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가 합의한 반도체 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이 노사 협상장을 넘어 주주권 문제로 번졌다. 소액주주들은 최대 40조원의 재원이 투입될 수 있는 보상안을 노사 합의만으로 시행해서는 안 된다며 삼성전자 2대 주주인 국민연금에 대응을 요구했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는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국민연금공단 사옥을 방문해 삼성전자 특별경영성과급 합의안과 관련한 주주 서한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실장에게도 같은 서한을 이메일로 발송했다. 이번 서한에는 삼성전자 주주 696명이 서명했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은 총 37만7526주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는 삼성전자 노사가 2026년 임금 협약 협상 과정에서 마련한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이 있다. 기존 성과인센티브(OPI)는 사업성과의 1.5%를 재원으로 삼고, DS 부문에는 사업성과의 10.5%를 별도 성과급 재원으로 책정하는 내용이다.
특별경영성과급은 지급 상한 없이 10년간 적용된다. 기존 OPI까지 합치면 DS 부문 성과급 재원은 사업성과의 약 12%가 된다는 게 액트 측 설명이다. 액트는 올해 예상 실적을 기준으로 성과급 규모가 연간 최대 40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액트는 성과급의 법적 성격과 주주총회 승인 필요성을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삼성전자 OPI 및 DS 특별경영성과급 합의안의 법적 성격(임금 또는 이익 배분 여부) 및 주주총회 승인 필요성에 관한 사안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 정식 안건으로 상정해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회사의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장기간 성과급 재원을 배분하는 만큼 일반적인 임금 협상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또 이런 성과급 구조가 임직원과 주주 사이의 위험 부담을 비대칭적으로 만든다고 주장했다.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은 주주가 부담하지만, 임직원은 주가와 관계없이 영업이익에 연동된 보상을 받는다는 것.
액트 측은 "오늘도 주가가 하락하는 등 연일 무너지는 주가에 소액주주들은 피를 토하는 심정"이라며 "주주만 온전히 주가 하락의 리스크를 부담하고, 임직원은 아무리 주가가 하락해도 영업이익에 연동된 성과급을 마치 고정적인 채권처럼 무위험으로 챙겨가는 심각한 리스크 비대칭 구조에 주주들의 불만이 임계점에 달했다"고 했다.
이상목 액트 대표는 "매년 수십조 원을 10년간 꾸준히 지급하는 막대한 규모의 이익 배분은 당연히 그 위험을 감수하는 진짜 주인인 주주들의 엄격한 승인을 거쳐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