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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돌아온 무적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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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돌아온 무적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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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88년 7월 메디나 시도니아 공작이 이끄는 141척의 함선으로 구성된 스페인 ‘무적함대(Invincible Armada)’가 리스본 항구를 출발했다. 하지만 기세등등하던 무적함대의 영국 원정은 실패로 끝났다. 예상치 못한 태풍을 만난 타격이 컸다. 흔히 이 사건은 영국과 스페인의 패권 교체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거론되곤 한다.

    역사적 사실이 통념과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 겉만 번지르르한 것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무적함대가 대표적이다. 무적함대는 1588년 한 번의 패배로 무너지지 않았다. 스페인은 1592년까지 신형 갤리온선 40척을 새로 건조했다. 업그레이드된 함대는 대서양의 제해권을 틀어쥐었다. 스페인은 1596년과 1597년에 무적함대를 거듭 편성하며 재출정했다. 실패 원인을 복기하고 전술적 단점을 보완한 함대는 막강해 보였다. 무적함대가 끝내 극복하지 못한 것은 태풍이라는 치명적 외부 변수였다.


    어제 막을 내린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무적함대’ 스페인이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를 꺾고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볼 점유율 65%에 슈팅 20개를 퍼붓는 동안 상대엔 슈팅 2개(유효슈팅 0개)만 내주며 경기를 압도했다. 대회 전체로도 8경기 7승1무, 14득점 1실점을 기록하며 무적함대라는 애칭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스페인의 우승은 ‘정점’에서 내려온 팀이 와신상담 끝에 정상을 탈환했다는 데 의미가 깊다. 2008~2012년 스페인은 유로대회(2회)와 월드컵 등 메이저 대회를 3연속 우승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티키타카’로 불린 스페인식 점유율 축구는 세계 축구를 대표했다. 하지만 파훼법이 개발되면서 지난 10여 년간 스페인 축구의 위상은 ‘무적’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번 월드컵에서 스페인 축구대표팀은 화려하진 않아도 효율적인 팀으로 거듭났다. 점유율 축구에 강한 압박, 간결한 공격 전개를 가미해 조직력을 극대화했다. 슈퍼스타는 없지만 모든 선수가 자신보다 팀을 우선시하며 하나가 됐다. 그렇게 돌아온 ‘무적함대’ 앞에 누구도 위협이 될 수 없었다.

    김동욱 논설위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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