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멜키는 1969년 핀란드 출생으로 2016~2023년 헬싱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 지휘자로 활약했다. 현재도 명예 수석지휘자로 추대돼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2006~20013년 앙상블 앵테르콩탕포랭의 음악감독을, 2017~2022년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수석 객원지휘자로도 활약했다. 지난해 8월부터는 핀란드의 음악 명문인 시벨리우스 아카데미 관현악 지휘과 교수로서 후학도 양성하고 있다.
멜키는 현대음악뿐 아니라 오페라와 교향악에도 능한 지휘자다. 서울시향과는 2009년 현대음악 공연 시리즈인 ‘아르스 노바’를 통해 공연한 게 마지막 만남이었다. 이번 공연 1부에선 버르토크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한다. 버르토크가 아내를 위해 작곡한 유작이다. 완성하지 못한 마지막 17마디는 그의 제자였던 티보르 셰를리가 완성했다. 버르토크가 앞선 피아노 협주곡에서 보여준 불협화음이나 타악기 방식의 리듬에서 벗어나 부드럽고 투명한 음향과 서정성을 강조한 곡이다.

피아노 연주는 현대음악 거장들과 협업해 온 1957년생 프랑스 피아니스트 피에르로랑 에마르가 맡는다. 그는 지난해 음반사 펜타톤과 협업해 낸 음반 ‘쿠르탁: 야테콕’으로 BBC뮤직매거진 등 외신의 호평을 받았다. 2017년 에른스트 폰 지멘스 국제 음악상, 2022년 덴마크 레오니 소닝상 등을 수상하며 음악적 권위를 인정받았다. 에마르는 올리비에 메시앙, 피에르 불레즈 등 음악사에 이름을 남긴 현대 음악가들과도 협업한 경험이 있다. 2023년엔 서울시향과 리게티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했다.

공연 2부는 슈베르트 교향곡 9번 ‘그레이트’다. 슈베르트가 마지막으로 완성한 교향곡이다. 방대한 규모와 어려운 난이도로 인해 슈베르트 사후 10년 뒤 멘델스존이 지휘를 맡고서야 세상에 알려진 곡이다. 장엄한 호른 선율로 시작하는 도입부와 쉼 없는 리듬, 풍성한 선율, 거대한 피날레 등 고전주의적 균형과 낭만주의적 상상력을 겸비한 작품이다.
멜키는 슈베르트 음악에 대해 “가장 슬픈 순간과 인간의 고통이 가장 아름다운 장조 화성으로 쓰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며 “이런 모순이 음악을 더 감동적이고 깊이 있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