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일 오후 8시 서울 종로3가 갈매기살 골목. 붉은 간이 테이블마다 고기 굽는 연기가 피어올랐고, 손님 상당수는 외국인이었다. 집게로 갈매기살을 뒤집고 소주잔을 부딪치거나 상추쌈을 싸는 모습도 익숙해 보였다. 이탈리아인 브루노 씨(30)는 “갈매기살로 1차, 노가리와 맥주로 2차를 하니 한국인이 된 기분”이라고 했다.
서울의 야장이 외국인 관광객들로부터 한국의 밤과 음식을 함께 경험하는 대표 관광 콘텐츠로 떠오르고 있다. 올 들어 4월까지 서울을 찾은 외국인은 약 520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4% 늘었다. 4월에만 156만 명이 방문해 역대 같은 달 기준 최대를 기록했고, 외국인 카드 소비액은 1조1532억원으로 50.5% 증가했다. 이 가운데 식음료업 비중은 13.1%다. 서울시는 개별 관광객의 취향형 소비가 명동 등 전통 관광지에서 홍대·성수 같은 지역 상권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종로3가와 을지로 야장이 주목받는 것은 외국인들의 최근 여행 트렌드가 ‘현지인처럼 즐기기’로 바뀐 영향이 크다. 낡은 간판과 좁은 골목, 플라스틱 의자와 불판이 어우러진 풍경이 ‘서울의 일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야장은 대규모 시설 투자 없이 기존 음식점과 골목을 활용해 체류시간과 소비를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서울시가 추진하는 야간경제 전략과 맞닿아 있다. 서울시는 자생적으로 형성된 야장 문화를 야간 관광과 골목상권을 잇는 정책 수단으로 키우기로 했다. 올해 보행 안전과 위생 기준을 갖춘 ‘서울 달빛야장’ 5곳을 시범 운영하고 2028년까지 25곳으로 확대한다.
그동안 야장은 도로 점용과 옥외영업 규정 때문에 단속 대상과 관광 자원 사이에 놓여 있었다. 서울시는 자치구 조례 개정을 지원하고 보도 폭과 영업시간, 위생수칙을 담은 표준 지침을 마련해 제도권 안에서 관리할 계획이다. 상인과 주민이 소음, 쓰레기, 영업시간 등에 관한 상생협약을 맺고 위반하면 영업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야간경제는 문화와 관광, 상권과 교통을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해 도시의 소비와 활력을 키우는 전략”이라며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과 소비가 25개 자치구 골목상권으로 이어지게 하겠다”고 말했다.
김영리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