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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잔만 하려 했는데"…외국인들 열광하는 '이곳' 정체 [김영리의 서울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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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잔만 하려 했는데"…외국인들 열광하는 '이곳' 정체 [김영리의 서울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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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6일 오후 8시 서울 종로3가 갈매기살 골목. 가게 밖에 다닥다닥 붙인 붉은색 간이 테이블마다 불판 위로 고기 굽는 연기가 피어올랐다. 테이블 상당수는 외국인 관광객이 차지했다. 한 무리는 집게로 갈매기살을 능숙하게 뒤집은 뒤 낯선 돼지고기 특수부위의 쫄깃한 식감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소주잔을 부딪치고 상추쌈을 만들어 먹는 모습은 어느새 한국식 ‘야장’에 익숙해진 듯했다.

    조금 떨어진 익선동 골목도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처마가 낮은 한옥과 오래된 상점 사이로 야외 테이블이 이어졌고, 골목 곳곳에서는 영어와 중국어·일본어가 뒤섞였다. 번듯한 실내 식당보다 골목에 앉아 밤공기와 음식, 술을 함께 즐기는 야장 문화 자체가 하나의 관광 체험이 된 모습이었다. 이탈리아에서 왔다는 브루노 씨(30)는 “한국인 친구들과 갈매기살로 1차를 하고 호프집에서 노가리와 맥주로 2차 식사를 하고 있다”며 “진짜 한국인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SNS 타고 노포 골목까지
    서울의 야장이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를 끄는 배경에는 개별관광 확산과 소셜미디어가 있다. 여행사가 짜준 동선을 따르는 단체관광보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움직이는 개별관광이 늘면서 외국인들이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을 통해 현지인이 찾는 식당과 골목을 직접 찾아 나서고 있다. 이들의 관광 동선도 명동과 경복궁 등 대표 관광지를 넘어 종로3가와 을지로의 노포 골목까지 넓어졌다.


    밤늦게까지 비교적 안전하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점도 서울 야간 관광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낡은 간판과 좁은 골목, 플라스틱 의자와 간이 테이블이 어우러진 복고풍 풍경도 외국인에게는 서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다. 단순히 한국 음식을 먹는 것을 넘어 현지인처럼 고기를 굽고 소주를 마시며 ‘K회식’을 체험하려는 수요가 야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시는 이처럼 자생적으로 형성된 야장 문화를 도시의 야간 관광 콘텐츠로 육성할 계획이다. 문화·관광·상권·교통을 하나로 묶어 서울의 밤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겠다는 ‘야간경제 활성화 방안’의 일환이다.


    대표 사업은 ‘서울 달빛야장’이다. 시는 올해 보행 안전과 위생 기준을 갖춘 야장 5곳을 시범 운영하고 2028년까지 총 25곳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선정된 상권에는 보행환경 개선과 위생시설 확충, 상권 브랜딩 등을 위해 최대 20억원을 지원하고 운영 성과에 따라 최대 5억원의 인센티브를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단속 대상'이던 야장, 관광 콘텐츠로
    그동안 종로3가와 을지로 등지의 자생 야장은 도로 점용과 옥외영업 규정 탓에 단속 대상으로 여겨져 왔다. 서울시는 자치구의 조례 개정을 지원해 보행 안전이 확보된 구역에서는 합법적인 도로 점용과 옥외영업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보도 폭과 영업시간, 위생수칙 등을 담은 표준 지침도 마련한다.

    주민과 상인의 상생을 위한 장치도 도입한다. 야장 운영 상인이 소음 차단과 정시 마감 등 자율 규범을 담은 상생협약을 주민과 체결하도록 하고, 상인과 주민이 참여하는 상생협의체를 통해 민원을 조정하는 방안이다. 야장 수익의 일부를 상생기금으로 적립해 주변 환경 개선에 재투자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도심 주요 야간 명소와 상권은 ‘야간경제 상생특구’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특구에는 야간영업 인센티브와 공개공지·옥외영업시간 연장, 심야 대중교통 등을 묶어 지원한다. 제도적 기반이 될 ‘서울시 야간경제 활성화 조례’도 제정할 계획이다.

    야간 활동이 골목상권 소비로 이어지도록 문화시설과 교통 인프라도 연계한다. 미술관·박물관·고궁 등 주요 문화시설의 야간 개방을 확대하고 광화문 일대 문화시설을 연결한 융복합 예술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한강공원 ‘나이트 사우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겨울잠자기 대회’ 등 서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이색 체류형 콘텐츠도 발굴한다.


    심야버스 운영 확대와 자율주행 버스·택시 도입을 통해 밤 시간대 이동 편의도 높인다. 서울보안관과 시민 참여 순찰을 확대해 시민과 관광객이 늦은 시간에도 안심하고 서울을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시는 야간경제 정책을 총괄할 특보를 신설하고, 기획조정실·경제실·문화본부·교통실 등 7개 실·본부·국이 참여하는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다. 내달부터 소상공인과 상인회, 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 거버넌스를 구성해 지역별 활성화 방안과 주민 갈등 조정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야간경제 활성화는 단순히 밤 시간대 소비를 늘리는 차원을 넘어 말라가는 골목경제를 살리고 심화하는 경제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라며 “관광객 2000만 명 시대에 맞춰 서울 전역에 밤에도 머물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관광객의 발길과 소비가 25개 자치구 골목상권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리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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