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의 초동수사 축소·은폐 의혹으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당시 광주 광산경찰서 형사과장 박 모 경정 측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21일 박 경정의 변호인은 광주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강간 살인을 일반 살인으로 수사하라는 지침은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변호인은 "장윤기 살인사건과 베트남 여성 성범죄 사건을 병합하지 말라는 국가수사본부의 지침은 있었다"고 말했다.
박 경정 측은 해당 소통이 국수본과의 직접 접촉이 아니라 광주경찰청 강력계를 통해 이뤄졌으며, '병합하지 말라'는 취지의 답변만 전달받았을 뿐 그 이유는 전해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병합 요청 시점과 관련해선 "5월 6일 전후부터 10일 사이 세 차례 요청이 있었고, 5월 7일 베트남 여성 참고인 조사 이후에도 재차 요청했지만 거부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베트남 여성 사건은 여성청소년과에서 별도로 수사하고, 장윤기 사건과 살인예비 사건만 형사과가 담당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는 것이다.
수사팀이 강간 등 살인 혐의를 배제하려고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베트남 여성이 있는 지역으로 수사대를 파견해 참고인 조사를 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며 "다만 당시 직접 증거가 부족한 데다 경찰 구속기간이 10일로 제한된 상황에서 정황 증거만으로 해당 혐의를 적용해 송치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송치 당시 작성한 수사보고서에도 강간 등 살인 혐의에 대해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취지를 남겼다"며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한편 박 경정은 장윤기에게 '강간 등 살인' 대신 '일반 살인' 혐의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됐다.
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krse905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