 ‘지방’에 찍혔다. 청년과 지방 모두 우선순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치라는 점에서 나무랄 데 없지만 중요한 건 디테일이다.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후세의 삶, 국가의 미래와 동행하는 청년·지방정책 설계가 핵심이다.

    쌈짓돈 논란과 실패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선택지도 있다. 잉여 자금으로 나랏빚을 갚는 방안이다. 세금으로 갚아야 할 적자성 채무가 지난 한 해 110조원 폭증했고, 국고채 이자 비용도 연 30조원을 넘어섰다. 이대로면 머잖아 빚의 악순환 단계인 국가 부채 비율 60%대 진입이 유력하다. 현 단계에서의 빚 상환은 최선의 미래 투자다.


    초과 이윤 배분은 한국을 초일류로 견인해온 ‘제도’에 대한 부정이다. 기업 돈의 사용처를 지정하고 n% 갹출을 강제하려는 수상한 분위기가 만만찮다. 법인세 납부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종결된다. 전력, 용수 등 지원을 앞세운 이익 배분 요구는 부적절하다. 더 많은 법인세를 납부한 그 자체로 ‘국민 배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얼마 전 이재용·최태원 회장을 ‘국민 영웅’이라고 칭했다. 상궤를 벗어난 요구는 대통령의 진심을 농담으로 전락시키는 역주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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